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 떨어진 추미애의 자위 “도전하고 깨는 자에게 희망은 있다”
“추미애가 뭐라고 해요?”
만나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물었다. 지난 8월31일 추미애 의원(42·민주당)이 한겨레신문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쾌도난담이 끝나고 돌아오니 호기심에 충만한 사람들이 많았다. “뭐래요? 말 잘해요?” 이렇게 주목받는 게스트가 별로 없었기에, 왜들 그렇게 궁금해 하는지 이유를 물어보았다. “예쁘잖아. 일도 잘하는 것 같고….” ‘국회의원 추미애’는 호감을 받는 정치인이 분명한 듯했다.
그러나 그는 떨어졌다. 15명 중에 11등. 8월30일, 7명을 뽑는 민주당 선출직 최고위원 경선에서 1627표(득표율 18.7%)를 얻고 고배를 마신 것이다. 바로 하루 전날의 일이었지만, 그는 결코 우울하거나 낙담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아니, 그는 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떨어진 게 아니라니깐….” 추미애 날개를 달려다가 날개를 접은 거니까, 떨어진 건 아니에요. 김어준 아닙니다. 떨어진 겁니다. (웃음) 편하시겠어요. 그렇게 논리개발도 잘하시고. (웃음) 추미애 18.7%가 얼마나 의미있는 표인데요. 당내 선거에서 완전히 조직기반 없이 ‘아이 러브 민주당’ 해가지고 애당심과 희망을 보여줘 얻은 것인데. 김어준 그러니까 편하시겠어요. 그렇게 스스로 위안을 잘하시니까. (웃음) 김규항 결과를 예상하셨습니까? 추미애 아뇨. 예상보다 낮게 나왔어요. 여론조사에서 22∼24% 올라가는 추세였는데…. 김어준 여성의원은 이번에 두분이 나왔죠? 김희선 후보하고 추미애… 뭐라고 해야 하나. 추미애 의원 뒤에다 ‘님’자 안 붙여도 돼요. 그런데 보는 데서는 붙여주세요. (웃음) 김어준 안 보면서 얘기해야 되겠다. (고개 돌리며 웃음) 김어준 이른바 민주당 소장파 중엔 정동영 의원하고 김민석 의원하고… 추미애 의원‘님’…, 보면서 얘기하니까. (웃음)… 세분을 이야기하는데, 대의원 투표말고 밖에서 인기투표 같은 거 하면 세분이 항상 순위에 들곤 하잖아요. 그런데 왜 떨어지셨을까요. (웃음) 추미애 떨어진 게 아니라니까.(웃음) 김어준 계보도 없고 자금과 조직력도 없고… 그런 탓인가요? 추미애 정당의 ‘당’자는 무리 당(黨)자잖아요. 그 무리라는 건 이념 또는 비전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고… 정당이라는 게 자기의 후견자를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거고 그 후견자에게 기댈 수 있는 힘을 누가 갖고 있는가를 다들 계산하게 되겠죠. 그런 것이 우리한텐 부족하단 말이죠. 그러니까 이번 경선에서 지구당 위원장들이 “내가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누구냐”라고 판단하고 대의원들한테 그런 식으로 설득을 해내기 시작하면, 우리같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고 정책적 대안을 통해 호소하는 건 장애물에 좀 부딪히겠죠. 김어준 한 가지 더, 여성이란 것 때문에도 어려움이 있었을까요? 추미애 여성이 조직을 가지긴 어려운 구조 아니겠어요? 조직을 통솔 지휘하는 그런 게 필요하잖아요. 쉽게 말하면 술을 마신다든가 해서 시간을 함께 많이 보내주고 해야 하는데… 뭐 솔직히 말하면 그런 게 어렵죠. 김어준 그럼 앞으로도 힘들겠네요. 추미애 제가 경선과정에서 주연설내용이 두 가지였는데… 첫째는 교육강국을 만들겠다는 거였어요. 사회적 불평등의 시발 자체가 교육을 통해서 고착화된다는 거죠. 부자는 사교육비를 들여서라도 계속 좋은 교육받고, 없는 사람들은 안 좋은 공교육 환경에서 있어야 하는 거죠. 사회에 나와서도 이게 계속 되물림되는 거예요. 