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서 군 가혹 행위 피해자 ‘이 일병’(가명)의 어머니 이순미씨가 아들을 ‘부적응자’로 낙인찍은 현역복무 부적합 심사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박승화 기자
‘무탈’했던 이 일병의 군생활에 ‘탈’이 생긴 건 자대배치 뒤 20여 일 만인 그해 9월25일이었다. 사단장 참관 아래 전투력 측정 훈련이 진행된 긴장감 도는 날이었다. 방호복에 특수마스크까지 쓰고 더위를 견디던 이 일병은 훈련 직후 실신했다. 이씨는 “쓰러진 아이를 병원으로 호송하지 않고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며 부대 지원과장실에 3~4시간 눕혀놨고, 그날 저녁 바로 생활관으로 보내버렸다”고 했다. 머리가 깨질 듯하고 구토 증상까지 느낀 이 일병은 선임에게 “병원에 데려가달라”고 호소했다. 아무 권한이 없던 선임은 “미안하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다”며 사비로 이온음료를 사줬다. 이씨는 “그때 그 선임이 생명공학 전공자라 ‘고온에 의한 탈수’에는 이온음료를 마시는 게 좋다는 걸 알았다. 그 선임이 아니었더라면 우리 아들을 놓쳤을(죽었을)지 모른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세 차례 자살 시도 그리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부대 내 ‘착한 선임’의 인도주의는 거기까지였다. 아직 열병을 추스르지 못하고 혼미한 상태였던 이 일병에게 ‘나쁜 선임’들의 가혹 행위가 시작됐다. “동물 몸에 상처가 나면 벌레가 꼬이잖아요. 팔 하나 떼어가고 다리 하나 떼어가고… 나중엔 차라리 자기 몸을 포기하고 싶게끔 만드는 일이죠. 우리 아들 부대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발병 전 사진 속 이 일병의 외모는 텔레비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돌 가수’와 비슷했다. 남자치곤 유난히 마른 몸, 하얀 피부, 동그랗게 큰 눈… 군에서 여러모로 튈 수밖에 없는 ‘예쁜’ 외모였다. “선임병 몇 명이 자대배치 때부터 우리 아이를 찍었다고 한다. 아프기 전부터 갑질이 있었는데 우리 아들이 선임병 예우를 해주며 참고 넘어갔다. 애가 쓰러지고 나니까, 선임병들이 ‘이때다’ 하면서….” 이씨는 아들이 당한 가혹 행위를 언급하면서 부들부들 떨었다. 이씨가 떠올리고 싶지 않아 한 선임병들의 가혹 행위는 식탁 위에 놓인 대구지방법원 판결문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주 가해자인 ㅅ병장은 15일간 군영창에 다녀왔으나, 이씨는 ㅅ병장 제대 뒤 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에서는 위력행사가혹행위 및 상해 혐의를 인정해 ㅅ씨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이 일병에게 합의금 2500만원을 지급한 ‘정상참작’ 결과였다. “피고인은 제25보병사단 병장이었고, 피해자는 일병이었던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4년 9월25일 21시20분경 생활관에서, 저녁 점호 청소 시간에 피해자가 불침번 역할을 잘 이해 못하고 ‘지금 일보사항 보여드립니까?’라고 묻는다는 이유로 화가 나, 피해자에게 ‘×× 돌았냐, 미쳤어? ×× 돌았냐고? 뒤지고 싶어? 말 그따위로 할래?’ 등의 욕설을 하면서 피해자의 입 가까이에 매미를 들이밀어, 매미를 먹으라고 강요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력을 행사하여 가혹 행위를 함과 동시에, 피해자로 하여금 치료 일수 불상의 불안장애 및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 선임병 ㅅ씨가 이 일병에게 매미를 먹으라고 강요했다는 2014년 9월25일은 김씨가 쓰러졌다 깨어난 바로 그날이었다. 어머니 이씨는 “주범의 판결문에 적힌 건 가혹 행위의 일부”라고 했다. 체력이 바닥을 칠 때 가해진 정신적 고통은 삶을 내려놓고 싶을 정도였다. 가해자들과 격리되지 않은 채 한 공간에 머물며 트라우마를 호소하던 이 일병은 이 사건 이후 부대에서 세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한 번은 흉기로 복부를 찌르려다 발각됐고, 총을 목에 겨눴다가 엄마를 떠올리며 마음을 고쳐먹기도 했다. 