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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살림이 즐거운 재활용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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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3-1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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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는 사각의 테두리에 ‘갇혀’ 지내는 주부의 삶을 고인 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전업주부 25년 경력의 조혜선(49)씨는 직장인 못지않은 사회인이다. 살림을 사회화하는 게 그의 주요한 고민이자 일이다. 예컨대 여느 요리책과는 분명히 다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요리>(아라크네 펴냄)가 그런 성과 중 하나다. 남은 음식으로 새로운 요리를 하는 방법을 아주 맛깔스런 사진과 함께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음식쓰레기를 대폭 줄이는 환경친화적 요리법이자, 똑같은 요리를 다른 날에 할 경우에 비해 재료비와 시간 등을 크게 줄인 경제적 살림법이다. 또 사회생활하는 주부, 혼자 사는 남자 등을 위한 훌륭한 정보이기도 하다. 먹다 남은 감자국이 감자수프로, 차게 식은 쌀밥이 우유죽으로, 김치가 김치스파게티로 손쉽게 변신시키는 방법들인데, 한식이 곧바로 서양식으로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요리하는 건 원래 즐기기는 했지만, 늘 남는 게 고민이었어요. 먹어치우는 것도 한계가 있고, 90년대 초부터 나름대로 환경운동을 해왔는데 음식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부담스럽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새로운 요리를 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 거죠.”

살림하면서 고민하고 실천해본 결과를 일기처럼 옮겨본 게 훌륭한 요리책이 된 셈이다. 조씨는 이런 일을 좀 멀리 보고 있다. “이번 책은 봄 편이고, 곧 여름, 가을 편 등 계절별로 묶어낼 계획이에요. 식단은 계절감이 중요한데다 냉장고 관리 등 철별로 살림하는 데 조금씩 변화를 줘야 하거든요. 또 입는 것 등 살림의 모든 방면으로 넓혀가려고 해요.”

책보다 더 소중해 보이는 건 그의 끊임없는 자기개척이다. 항공사에서 일하다 결혼하면서 전업주부가 되면서 느낀 상실감이 첫 번째 고비였다. “뭘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어요. 일단 내가 뭘 원하는지 찾기 위해 스크랩을 통한 정보의 집적부터 손을 댔고 거기서 작은 꿈들을 가꾸게 됐어요.” 두 번째 고비는 최근 2년 동안의 심한 가슴앓이였다. 두 아이가 어느덧 20대가 돼 다 크면서 어머니이자 아내이자 사회인으로 또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전업주부들이 느끼는 도태감을 사회생활 이상으로 부가가치화한다는 방향을 세우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는 기분입니다. 삶을 꼭 집 안과 집 밖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눌 필요가 없는 거죠. 살림 속에서도 삶을 재발견할 길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어요.”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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