또 하나는 사회적 약자가 더불어 살 수 있는 복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런 쪽으로 집권후반기 방향을 틀자고 호소를 해서 얻은 표가 그 정도란 말이에요. 그렇게 설득해나가는 게 제 의무인 거죠. 만날 조직관리 한다고 술만 마시고 또는 “난 영남이니까” 또는 “난 호남이니까” 찍어달라 하면 그게 정치인가요? ‘당력이 긴 사람들’에 관하여 김규항 교육이 사회적 불평등의 시발이라고 하셨는데 추 의원께서는 학교 다니는 자녀가 있습니까? 추미애 셋. 중학교 1학년 한명, 초등학생 두명. 김규항 초등학교는 다 공립학교입니까? 추미애 네. 왜요? 김규항 추 의원께서는 남편도 변호사고, 추 의원도 판사생활 오래하셨다는데, 못사는 집은 아니죠? 추미애 근데 돈 버는 재주가 별로 없어요. 김규항 대개 그 정도 되면 경제적으로 썩 넉넉하진 않더라도 사립학교 보내는 경우가 많죠. 일찌감치 제 자식을 보통 아이들과 구분짓는 거죠. 추미애 그렇죠. 요즘은 누구나 생수를 다 먹지만 (테이블 위의 생수를 가르키며) 왜 비싼 돈 내가면서 각자 생수를 사먹습니까? 아까운 생수값을 수돗물에 투자하면 전부 다 좋은 물을 마실 수 있죠. 우리가 공공의 이익 창출에 다같이 참여하고 기여한다는 인식이 너무 안 돼 있어요. 김어준 놀라운 순발력이었다고 봐요. (웃음) 사립학교 이야기를 수돗물과 연결한 거…. 추미애 우리가 담세율이 20%거든요. 스웨덴 같은 복지국가 담세율은 50%라고요. 우리는 세금 적게 내고 각자 알아서 해결하자… 노부모 부양이나 장애인이나 다 각자 해결하자예요. 그러면서 불만은 많은 거예요. 김규항 담세율도 단순비교보다는… 스웨덴은 담세율이 50%인데다가 돈 많이 버는 사람은 훨씬 비율이 높죠. 같은 30%라도 비율이 좀더 공정하면 훨씬 나아지겠죠. 추미애 제가 유세하고 있는 동안에 <한겨레>에서 우리 조세제도가 빈부격차를 줄이지 못한다는 걸 1면 머릿기사로 썼데요. 김어준 최근 추미애 의원님이 당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했다고 하던데…. 추미애 비판했다기보다는, 우리 당이 너무 무기력하지 않느냐, 아래로부터 들을 말은 듣고 위를 향해 할말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한 거죠. 김어준 이른바 동교동계, 가신그룹이라고 표현을 하죠. 당력이 기∼인 사람들(웃음)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그런 사람들…. 걸림돌로 실제 작용하기도 하나요? 말씀하시기 곤란한 부분도 있겠지만. 추미애 그걸 염두에 두면 말 안 하는 게 낫지만, 염두에 안 두죠. (웃음) 김어준 그럼 말씀해 주시죠. 당력이 기∼인 사람들에 대해.(웃음) 추미애 정당은 애당심이 중요한 거고, 그 애당심이란 건 맹목적인 충성심과 분리해야겠죠. 안에서 볼 땐 단순한 맹목적 충성심이 필요한 게 아니고, 정말로 애국심에 버금가는 애당심 같은 게 필요하지 않나…. 김어준 그런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건가요? 당력이 긴 사람들은? 추미애 부족하죠. 김어준 구체적으로 누굽니까? (웃음) 추미애 시각 자체를 넓게 봐야 하는데 좁게 보면 함몰되잖아요. 김어준 당력 긴 사람들이 걸림돌이라면 무리해서라도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물론 당력 긴 사람들이 현실적인 힘을 가지고 있고 또 정치는 이상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국민이 정당의 사이클에 맞출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당이 국민에게 맞춰야지. 김규항 전 추 의원을 잘은 모르지만, 4.3특별법 때도 앞장 섰고 보수정당 구조 안에서는 상당히 개혁적인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신념을 거의 전적으로 말할 수 있는 운동가와 그럴 수 없는 제도권 정치인의 처지는 많이 다른데…. 우리나라가 어떤 사회가 되길 바랍니까. 아까 스웨덴 말씀하셨는데, 서유럽의 사회민주주의 같은 걸 바란다든가. 추미애 저는 아주 진보적이진 않죠. 