차량 연료를 마시고 ‘일’을 치려다 들켜 3일간 격리 수용당하기도 했다. 군에서 “아이 (병원에) 데려가라”고 연락을 받았을 땐 이씨도 ‘설마’ 했다. 아들한테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휴가를 받아 데리고 나온 아들은 “입대 전 그 아들”이 아니었다. 이 일병은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 발길질을 해댔다. 가족을 주먹으로 치고 때렸다. “칼을 사서 그놈들을 찔러 죽이겠다”며 가해자들에게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화를 쏟아내다 지치면 가족에게도 입을 닫았다. 불안장애, 우울증 등 복합 증상을 보이던 이 일병의 최종 진단명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였다. 육군 “원래 심약한 아이가 군에 들어와…” 어머니 이씨는 희망했다. “부대에서 아들을 잘 치료하고 달래가며 정상적으로(만기) 제대시켜달라”고. 민간 병원 의사도 치료만 잘하면 가능한 일이라고 했으나, 군에서는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게 이씨의 생각이다. 현역 복무가 어려울 만큼 이 일병의 상태가 악화된 뒤에는 ‘군에 두면 아들을 놓칠까’ 싶어 “의병 전역을 시켜달라”고 요구했다. 군에서 병을 얻었으니 ‘현역 부적합자’가 아니라 ‘의병’이 사실에 부합하고, ‘전시근로역’보다는 ‘의병 전역’이 취업 등에서도 불이익을 덜 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일병의 공무 상병 인증서를 보면 “발병 장소-영내, 병명-불안장애·외상후스트레스장애, 전공상구분-공상”이 확인된다. 상이등급 6급 2항에 해당돼 서울지방보훈청의 보훈보상 대상자로도 인정받았다. 국가가 완치 때까지 한 달에 85만원씩 지급한다. 그 얘긴, 달리 말해 이 일병의 질병에 국가의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육군은 ‘의병 전역 심사’가 아닌 ‘현역 복무 부적합 심의’를 거쳐 김씨를 제2국민역(전시근로역)으로 강제 전역시켰다. 육군 쪽은 <한겨레21>의 확인 요청에 “군병원에서 군의관이 진료한 것을 근거로 의병 전역 대상자를 심사한다. 병역 처분 기준에 따라 신체등급 5~6등급이면 의병 전역 절차를 밟고 1~4급은 부대로 돌려보낸다. 당시 이 일병을 진료한 군의관을 찾을 수 없어 정확한 확인은 불가능하지만, 군의관은 이 일병의 심신장애 상태가 5~6급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니라고 본 것 같다”고 답했다. 군의관이 이 일병의 심신 상태를 판단했을 땐 현역 복무가 가능한 1~4등급 수준이었으나, 이 일병이 생활관 복귀 뒤에도 계속 민간 병원 치료를 받으며 군 생활을 이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현역 복무 부적합 심의를 거쳐 전역시켰다는 얘기다. 육군 관계자는 “자대배치 뒤 면담에서 이 일병이 ‘우울하다’ ‘답답하다’ ‘선임병이 매미를 먹으라고 할 때 옛날에 아버지가 했던 행동이 떠올랐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매미를 먹으라고 한 건 당연히 잘못된 행위고 보훈처에서 공상으로 인정한 걸 보면 군 훈련이나 생활에 발병 원인이 있었던 것이 맞다. 하지만 매미를 먹으라고 하는 정도로 모든 군인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건 아니다. 원래 심약한 아이가 군에 들어와 변화된 환경과 선임병의 폭언에 적응하지 못해 일어난 일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발병 원인을 김씨의 성격이나 가정 환경 탓으로 돌린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설명이다. 하지만 기자가 “탈수와 가혹 행위가 있었던 9월25일 전 면담에서도 이 일병이 그렇게 힘든 감정을 표현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그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농구를 좋아하고… 활발하게 활동하였음”
‘이 일병’의 주민등록표 초본 병역사항과 학교생활기록부 내용. 이순미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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