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에 컨테이너로 지은 가게가 늘어선 언더스탠드에비뉴의 모습. 롯데면세점에서 기부한 130억원으로 허인정 이사장의 아르콘(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이 조성됐으나, 기부금 운영을 둘러싼 투명성 시비가 이어지고 있다.
아르콘의 민 감사는 “약속과 달리 롯데면세점 등의 의견을 왜 듣지 않았나”는 지적에 “롯데면세점 쪽 자료는 이미 아르콘에 충분히 제출돼 있는 것으로 여겼고 직접 롯데면세점 쪽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 “양재 쪽에서 아르콘에 대해 추가 자료 제출을 까다롭게 요청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조사했다”면서 “양재의 법률 실사 결과와 상충되는 별도의 자료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양재의 안희철 변호사도 “아르콘이 제출한 계약서 내용 등을 근거로 법률 검토 작업을 충실히 했다”며 “우리가 수사기관이 아니어서 롯데면세점 쪽 의견까지 듣고 사실 여부를 가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법률실사와 관련해 아르콘이나 법무법인 쪽으로부터 의견 청취나 자료 요청 등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피고가 제출한 자료로 조사한 격 재판에 비유하자면, 양재의 법률 실사 보고서는 피고(아르콘)가 제출한 자료에 한정해 조사한 결과일 뿐이다. 그런 한계를 염두에 둔 듯, 양재의 보고서도 허인정 이사장의 내부거래 의혹 등에 대해 법률과 정관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전반적인 결론을 내리면서도 신중한 의견을 보탰다. 보고서는 허 이사장이 과도한 보수를 받고, 롯데면세점에 일부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아르콘과 허 이사장의 지배회사인 모두스·미디어더퍼스트와의 거래에 대해, 대체로 허 이사장과 아르콘의 손을 들어주었다.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롯데면세점 쪽이 애초 협약과 달리 일방적으로 평가업체를 선정했기에 자료제출 의무가 없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도 각각의 결론 부분에선 “이사회 의결을 거쳐 그런 절차를 진행했다면 논란 소지를 남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단서를 남겼다. 허 이사장 보수 집행이나 특수관계 회사와의 거래 같은 민감한 사안을 허 이사장 혼자 결정하고 집행한 것은 투명성 시비 소지가 있다고 에둘러 지적한 셈이다. 롯데면세점 쪽은 잘못된 사실을 전제로 잘못된 결론을 내린 오류가 있다고 반박했다. 보고서에서 전제한 것과 달리, 허 이사장의 보수 지급이나 허 이사장 지배회사인 모두스 등과의 거래와 관련해 아르콘 쪽이 사전에 롯데면세점 쪽 동의를 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증빙 자료 제출과 관련해서는, 아르콘의 요청에 따라 성동구청 관계자 2명을 선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등 상호합의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아르콘 수사를 촉구한다’는 기고문을 썼던 고대권 전 아르콘 이사는 “보고서는 허인정 이사장과 아르콘 사이의 특수관계 거래가 존재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허 이사장이 취득한 이익이 없거나 크지 않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비영리법인의 높은 투명성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의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더욱이 이런 보고서를 근거로 아르콘과 이사진이 스스로 투명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기괴하다 못해 민망하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용역비 집행 집중감사 한편, 감사원은 5월 초부터 경기도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이고 있다. 5명의 직원이 이미 3주 동안 현장 감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혐의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콘을 스타트업캠퍼스 운영사업자로 선정하는 과정과 아르콘의 용역사업비 집행 과정을 경기도가 제대로 관리했는지가 이번 특별감사의 초점이다. 수사기관은 허 이사장이 특수관계 회사와의 거래로 사익을 취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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