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0일 전남 목포신항에서 세월호가 참사 이후 처음 바로 섰다. 공동취재사진
현대삼호중공업의 1만t급 해상크레인의 와이어가 세월호 받침대를 끌어당겼다. 세월호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곳에서 유가족들이 직립 현장을 지켜봤다.
세월호가 직립하는 날,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했다. 풍속은 초속 1m 이하고 파도도 잔잔해 최적의 기상 조건이었다. 직립은 바닥부터 10도, 40도, 60도, 90도로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4·16가족협의회 등 유가족 150여 명, 세월호 선조위·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해양수산부 직원 등 100여 명, 취재진 250여 명이 작업 상황을 지켜봤다. 현장은 고요했다. 노란색 안전모와 바람막이 점퍼를 맞춰 입은 유가족들은 세월호에서 100m쯤 떨어진 자리에 나란히 앉아 아무 말 없이 직립을 지켜봤다. 간간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뿐이었다. 방송사의 촬영용 헬기와 드론이 날아다니는 소리만 요란했다. 세월호 직립을 바라보는 유가족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정혜숙(고 박성호 학생 어머니)씨는 “아이가 배에 갇힌 모습이 그대로 상상된다”고 했다. 유가족들이 앉은 자리는 해경이 사고 당일 세월호 근처에 도착해 영상을 찍은 자리와 위치·거리·각도가 비슷했다. 수없이 반복해서 봤던 바로 그 장면이다. 우물쭈물하는 해경, 도망가는 선원들, 유리창을 두드리는 아이들. 엄마 눈에는 시간이 거꾸로 흘렀다. 세월호가 뒤집혀 탈출구가 완전히 사라진 각도, 세월호에 해경이 다가와 구조를 시작한 각도, 세월호가 급변침 뒤 넘어진 각도, 세월호가 정상적으로 운항하던 각도…. 옆에 있던 정부자(고 신호성 학생 어머니)씨는 “이대로 2014년 4월15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조위는 10시20분 선체가 41도에 이르자 작업을 중단하고 선체의 균형을 다시 맞췄다. 무게중심이 수평빔(세월호 왼쪽)에서 수직빔(세월호 아래쪽)으로 넘어가는 고비였다. 45도가 넘어가자 좌현에서 흙이 날리고 쇳조각이 떨어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철을 잡아당기는 듯한 낮은 음의 ‘구궁’ 소리. 아령과 아령이 부딪치는 듯한 ‘깡’ 소리가 긴장감을 더했다. 40도에서 60도로 넘어가는 고비를 무사히 넘기자 그 뒤로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낮 12시10분께 90도 직립이 완료됐다. 환호나 박수는 들리지 않았다. 방송용 헬기마저 사라져 엄숙한 고요만 직립을 반겼다. 유가족들 사이에서 “이런 장비가 그때도 있었는데” “그때 이렇게 하지”라며 아쉬워하는 말이 들렸다. <한겨레21>이 현장에서 진행한 페이스북 라이브의 시청자들도 “너무 쉬워서 허무하다”고 의견을 남겼다. 선체 조사 본격화 예고 직립 완료는 본격적인 선체 조사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날 처음 눈앞에 드러난 세월호 좌현은 심하게 녹이 슬었지만 움푹 들어간 부분은 없었다. 그동안 잠수함 충돌설 등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다양한 의혹이 불거졌다. 김창준 선조위원장은 90도 직립 완료 뒤 기자회견에서 “저 외판을 보시면 뚜렷하게 어떤 외부의 충격에 의해서 함몰되거나 손상됐다고 할 만한 흔적은 별로 안 보인다”고 말했다. 선조위와 현대삼호중공업은 앞으로 3주 동안 직립을 위해 선체에 설치했던 쇠줄과 철제빔을 제거하고 직립 상태를 안정시키는 작업을 한다. 이르면 6월 초부터 기관실과 스태빌라이저가 있던 핀 안전기실 등에서 사고 원인을 규명할 정밀 조사를 하고, 미수습자 5명의 유해도 탐색할 예정이다. 목포=글 변지민 기자 dr@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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