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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국경이 없는 제3세계 무국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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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2-2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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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티모르 사람이다. 아니 브라질 사람이다.” 이성훈(41)씨는 스스로를 ‘제3세계 무국적자’라고 주장한다. 곱슬머리와 검은 피부는 그의 주장을 확실히 받쳐준다. 정신세계는 더욱 ‘인터내셔널’하다. 티모르가 침공당하던 시절에는 스스로를 ‘동티모르인’으로 여겼고, 올 2월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시민사회포럼’에 다녀온 뒤로는 브라질 사람이라 자부한다.

2월22∼25일 제주 서귀포 칼호텔에서 열린 ‘2002년 제주인권학술회’의 마지날 주제인 ‘세계화와 NGOs-세계시민사회운동의 흐름과 전망’의 발제는 그의 몫이었다. 그는 한국인으로는 보기 드물게 국제 NGO 조직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직함은 제네바에 사무국을 둔 국제가톨릭인권운동단체 ‘팍스 로마나’(Pax Romana)의 사무총장. 현재 <한겨레21> 제네바 통신원도 겸하고 있다.

‘제3세계 무국적자’를 자처하지만 한국 사회운동의 도우미를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을 돕고 있다. 그는 “팍스 로마나는 가톨릭 평화운동단체인 ‘팍스 크리스티’와 70년대 최초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유엔에 제기한 집단이다”라고 소개한다. 최근엔 올 3월 말 시작하는 유엔인권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분주하다.

그동안 그의 집은 유엔 유럽위원회, 국제노동기구(ILO) 등 제네바에 자리한 각종 국제기구를 찾아오는 한국 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여관’ 역할을 해왔다. 심심찮게 찾아오는 활동가들을 먹여주고 재워주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2004년 팍스 로마나 사무총장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밝힌다. 제네바를 거점삼아 한국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국제감각을 익히고 국제활동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연락사무소’를 만드는 일이다. 이미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여러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보이고 있다. 그의 발상이 현실로 옮겨진다면 제주인권회의에서 그가 강조한 대로 “전지구적 모순의 연관성을 읽어내는 능력을 갖춘 사회운동가 양성”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될 것 같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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