김어준 그렇게 생각합니다. (웃음) 추미애 ‘쪼금’ 진보적이죠. 아니, ‘쪼금’이 아니고 ‘조금’ 진보적이죠. ‘쪼금’이라고 하면 참깨 같으니까. 김규항 더 진보적이라고 해봐야 지금 우리나라 제도권 정치상황에서는 발현하기 어렵죠. 김어준 바로 빨갱이가 되기 때문에. (웃음) 왜 개혁은 현장에서 버림받는가 추미애 제가 지난 4·13총선 때 그랬어요. 꿈보따리 사회를 만들겠다고. 꿈이 있는 사회, 보람이 있는 사회, 따뜻한 사회…. 그게 이상사회인데 제가 만들겠습니다라고. 허황된 이야기 같지만 그런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지금 그것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어준 대답이 안 될 것 같아요. (웃음) 김규항 몽상적 사회주의자시군. (웃음) 이른바 김대중 정부의 개혁성과에 대해 초기에 지지를 많이 했던 분들 중에는 실망을 하는 분들도 많죠. 최근 상황만 보더라도 남북정상회담처럼 돋보이는 게 있는 반면 실제론 정반대되는 것들도 많거든요. 실제적인 개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식적 멘트말고요. 어차피 떨어졌는데. (웃음) 추미애 개혁 프로그램에 대한 단계별 시간표가 있어야 했는데 그걸 못한 채로 그냥 온 거예요. 뭐 큰 거는 된 거죠. 경제위기 극복이나 남북화해협력시대를 개막하는…. 근데 구체적 대안이 없어서 안 되는 부분이 바로 각 분야의 구조조정 같은 거죠. 의약분업 같은 경우 저항하면 당근 주고 또 저항하면 당근 주고, 이런 식으로 하니까 시간표대로 가질 못하고 밀리는 식으로 되고… 국민들은 현장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하니까 개혁저항세력+국민불만이 뭉쳐져서 개혁작업이 작동이 안 되는 상황이잖아요. 김규항 8월에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탈법적으로 연행된 이들이 서너명인데, 그 중 한명은 옷을 벗겨 관장을 시켰답니다. 추미애 뭘 숨겼나 하고…. 김어준 국민복지 차원의 시술 아니었을까? (웃음) 김규항 변비? 롯데호텔 노동자 파업에 대한 무리한 진압도 그렇고. 아무리 기대치를 낮추더라도, 구태를 밟고 있다고 보는데. 두 사건에 대한 의견은 어떠세요. 추미애 정권의 도덕성 자체는 역대 어느 정권에서 볼 수 없을 정도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거지만, 현장에서는 그게 잘 작동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그래서 인권법도 만들자는 거죠. 근데 그것들이 자꾸 주춤거리는 거예요. 뭐 인권법 만들어 놓으면 수사관이 어떻게 수사하란 말이냐는 식으로 자꾸 반발이 생기고. 인권법상의 인권위를 만들고, 조사권을 주고… 그런 걸 빨리빨리 했어야 하는데, 관료집단에 후퇴하면서 제때제때 착지를 못 시킨 거예요. 김규항 몇달 전 강기훈 유서대필사건의 주임검사였던 강신욱 대법관 후보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 쾌도난담에서 서준식 선생을 모시려고 했습니다. 근데 청문회 보다가 그 분이 열받아서 ‘빵구’를 내신 적이 있어요. 추미애 열 받을 만하죠. 김규항 서 선생이 대신 글을 써서 보냈는데, 추 의원이 청문회장에서 굉장히 물고 늘어졌다고 했거든요. “강기훈, 나 같으면 ‘무죄’를 선고하겠다” 추미애 강기훈 유서대필사건이, 제가 볼 땐 무죄예요. 그때 기록을 책자로 다들 보존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 봤는데 역시 무죄더라고요. 그 필적감정이라는 것 자체가 DNA분석이나 혈액감정과는 다르게 사람의 오관에 의존을 해요. 과학적으로 기계가 분석해서 해내는 게 아니라는 거죠. 김기설씨가 군대에서 근무하면서 남긴 필체가 좀 있었어요. 근데 그 사람이 필체 자체가 다양한 사람이에요. 흘림체를 쓸 줄도 알고… 그러니까 애인한테 편지 보낼 때는 멋을 부리고 차트 글씨는 정자체이고 보통 방명록에 서명할 때는 흘림체이고… 근데 유서를 쓸 때는 가슴이 뜨겁거나 격정적인 순간 아니겠어요? 