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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조센징’의 노래를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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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3-1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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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정용 기자)
“아버지의 고향 청하로, 아직도 여기서부터 멀고 먼 곳…. 어디까지나 이어지는 긴 길 저 너머에 산이 있다. 아버지도 옛날에 이 길을 걸어서 왔는가 생각하니 마음이 차츰 뜨거워진다. 아버지가 태어났던 그 자리에 나는 드디어 왔다. 밤새 그 자리에 혼자 쭉 있고 싶었다.”

재일한국인 2세 아라이 에이치(52·한국명 박영일)씨가 95년 발표한 음반 <청하로 가는 길>은 일종의 커밍아웃이었다. 아버지의 고향인 청하로 떠나는 것으로 시작, 조센징이라고 따돌림당하고 방황했던 십대의 이야기, 무작정 건너간 미국에서의 떠돌이 생활과 나그네 길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조센징으로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48절의 가사에 실어 당시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아라이는 이 곡으로 그 해 일본 음반 대상 음반대상?? 수상했고, 20대 이후 먹고살기 위해 가수생활과 병행해야 했던 트럭운전을 접었다.

에이치씨는 오는 4월27, 28일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 “99년 <청하로 가는 길>을 한국어로 발표하면서 한국 공연을 몇 차례 시도했지만 성사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행복합니다.”

어린 시절 차별 때문에 학교를 때려치우고 일찌감치 ‘불량소년’의 길로 접어든 그는 십대 중반에 미군부대에서 일하며 음악을 알게 됐다고 한다. 20대 초반 맨몸으로 도미해 식당 웨이터 등을 전전하며 서구 음악을 흡수한 그는 29살에 일본 대중음악계에 데뷔했다.

일본에서도 충분히 자리를 잡고 활동하는 그가 번번이 무산돼온 한국 공연에 집착하는 이유는 “죽을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다. “한국인이라고 하더라도 한국말을 못하는 재일동포들이 많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재일동포들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왜 한국말을 배울 수 없었는지, 그리고 내색하지 않지만 망향의 서러움이 얼마나 깊은지에 대해서 전하고 싶습니다.”(공연문의 02-708-5001∼5)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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