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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오태양의 자유를 지키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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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2-2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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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양심적 병역거부’ 불구속 결정… 불교 사회단체, 인권 차원의 대책 마련 촉구

법원은 오태양씨에 대한 두번의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불교 사회단체는 종교계 최초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2002년 2월15일 서울지법 동부지원 이성호 판사는 “개인적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을 뿐 고의적인 병역기피 의도가 없고 도주의 우려도 없다”며 오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미 법원은 2월8일에도 같은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첫 번째 영장청구를 기각한 호재훈 판사는 “종교나 양심을 빙자해 군대를 회피하려는 의도는 없어 보여 불구속 재판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두번의 영장기각으로 오태양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오씨의 변론를 맡은 이석태 변호사는 “오씨의 영장기각을 계기로 다른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서도 불구속 수사 방침이 적용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종교나 양심을 빙자한 병역회피 아니다”

사진/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권의 문제이다." 오태양씨는 불구속 재판으로 얻은 자유를 봉사활동을 위해 쓰고 있다. (박승화 기자)
“정부는 유엔 규약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권문제임을 인식하고, 이들이 대체복무를 통해 사회 공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절한 대책을 세울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오태양씨의 두 번째 영장이 신청되었던 2월15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종로구의 대한불교청년회 강당에서는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대한불교청년회 등 13개 불교 사회단체가 모여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불자들의 인생지표인 오계를 보더라도 가장 먼저 생명을 존중하는 불살생 계율부터 수계한다”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에 따르는 행위이며 소수자 인권차원에서도 보호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김동흔 운영위원장은 “13개 단체를 중심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불교계 차원의 대책기구를 꾸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자의 병역거부 선언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던 조계종 종단도 조금씩 변화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한 관계자는 “한국에는 호국불교라는 독특한 전통이 있어 군복무 자체가 잘못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어쨌든 불상생 계율이 있는 만큼 최근의 대체복무제 논의에 대해 내부 논의를 진행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기독교계도 공개 토론회 열어 관심 표명

불교계의 기자회견에 이어 기독교계도 최초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2002년 2월1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의 기독교회관 강당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인권위원회와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목정평)가 공동 주최하는 공개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250여명이 강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찬성과 반대 입장을 가진 3명의 토론자가 참석했다. 찬성쪽에는 오태양씨와 여호와의 증인인 성우 양지운씨, 목정평의 정진우 목사가 참석했다. 반대 입장으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 최삼경 목사, 전역 군목인 장병선 목사, 국방대학원 김병렬 교수가 나섰다. 이날 토론회 결과를 바탕으로 KNCC와 목정평은 병역거부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을 결정할 계획이다. 목정평의 정 목사는 “찬반 양론이 팽팽했지만 인권차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확인되었다”면서 “목정평은 이른 시일 안에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추진된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입법 논의가 한기총을 비롯한 기독교계의 반발로 좌절된 바 있어 KNCC를 비롯한 기독교계의 입장 발표가 주목된다.

2월15일 오후 4시. 불구속 결정으로 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풀려난 오태양씨는 성북구의 빈민 어린이집 ‘희망학교’로 향했다. 오씨는 빈곤층 노인 지원기관인 ‘자비의 집’과 ‘희망학교’에서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구속되지 않는 한 어른들을 공양하고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얻은 불구속의 자유가 무죄의 자유로 이어질까. 앞으로 벌어질 오씨의 재판결과가 주목된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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