내가 누구한테 호감을 얻기 위해서 잘 보이기 위해서 꾸미는 상태가 아니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필체일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상태의 필체를 구해다가 보면 그건 김기설씨의 필체가 맞는 거예요. 하지만 그런 식으로 감정을 안 했어요, 추미애 의원은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무죄’의 이유를 자세하게 들었다. 재판부가 중요한 증거에 대한 변호인단의 재감정 요구를 거부하는 것을 성토하기도 했다. 3심을 거친 뒤에도 진실이 의심된다면 4심, 5심까지도 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강기훈씨가 만약 재심의 기회가 있고, 자신이 지금 현직 판사라면 그는 ‘무죄판결’을 내리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김어준 차기 대권주자는 누가 될 것 같습니까? (웃음) 김규항 그야 당연히 권노갑이지. (웃음) 추미애 아니 전 엊그저께 여성대통령도 나올 수 있는 시대라고 호소를 했는데요? 김어준 그게 본인이란 말씀입니까? (웃음) 요번엔 누가 될까요. 직접 나가실 건가요? 추미애 나갈 수 있는 나이는 돼요. 김어준 아직 당력이 짧기 때문에…. (웃음) 그럼 누가 되길 원하십니까, 또는 누가 될 것 같습니까? 추미애 이름 석자를 거명할 순 없고…. 김어준 에이, 조∼옴 해주세요. (웃음) 추미애 이번 경선을 보면서 공부를 참 많이 했어요. 경선 참 잘했다, 이게 적어도 예비선거는 되겠구나. 한 인물을 대중 앞에 세워놓고 평가를 해볼 수 있는 기회였어요. 앞으로 2년 뒤에도 전당대회가 대선전에 또 한번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때 보죠. (웃음) 김어준 그럼 존경하는 동료 정치인은 누굽니까. 소장파 제외하고. 말씀 좀 해주시죠. 추미애 아무도 존경하지 않는 건 아니고…. 아끼고 싶기 때문이죠. 김어준 그럼 미워하는 의원은. 김규항 정치적으로는 정동영 의원. 그 양반은 되고 추 의원은 떨어졌으니까. (웃음) 추미애 개인적으로 미운 사람은 없어요. 김어준 아이고 잘도 빠져 나가셔. (웃음) 김규항 생각보다 노련하시군요. 추미애 아니 노련하지 않아요. 당력이 짧은데. (웃음) 김규항 16대 국회의원 당선자 연수를 할 때 추 의원께서 재미있는 교육을 했다고 해요. 기자 상대하는 법 등등…. 그 얘기를 좀 해주시죠. 추미애 제가 처음 당에 왔을 때 부대변인으로 있었어요. 대변인실에서 항상 논평 같은 거 써내고… 금방금방 되지도 않는 말 써내고. (웃음) 김어준 이건 꼭 넣어야겠다. 판결문과 성명서의 차이
추미애 되지도 않는 말이라는 게 거친 말, 일반 국민이 공감할 수 없는 말 있죠? 언론에서 실어주길 기대하면서 쓰는 자극적인 말. 위에서 주문을 해대고 그래요. 그게 좀 답답했어요. 제가 10년 동안 판결문 쓰면서 생긴 습관이 말 한마디를 어디에 가장 적확한 표현으로 집어넣을까인데… 그 적확한 단어를 찾으려고 밤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생각하거든요. 멋진 단어가 아니라 그 상황에 딱 떨어지는 단어를 찾기 위해서 지웠다 쓰고 지웠다 쓰고를 여러 차례 하거든요. 하나의 작품이라는…. 그러니까 이거 그럴싸하다 그랬을 때 선고하는 거예요. 그런 습관으로 훈련이 돼 있던 사람이 떡 정당에 왔는데, 자극적인 말 빨리 쓰라고 하는데, 갑자기 체질을 바꿔야 하니까 안 되잖아요. 그 무렵에 김대중 당총재께서 부르셔서 격려를 해주시는데 제가 그 하소연을 했어요. 그러니까 “기자들이 뭐 써주기를 너무 기대하거나 안 써준다고 안달을 하지 마라, 잘해나가면 얼마든지 저절로 찾아와서 써준다. 너무 연연해하지 마라” 그러셔서 아 역시 내가 존경하는 김대중 총재라고 했죠. (웃음)
김어준 이거 빼야 되겠네. (웃음)
추미애 그래서 연수 때 제 앞에서 강연하신 분이 언론에 어필하라는 얘기를 많이 하시기에 당 총재 이야기를 전한 거였죠.
