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1일 홍역 확진자가 발생한 경기도 안산의 하나병원 입구에 홍역 예방 수칙 등에 관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말 미개하거나 극성인 일부 부모의 예방접종 거부나 지연으로 전염병이 다시 돌고 있는 걸까. 최근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을 예방하는 혼합백신인 MMR 접종률은 2017년 기준 97.6%로 같은 연령대에 백신을 맞히는 미국(91.1%), 영국(92.8%), 오스트레일리아(95.3%) 등에 견줘 높다. 1년 전(97.8%)와 비슷하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는 “최근 동남아와 유럽 등에서 홍역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잦은 국제 교류로 (바이러스가)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본다”며 “접종률이 낮아서 생긴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홍역만이 아니다. B형간염,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aP), 소아마비(IPV) 같은 주요 백신 접종률도 선진국 평균치를 크게 웃돈다.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의 효과가 크다. 정부는 2014년부터 만 12살 이하 어린이가 17종의 감염병 백신을 무료로 맞을 수 있게 해왔다. 감염병으로부터 몸이 약한 어린이를 보호하는 동시에 공동체를 지키는 ‘집단면역’(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면역을 가지고 있을 경우 병원체 전파가 차단되는 현상)을 확보하려는 조처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준해서 봐도 필수 예방접종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높은 백신 접종률이 곧 백신에 대한 확신을 뜻하지는 않는다. 자녀에게 예방접종을 하는 부모들 중에도, 인공면역을 만들기 위해 인간 몸에 주입하는 가짜 병원체인 백신 성분이 안전한지, 그로 인한 부작용(예방접종 뒤 이상 반응)이 없는지 의심하는 이가 꽤 많다. 2017년 12월 질병관리본부가 자녀가 있는 20~40대 여성 1068명에게 ‘인플루엔자 무료 예방접종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백신 성분 안전성이 우려된다’는 응답은 전체의 15.3%, ‘이상반응이나 부작용을 우려한다’는 응답은 20.5%로 나왔다. 백신 부작용 우려는 실재 이처럼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확신 없이 마지못해 예방접종을 수용하는 부모의 행동은 ‘백신에 대한 망설임’으로 설명된다. 양극단인 ‘백신 거부’와 ‘백신 수용’의 중간 어디쯤에서 백신 접종을 고민하는 부모들에 대해 세계보건기구가 규정한 개념이다. 2017년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자연주의 육아 모임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처럼 ‘수두파티’(수두 백신을 맞히지 않고 수두에 걸린 아이들과 함께 놀게 해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를 하며 극단적으로 백신을 거부하는 부모들은 극소수지만, 접종을 주저하는 부모들은 한국에서 꽤 많다. 만 1살, 4살, 6살, 8살 아이 4명을 둔 강성진(가명)씨는 셋째 아이까지는 “정부에서 맞으라고 하니 아무 생각 없이” 필수 예방접종을 다 했다. 그러다 3년 전쯤부터 “백신에 수은이 있다더라” “백신을 맞고 나서 자폐가 생겼다”는 등의 이야기를 듣고선 3개월 된 막내는 접종하지 않고 있다. “1% 확률도 내 아이한테 올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 강성진씨가 들은 정보에는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가 섞여 있다. 먼저 수은, 알루미늄, 포름알데히드 성분이 든 백신이 있긴 하다. 알루미늄은 적은 항원으로 면역반응을 강화하는 첨가제로, 수은은 박테리아 오염에서 백신을 보호해 오래 사용케 하는 보존제로 쓰인다. 현재 어린이 필수 예방접종 중 수은을 보존제로 사용한 백신은 없지만, 알루미늄은 지금도 면역증가제로 흔히 쓰인다. 포름알데히드는 백신 생산에서 만들어지는 부산물로 대부분 정제 과정에서 사라진다. 질병관리본부 예방관리과 관계자는 “수은과 알루미늄은 워낙 극미량이라 과학적으로 위험을 일으킨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부작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백신 구성 물질로 인한 이상반응이나 백신 생산·유통·접종 과정의 오류로 가볍게는 발열과 부기, 심하면 뇌병증이나 장기도 손상시킬 수 있는 아나필락시스(알레르기 쇼크)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보건 당국도 인정한다. 2018년 어린이에게 실시한 총 1400만 건의 필수 예방접종 중 백신 부작용으로 인정받아 피해를 보상받은 사례는 32건이다. 홍역백신 자폐 유발은 허위 정보 반면 ‘홍역백신이 어린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정보는 사실이 아니다. 1998년 영국 의사가 이런 내용의 논문을 발표해 전세계 부모들을 경악시켰으나 이후 연구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져 의사 면허를 박탈당했다. 최근엔 국내외에서 자궁경부암을 예방해주는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만 12살 여성 청소년 대상)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공식적인 부작용인 발열, 메스꺼움을 넘어 만성통증과 감각이상 같은 부작용이 있다는 신고가 잇따라서다. 2012년 HPV 백신 접종을 도입한 일본에서는 1년 만에 2천여 건의 부작용 신고가 접수되자 접종 권고를 중단하기도 했다. 황승식 교수는 “일본 학계에서 조사한 결과 (백신 이상반응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관리 부실 역시 불안을 부추긴다. 지난해 11월, 만 1살 미만에 흔히 쓰이는 일본제 경피용 결핵예방(BCG)에서 독극 물질로 알려진 비소가 검출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회수에 나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극히 소량이 검출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식약처가 백신 원재료인 분말과 달리, 이번 비소가 검출된 생리식염수 등 첨부용제는 별도로 검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비판받았다. 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부모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충분한 설명과 설득이다. 보건 당국이나 의사들은 “부모들이 인터넷 가짜뉴스에 빠져 있다” “백신은 무조건 맞아야 한다”고 되풀이할 뿐 객관적 증거로 백신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노력을 크게 키울이지 않는다. 지난해 8월, 고미진(가명)씨는 코피를 쏟는 15개월 된 아이를 안고 응급실로 달려갔다. 뇌수막염과 폐렴구균 접종을 하고 돌아온 이튿날 새벽이었다. “일주일 전에도 두 가지 접종을 동시에 했기에 아이 몸이 부담을 느꼈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접종한 직후 코피가 났다는 아이가 여럿 있었다. 그러나 응급실 의사는 “접종 부작용은 거의 없다. 집이 너무 건조해서 코피가 난 것 같다”며 미진씨를 돌려보냈다. 그 뒤 어린이집에 접종내역서를 보내려고 필수 예방접종은 하고 있어도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집단 면역을 위해 부모들도 불안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엄마 의사 야옹선생의 초록 처방전>을 쓴 박지영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사회에서 ‘약자’에 대한 보호 장치로 백신을 이해하면 부모들의 마음도 편해질 거라고 조언한다. “백혈병에 걸린 아이처럼 면역력이 너무 떨어진 아이들은 백신 접종을 못하니까 집단면역의 보호를 받아야 해요. 세금이랑 비슷한 거죠. 나는 세금을 안 내고 다른 사람이 낸 세금으로 살면 가장 좋지만 그게 올바르진 않잖아요. 내가 세금을 내서 못 내는 사람도 도와줄 수 있으면 좋잖아요.”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백신 불안, 세계는?
예방 접종을 선택할 권리를 달라
2월20일 미국 워싱턴에서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하는 엄마들이 아이를 안고 행진하고 있다.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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