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백소아 기자
불법파견 진정 내자 회유와 협박 맞서 매년 7월 연수원에서 신한생명 임직원 여름 가족캠프가 열린다. 총무부 직원과 연수원 운영팀은 보안요원들을 캠프 도우미로 부렸다. 정규직과 가족들에게 사은품을 전달하고, 영화 관람을 준비해야 했다. 컵과일과 추로스(막대 모양의 밀가루 반죽을 튀긴 것)를 나누어주기도 했다. 입소가 늦어지면 총무부 직원들은 숙소로 자러 가고, 보안요원들이 방 열쇠를 전달하고 인원을 체크해야 했다. 2013년 여름 신한생명 연수원장이 금붕어를 키운다며 연못 청소를 하라고 했다. 어느 날 식당에서 크루아상 빵이 많아 근무자들을 위해 남겨놓았다. 원장은 빵을 전부 금붕어 밥으로 주었다. 겨울철엔 금붕어가 얼어 죽는다고 보안요원들이 금붕어 수백 마리를 대야로 옮겨 호수에 풀어줬다. “우리는 연수원장에게 금붕어보다 못한 존재가 아니냐며 동료들과 푸념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2016년 초였다. 신한생명 연수원 보안담당 최아무개 차장은 매주 금요일 퇴근 시간에 KTX 천안아산역까지,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천안아산역에서 연수원까지 태워달라고 했다. 6개월 동안 그와 동료가 교대로 정규직의 운전사가 되어야 했다. 다른 기관의 보안요원을 만났다. 왜 보안 업무가 아닌 일을 하느냐고 했다. 한 동료가 노동법을 찾아봤다. 보안팀과 시설팀 동료 9명이 모였다. 자료를 모아 노무사를 찾아갔다. 받지 못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이 월 200만원이 넘었다. 2017년 7월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 9명의 3년치 체불임금 5억원을 받아달라는 진정을 냈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①신한생명이 채용 절차에 참여했고 ②신한생명 한아무개 팀장이 작업 배치와 변경 결정권을 행사했고 ③신한생명이 당직 등 근태관리권과 징계권을 가졌으며 ④신한생명이 모든 작업 지시를 했고 ⑤신한생명이 평가와 교육까지 했기 때문에 파견법에 따라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신한서브가 아니라 신한생명 직원으로 직접 고용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와 동료들은 고용노동부에 불법파견 진정을 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서동윤 근로감독관이 3차례 조사하더니 4개월 뒤 타지로 발령 났고, 전종포 감독관이 추가로 2차례 조사하더니 한 달 만에 세종시로 갔다. 세 번째 온 윤희상 감독관은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6개월이 지나갔다. 고소 취하 조건으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업체가 바뀌어도 고용을 승계하고, 합의금을 주겠다는 회유가 들어왔다. 신한생명이 신한서브와 도급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협박도 들려왔다. 그와 동료들은 불법파견을 인정받아 신한생명 정규직의 노비로 살아야 했던 지난 세월의 한을 풀고 싶어 회유를 거부했다. 그는 직장갑질119를 찾았다.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파견법 위반 제보는 산업과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 법을 만드는 국회 방송에서 파견노동자를 6년 넘게 쓰고, 공기업에서 직업상담사를 파견직으로 고용해 2년이 지나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파견직으로 하루만 일해봤으면 7월1일은 파견법이 시행된 지 만 20년 되는 날이다.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 김대중 정부는 국제통화기금의 노동유연화 요청으로 정리해고제와 파견법을 통과시켰다. 해고된 일자리는 파견, 하청, 용역으로 채워졌다. 반월·시화공단을 비롯해 전국 국가공업단지에는 파견법을 악용한 3개월·6개월짜리 초단기 파견직이 넘쳐난다. ‘파견인생’은 ‘파리인생’이 됐다. 외환위기는 3년 만에 극복했는데 악법은 20년 동안 맹위를 떨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도급·하청·용역 노동자는 상당수가 파견노동자임에도 본인이 파견직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일한다는 점이다. 사용자들이 도급·하청·용역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파견노동을 광범위하게 쓰는데, 정부는 어떤 감독과 규제도 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참여정부 시기에 민생 문제, 비정규직, 양극화 문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은 뼈아픈 부분”이라며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하지 않았고, 불법파견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문재인 정부 1년이 지났지만 파견노동은 요동조차 없다. 오늘도 안산역, 시화역에선 “일하러 가실래요?”라며 ‘사람장사’를 하는 파견업체가 판친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벽에 안산역에 나가봤으면 좋겠다. 반월공단 파견노동자로 딱 하루만 일해봤으면 좋겠다. (직장갑질 제보 gabjil119@gmail.com)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직장갑질119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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