김어준 그럼 마지막으로 조선일보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웃음) 오늘도 민주당 전당대회 보고 거품을 물었던데.
김규항 추 의원님이 떨어져서 애석해서 그런 거 아냐? (웃음)
추미애 내가 “맞습니다” 그러면 썰렁하겠죠? (웃음) 어떤 언론이 가치표방을 하는 건 괜찮지만 그것이 좀 왜곡된 방향이거나 그러면 안 될 거 같아요,
김어준 솔직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정치적으로 말고….
김규항 글쎄 그놈들 얘긴 한주만 쉬자니까. 니가 무슨 <주간조선>이냐. (웃음) 매주 <조선일보> 이야기를 하게. 정치인은 진실을 표현하기 어려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인으로서의 고뇌가 있다면.
추미애 지금 제가 경력 5년짜리 정치인이지만 5년 동안 배운 건 원칙을 계속 유지해 나가야만 정치생명이 있다는 거예요. 내가 국민들한테 전하는 메시지가 희망적이라면 충분히 여러 사람들이 따라올 수 있다고 저는 믿고 있어요, 그 믿음을 날마다 상기시키니까 심리적으로 오늘같이 낙선한 날도 우울하거나 하진 않아요.
김규항 어준아, 오늘의 결론.
김어준 원칙대로 살자. (웃음)
김규항 추미애 전 판사께서 선고를 내리시죠.
추미애 낙선한 저를 데려다 놓고, 희망이 있느냐를 물어보신 거고… 항상 도전하고 깨는 사람에게 희망이 있다는 거죠.
김규항 희망은 있다.
김어준 끝에 괄호 열고 ‘자위’라고 넣어주세요. (웃음)
추미애 매도하지 마세요. (웃음)

(사진/추미애 의원은 자신이 조직기반 없이 오로지 희망제시로 얻은 1627표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느꼈다고 했다)
“떨어진 게 아니라니깐….” 추미애 날개를 달려다가 날개를 접은 거니까, 떨어진 건 아니에요. 김어준 아닙니다. 떨어진 겁니다. (웃음) 편하시겠어요. 그렇게 논리개발도 잘하시고. (웃음) 추미애 18.7%가 얼마나 의미있는 표인데요. 당내 선거에서 완전히 조직기반 없이 ‘아이 러브 민주당’ 해가지고 애당심과 희망을 보여줘 얻은 것인데. 김어준 그러니까 편하시겠어요. 그렇게 스스로 위안을 잘하시니까. (웃음) 김규항 결과를 예상하셨습니까? 추미애 아뇨. 예상보다 낮게 나왔어요. 여론조사에서 22∼24% 올라가는 추세였는데…. 김어준 여성의원은 이번에 두분이 나왔죠? 김희선 후보하고 추미애… 뭐라고 해야 하나. 추미애 의원 뒤에다 ‘님’자 안 붙여도 돼요. 그런데 보는 데서는 붙여주세요. (웃음) 김어준 안 보면서 얘기해야 되겠다. (고개 돌리며 웃음) 김어준 이른바 민주당 소장파 중엔 정동영 의원하고 김민석 의원하고… 추미애 의원‘님’…, 보면서 얘기하니까. (웃음)… 세분을 이야기하는데, 대의원 투표말고 밖에서 인기투표 같은 거 하면 세분이 항상 순위에 들곤 하잖아요. 그런데 왜 떨어지셨을까요. (웃음) 추미애 떨어진 게 아니라니까.(웃음) 김어준 계보도 없고 자금과 조직력도 없고… 그런 탓인가요? 추미애 정당의 ‘당’자는 무리 당(黨)자잖아요. 그 무리라는 건 이념 또는 비전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고… 정당이라는 게 자기의 후견자를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거고 그 후견자에게 기댈 수 있는 힘을 누가 갖고 있는가를 다들 계산하게 되겠죠. 그런 것이 우리한텐 부족하단 말이죠. 그러니까 이번 경선에서 지구당 위원장들이 “내가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누구냐”라고 판단하고 대의원들한테 그런 식으로 설득을 해내기 시작하면, 우리같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고 정책적 대안을 통해 호소하는 건 장애물에 좀 부딪히겠죠. 김어준 한 가지 더, 여성이란 것 때문에도 어려움이 있었을까요? 추미애 여성이 조직을 가지긴 어려운 구조 아니겠어요? 