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기자
부산의 노무현과 비교하면서 대선 주자로는 2% 부족하다고들 꼬집는다. 솔직히, 나 자신이 아직 대권 주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기대다. 정말 부담스럽다. 노 전 대통령은 타고난 열정덩어리고 치열했다. 자기 앞에 놓인 난관을 극복하면서 한 발짝 한 발짝 올라간 사람이다. 나는 시류를 타는 행운을 누렸다. 엄중하게 책임지고 문제를 푸는 경험도 모자란다. 책임다운 책임을 지는 일은 행안부 장관이 처음이다. 정치 운명을 걸어본 것도, 수도권 3선 의원을 던지고 대구에서 다시 시작한 것 정도다. 노 전 대통령의 열정과 책임감, 불굴의 의지, 그런 것을 내가 흉내 낼 수 없다. (대구 사람들이) 김부겸의 그런 겸손함을 좋아하면서도, 더 과감하게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김부겸을 아쉬워한다. 나는 대구·경북에서 아직 12분의 1 내지 25분의 1(대구 지역구 12개, 경북 지역구 13개)에 불과하다. 티케이(TK) 지역에선 박정희에서 박근혜로 이어지는 역사의 일체감이 여전히 뿌리 깊다. 대구에서도 2개 이상의 당이 유의미하게 경쟁하는 시대를 이제 열어가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은 부산·경남의 민주주의 세력을 굳건한 한 축으로 되살려냈다. 그런 점에서도, 대구의 김부겸은 부산의 노무현 발뒤꿈치도 못 따라간다고 생각한다. 노 전 대통령처럼 나도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정치적 대의를 지향한다. 하지만 정치하는 스타일은 많이 다르다. 노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에 직접 몸으로 맞서 싸웠다면, 나는 대화와 설득으로 대구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내가 해야 할 정치는 ‘통합의 정치’이다. 김부겸의 정치철학 때문에 김부겸의 상품성이 안 만들어진다면 어쩌겠나. 상품이 되기 위해 정치철학을 바꿀 수도, 갑자기 싸움꾼이 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김 장관은 자신의 정치적 선배로 두 사람을 존경한다고 했다. “한 분은 빈민운동을 이끌었던 고 제정구 의원이다. 그분은 도인 기질이 있었다. 끝없이 자신을 명상하고 돌아보고…. 제정구의 정신은 나를 비움으로써 얻는, 가짐이 없는 자유였다. 다른 한 분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제도정치권에 들어온 뒤 20여 년간 같이 지냈다. 노무현은 세상의 부정과 불의에 분노하고 끝내 굴복하지 않는, 그런 인간의 정신을 보여주었다. 두 분은 전혀 다르면서, 나한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제정구 전 의원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다. 그렇다. 벌써 20년이 됐다. 2월9일 경남 고성 묘소에서 300명 이상이 모여 추모식을 했다. 어느 신문에 “제정구가 이제 역사가 됐다”고 썼더라. 우리 옆의 형님 같던 제정구가…. 20주기 때 제정구와 함께했던 사람들을 보면서, 한 인간의 아름다움이란 이런 거구나 싶었다. 세상의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면서, 열정으로 사람들을 감염시켰던 노무현은 그와는 또 다른 세계였다. 서울에선 뿌리를, 대구에선 당을 보지 않으려 얼마 전 지역신문에 ‘신공항 광풍이 부는데 아무 입장 표명이 없다’고 김 장관 등을 비판하는 보도가 나갔더라. 김부겸의 확실한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대구의 정서와 기대가 깔려 있는 것 아닌가. 장관직에 있으면서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다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내 소신이 분명하다. 정부가 바뀌었다 하더라도 이미 합의된 원안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대구 통합공항의 경북 군위 이전은 김해공항 확장을 전제로 한 것이다. 만약 김해공항 확장안이 깨진다면, 그게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힘을 주어서) 이건 분명히 하자. 내 입장은 기존 합의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김 장관과 결이 다른 사람이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이 된 것을 지적하는 소리가 들리더라. 한 정치인이 한 지역을 배타적으로 장악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젠 당원들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 설사 내 생각과 다른 분이 뽑혔더라도, 당원들의 선택이라면 그분을 중심으로 잘 꾸려지도록 도와주는 게 내 역할이다. 어떻게든 내가 옳다고 밀어붙이는 것은 이제 아니다. 거칠게 말하면, 때로는 문재인 대통령과 맞짱뜨는 모습을 대구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것 같다. 나설 일이면 당연히 나서겠다. 하지만 대구·경북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대통령의 선택 중에 그렇게 잘못된 게 있는가, 되물어보고 싶다. 당장 보기에 시원할지 몰라도, 장관이 대통령이나 총리한테 맞서는 것이 옳은가. 정부 안에서 엇박자를 내기보다 하나의 팀으로 책임지고 움직이는 게 더 중요한 국면이라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2년도 안 됐다. 더불어민주당에 몸담은 티케이 정치인의 숙명인가. 당에 가면 대구라는 우리의 뿌리를 보지 않으려 하고, 대구에 내려가면 우리 당을 보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나나 홍의락 의원이나…, 대구라는 뿌리를 지녔을 때 존재 의미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이면서 티케이 의원이다. 티케이를 단순히 군부 권위주의의 소산으로 폄하할 순 없다. 현대사를 관통하는 나름의 희생과 가치, 공동체의 책무, 이런 것이 어우러져 있다. 그런 것을 어떻게 한 칼로 내 편 네 편을 갈라 이야기할 수 있겠나. 서경상도 사투리 쓰는 사람 3명이던 시절부터
김부겸 장관이 2월19일 불이 난 대구 포정동의 사우나 건물을 찾아 현장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시민의 목소리
“우리 문디인가” 혹은 “2% 부족”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인터뷰를 하면서 50대 진보·보수 성향 두 사람의 도움말을 들었다. ‘정치인 김부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 아래 그대로 전한다.
진보 성향 대구 시민 대구에서 김 장관만 한 여권 인물이 없다. 수도권 3선 의원 포기하고 자기 결단으로 내려와 대구에 깃발을 꽂았다. 친화력도 탁월하다. 김 장관 덕분에 더불어민주당원들도 여럿 기초의원에 당선됐다. 하지만 아쉬움도 크다. “김부겸이가 우리 ‘문디’(문둥이의 대구 사투리)인가” 하는 의구심이 남아 있다. 한 번 낙선하고 떠나간 유시민 전 장관보다는 낫다 하나, 이 사람이 정말 대구에 뼈를 묻을지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가진 게 많고 똑똑하고 대구에 빚진 것도 없으니까, 오히려 더 아래로 못 내려가는 것 아닌가 싶다. 현안이 있을 때마다 확실한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문 대통령과도 때로 맞장 뜨는 모습을 보고 싶다. 욕먹더라도 맨 앞에서 대구 사람 설득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보수 성향 대구 시민 진보와 보수를 떠나, 대구에서의 김 장관 이미지가 괜찮다. 뚜렷한 흠이 없다. 보수 쪽에서도 그만한 인물이면 뽑아줄 만하다고 대체로 생각한다. 그만큼 대구에서 김 장관의 지지 기반은 탄탄하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실망감이 여전히 크고, 대구 수성구에서 김 장관과 맞붙을 경쟁자도 없다. 대구시장으로 출마해도 당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다만 대선 주자로는 2% 부족한 느낌이다. 자유한국당에 실망한 정서가 김부겸 지지로 이어진 거지, 김부겸 열성 지지층이 적극적으로 김부겸을 만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부겸의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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