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베트남 인민이 부럽죠”
등록 : 2002-03-06 00:00 수정 :
“우리도 베트남처럼 인민들에 의한 주체적인 독립을 쟁취했다면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까지 ‘나만 친일했냐’는 식의 더럽고 한심한 친일파 논쟁을 지리하게 끌고 오지 않았을 겁니다.” 대구에서 치과병원을 개업하고 있는
송필경(47) 원장은 최근 불거진 친일파 명단 논쟁을 보면서 “맨몸으로 미국이라는 ‘악의 축’과 싸워 독립을 일군 베트남 인민들의 정신이 세계인류사의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가”를 절감한다.
최근 송씨가 펴낸 <제국주의 야만에 저항한 베트남 전쟁>의 서문에도 이러한 생각을 담았다. 치과의사인 송씨가 원고지 1천매 분량의 베트남 전쟁사를 쓴 인연은 그의 고등학교 시절까지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형이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돌아와서 했던 이야기는 학교에서 듣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한국군이 베트남 민간인에게 아주 모질게 굴었다는 것과 베트남 사람들의 저항의지가 대단해서 미국 힘에 굴복하지 않을 거라는 거였죠.”
송씨는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건치) 회원으로 2000년 ‘화해와 평화를 위한 베트남진료단’ 참가하면서 베트남 현대사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진료단 참가자들의 교육을 위한 소책자용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쓰다보니 분량도 많이 늘어나서 책으로 묶게 됐죠.” 30여권의 베트남 관련 국내 단행본과 해외자료까지 수집해 정리한 그는 1940년부터 75년까지의 베트남 전쟁과 호치민 정권하의 베트남 현대사를 편년체로 풀어썼다.
그는 올해 건치 산하 베트남평화의료연대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베트남진료단’ 3기 단장을 맡아 오는 8월 중순 50여명의 치과의사, 치위생사들과 함께 베트남으로 다시 떠난다. “우리가 베트남에 가는 이유는 단순히 봉사를 하거나 사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현대사 한가운데서 그들이 보여준 자주 독립 정신을 가슴으로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제국주의 야만에 저항한 베트남 전쟁>은 건치(02-588-6944)를 통해 판매하며 판매금 전액은 건치 후원으로 쓰일 예정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