조직을 통솔 지휘하는 그런 게 필요하잖아요. 쉽게 말하면 술을 마신다든가 해서 시간을 함께 많이 보내주고 해야 하는데… 뭐 솔직히 말하면 그런 게 어렵죠. 김어준 그럼 앞으로도 힘들겠네요. 추미애 제가 경선과정에서 주연설내용이 두 가지였는데… 첫째는 교육강국을 만들겠다는 거였어요. 사회적 불평등의 시발 자체가 교육을 통해서 고착화된다는 거죠. 부자는 사교육비를 들여서라도 계속 좋은 교육받고, 없는 사람들은 안 좋은 공교육 환경에서 있어야 하는 거죠. 사회에 나와서도 이게 계속 되물림되는 거예요. 또 하나는 사회적 약자가 더불어 살 수 있는 복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런 쪽으로 집권후반기 방향을 틀자고 호소를 해서 얻은 표가 그 정도란 말이에요. 그렇게 설득해나가는 게 제 의무인 거죠. 만날 조직관리 한다고 술만 마시고 또는 “난 영남이니까” 또는 “난 호남이니까” 찍어달라 하면 그게 정치인가요? ‘당력이 긴 사람들’에 관하여 김규항 교육이 사회적 불평등의 시발이라고 하셨는데 추 의원께서는 학교 다니는 자녀가 있습니까? 추미애 셋. 중학교 1학년 한명, 초등학생 두명. 김규항 초등학교는 다 공립학교입니까? 추미애 네. 왜요? 김규항 추 의원께서는 남편도 변호사고, 추 의원도 판사생활 오래하셨다는데, 못사는 집은 아니죠? 추미애 근데 돈 버는 재주가 별로 없어요. 김규항 대개 그 정도 되면 경제적으로 썩 넉넉하진 않더라도 사립학교 보내는 경우가 많죠. 일찌감치 제 자식을 보통 아이들과 구분짓는 거죠. 추미애 그렇죠. 요즘은 누구나 생수를 다 먹지만 (테이블 위의 생수를 가르키며) 왜 비싼 돈 내가면서 각자 생수를 사먹습니까? 아까운 생수값을 수돗물에 투자하면 전부 다 좋은 물을 마실 수 있죠. 우리가 공공의 이익 창출에 다같이 참여하고 기여한다는 인식이 너무 안 돼 있어요. 김어준 놀라운 순발력이었다고 봐요. (웃음) 사립학교 이야기를 수돗물과 연결한 거…. 추미애 우리가 담세율이 20%거든요. 스웨덴 같은 복지국가 담세율은 50%라고요. 우리는 세금 적게 내고 각자 알아서 해결하자… 노부모 부양이나 장애인이나 다 각자 해결하자예요. 그러면서 불만은 많은 거예요. 김규항 담세율도 단순비교보다는… 스웨덴은 담세율이 50%인데다가 돈 많이 버는 사람은 훨씬 비율이 높죠. 같은 30%라도 비율이 좀더 공정하면 훨씬 나아지겠죠. 추미애 제가 유세하고 있는 동안에 <한겨레>에서 우리 조세제도가 빈부격차를 줄이지 못한다는 걸 1면 머릿기사로 썼데요. 김어준 최근 추미애 의원님이 당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했다고 하던데…. 추미애 비판했다기보다는, 우리 당이 너무 무기력하지 않느냐, 아래로부터 들을 말은 듣고 위를 향해 할말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한 거죠. 김어준 이른바 동교동계, 가신그룹이라고 표현을 하죠. 당력이 기∼인 사람들(웃음)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그런 사람들…. 걸림돌로 실제 작용하기도 하나요? 말씀하시기 곤란한 부분도 있겠지만. 추미애 그걸 염두에 두면 말 안 하는 게 낫지만, 염두에 안 두죠. (웃음) 김어준 그럼 말씀해 주시죠. 당력이 기∼인 사람들에 대해.(웃음) 추미애 정당은 애당심이 중요한 거고, 그 애당심이란 건 맹목적인 충성심과 분리해야겠죠. 안에서 볼 땐 단순한 맹목적 충성심이 필요한 게 아니고, 정말로 애국심에 버금가는 애당심 같은 게 필요하지 않나…. 김어준 그런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건가요? 당력이 긴 사람들은? 추미애 부족하죠. 김어준 구체적으로 누굽니까? (웃음) 추미애 시각 자체를 넓게 봐야 하는데 좁게 보면 함몰되잖아요. 김어준 당력 긴 사람들이 걸림돌이라면 무리해서라도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물론 당력 긴 사람들이 현실적인 힘을 가지고 있고 또 정치는 이상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국민이 정당의 사이클에 맞출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당이 국민에게 맞춰야지. 김규항 전 추 의원을 잘은 모르지만, 4.3특별법 때도 앞장 섰고 보수정당 구조 안에서는 상당히 개혁적인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신념을 거의 전적으로 말할 수 있는 운동가와 그럴 수 없는 제도권 정치인의 처지는 많이 다른데…. 우리나라가 어떤 사회가 되길 바랍니까. 아까 스웨덴 말씀하셨는데, 서유럽의 사회민주주의 같은 걸 바란다든가. 추미애 저는 아주 진보적이진 않죠. 김어준 그렇게 생각합니다. (웃음) 추미애 ‘쪼금’ 진보적이죠. 아니, ‘쪼금’이 아니고 ‘조금’ 진보적이죠. ‘쪼금’이라고 하면 참깨 같으니까. 김규항 더 진보적이라고 해봐야 지금 우리나라 제도권 정치상황에서는 발현하기 어렵죠. 김어준 바로 빨갱이가 되기 때문에. (웃음) 왜 개혁은 현장에서 버림받는가 추미애 제가 지난 4·13총선 때 그랬어요. 꿈보따리 사회를 만들겠다고. 꿈이 있는 사회, 보람이 있는 사회, 따뜻한 사회…. 그게 이상사회인데 제가 만들겠습니다라고. 허황된 이야기 같지만 그런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지금 그것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어준 대답이 안 될 것 같아요. (웃음) 김규항 몽상적 사회주의자시군. (웃음) 이른바 김대중 정부의 개혁성과에 대해 초기에 지지를 많이 했던 분들 중에는 실망을 하는 분들도 많죠. 최근 상황만 보더라도 남북정상회담처럼 돋보이는 게 있는 반면 실제론 정반대되는 것들도 많거든요. 실제적인 개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식적 멘트말고요. 어차피 떨어졌는데. (웃음) 추미애 개혁 프로그램에 대한 단계별 시간표가 있어야 했는데 그걸 못한 채로 그냥 온 거예요. 뭐 큰 거는 된 거죠. 경제위기 극복이나 남북화해협력시대를 개막하는…. 근데 구체적 대안이 없어서 안 되는 부분이 바로 각 분야의 구조조정 같은 거죠. 의약분업 같은 경우 저항하면 당근 주고 또 저항하면 당근 주고, 이런 식으로 하니까 시간표대로 가질 못하고 밀리는 식으로 되고… 국민들은 현장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하니까 개혁저항세력+국민불만이 뭉쳐져서 개혁작업이 작동이 안 되는 상황이잖아요. 김규항 8월에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탈법적으로 연행된 이들이 서너명인데, 그 중 한명은 옷을 벗겨 관장을 시켰답니다. 추미애 뭘 숨겼나 하고…. 김어준 국민복지 차원의 시술 아니었을까? (웃음) 김규항 변비? 롯데호텔 노동자 파업에 대한 무리한 진압도 그렇고. 아무리 기대치를 낮추더라도, 구태를 밟고 있다고 보는데. 두 사건에 대한 의견은 어떠세요. 추미애 정권의 도덕성 자체는 역대 어느 정권에서 볼 수 없을 정도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거지만, 현장에서는 그게 잘 작동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그래서 인권법도 만들자는 거죠. 근데 그것들이 자꾸 주춤거리는 거예요. 뭐 인권법 만들어 놓으면 수사관이 어떻게 수사하란 말이냐는 식으로 자꾸 반발이 생기고. 인권법상의 인권위를 만들고, 조사권을 주고… 그런 걸 빨리빨리 했어야 하는데, 관료집단에 후퇴하면서 제때제때 착지를 못 시킨 거예요. 김규항 몇달 전 강기훈 유서대필사건의 주임검사였던 강신욱 대법관 후보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 쾌도난담에서 서준식 선생을 모시려고 했습니다. 근데 청문회 보다가 그 분이 열받아서 ‘빵구’를 내신 적이 있어요. 추미애 열 받을 만하죠. 김규항 서 선생이 대신 글을 써서 보냈는데, 추 의원이 청문회장에서 굉장히 물고 늘어졌다고 했거든요. “강기훈, 나 같으면 ‘무죄’를 선고하겠다” 추미애 강기훈 유서대필사건이, 제가 볼 땐 무죄예요. 그때 기록을 책자로 다들 보존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 봤는데 역시 무죄더라고요. 그 필적감정이라는 것 자체가 DNA분석이나 혈액감정과는 다르게 사람의 오관에 의존을 해요. 과학적으로 기계가 분석해서 해내는 게 아니라는 거죠. 김기설씨가 군대에서 근무하면서 남긴 필체가 좀 있었어요. 근데 그 사람이 필체 자체가 다양한 사람이에요. 흘림체를 쓸 줄도 알고… 그러니까 애인한테 편지 보낼 때는 멋을 부리고 차트 글씨는 정자체이고 보통 방명록에 서명할 때는 흘림체이고… 근데 유서를 쓸 때는 가슴이 뜨겁거나 격정적인 순간 아니겠어요? 내가 누구한테 호감을 얻기 위해서 잘 보이기 위해서 꾸미는 상태가 아니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필체일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상태의 필체를 구해다가 보면 그건 김기설씨의 필체가 맞는 거예요. 하지만 그런 식으로 감정을 안 했어요, 추미애 의원은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무죄’의 이유를 자세하게 들었다. 재판부가 중요한 증거에 대한 변호인단의 재감정 요구를 거부하는 것을 성토하기도 했다. 3심을 거친 뒤에도 진실이 의심된다면 4심, 5심까지도 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강기훈씨가 만약 재심의 기회가 있고, 자신이 지금 현직 판사라면 그는 ‘무죄판결’을 내리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김어준 차기 대권주자는 누가 될 것 같습니까? (웃음) 김규항 그야 당연히 권노갑이지. (웃음) 추미애 아니 전 엊그저께 여성대통령도 나올 수 있는 시대라고 호소를 했는데요? 김어준 그게 본인이란 말씀입니까? (웃음) 요번엔 누가 될까요. 직접 나가실 건가요? 추미애 나갈 수 있는 나이는 돼요. 김어준 아직 당력이 짧기 때문에…. (웃음) 그럼 누가 되길 원하십니까, 또는 누가 될 것 같습니까? 추미애 이름 석자를 거명할 순 없고…. 김어준 에이, 조∼옴 해주세요. (웃음) 추미애 이번 경선을 보면서 공부를 참 많이 했어요. 경선 참 잘했다, 이게 적어도 예비선거는 되겠구나. 한 인물을 대중 앞에 세워놓고 평가를 해볼 수 있는 기회였어요. 앞으로 2년 뒤에도 전당대회가 대선전에 또 한번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때 보죠. (웃음) 김어준 그럼 존경하는 동료 정치인은 누굽니까. 소장파 제외하고. 말씀 좀 해주시죠. 추미애 아무도 존경하지 않는 건 아니고…. 아끼고 싶기 때문이죠. 김어준 그럼 미워하는 의원은. 김규항 정치적으로는 정동영 의원. 그 양반은 되고 추 의원은 떨어졌으니까. (웃음) 추미애 개인적으로 미운 사람은 없어요. 김어준 아이고 잘도 빠져 나가셔. (웃음) 김규항 생각보다 노련하시군요. 추미애 아니 노련하지 않아요. 당력이 짧은데. (웃음) 김규항 16대 국회의원 당선자 연수를 할 때 추 의원께서 재미있는 교육을 했다고 해요. 기자 상대하는 법 등등…. 그 얘기를 좀 해주시죠. 추미애 제가 처음 당에 왔을 때 부대변인으로 있었어요. 대변인실에서 항상 논평 같은 거 써내고… 금방금방 되지도 않는 말 써내고. (웃음) 김어준 이건 꼭 넣어야겠다. 판결문과 성명서의 차이

(사진/여성대통령을 꿈꾼다? 8월31일 민주당 임시전당대회에서 연설하는 추미애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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