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전략 총괄하는 윤여준 기획위원장의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
윤여준 의원(전국구). 그가 다시 이회창 총재 곁으로 돌아왔다. 이회창의 정치적 분신, 복심, 정치적 조련사, 1번 참모…. 그에게는 항상 이런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1997년 대통령 선거 때 YS정권의 환경부 장관이었던 그는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의 중심 인물로 활동했다. 이 총재가 한나라당 총재로 재기한 뒤에도 가장 가까운 참모이자 동반자였다. 2000년 4·13 총선 때는 선거대책위 종합조정실장에 임명돼 공천 물갈이를 주도했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김윤환, 조순, 이기택, 신상우 등 거물 정치인을 공천에서 탈락시킨 이른바 ‘2·18 대학살’의 원흉으로 지목된 것이다. 2월28일 그는 변명없이 자청해 이 총재 곁을 떠났다. 이 총재도 그를 배려했다. 당 안팎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전국구 11번에 배정했다. 그로부터 2년 만인 지난 2월6일 윤 의원은 이회창 총재의 최측근이자 ‘대선전략 기획팀장’인 기획위원장에 임명됐다. 그의 기용은 좀 뜻밖이다. 공천파동의 앙금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고, 영남의원 일부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다. 민주당은 정치쇄신과 거리가 먼 인사라고 공격했다. 2월16일, 설 연휴를 끝내고 당사 출근 3일째를 맞은 그를 만났다.
당의 모든 결정은 대선전략에 복속
2년 만에 다시 총재 옆으로 돌아왔는데.
다른 분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지방선거 뒤 본격적인 대선채비가 되면 뭔가 역할이 주어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놀라고 당황했다. 언질이 없었나. 없었다. 총재도 먼저 결정해 발표하고 통보했다고 말씀하시더라. 전임 권철현 위원장의 부산시장 출마 의지가 그렇게 강한지 모르고 계시다 뒤늦게 더 붙잡을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몇몇 부총재들과 논의한 결과 지역구 의원들은 기획위 일에 완전히 매달릴 수 없다는 의견이 있어 전국구인 나를 선택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오래 전부터 그의 재기용을 점치는 인사들이 있었다. 총재의 의중을 잘 아는 몇몇 핵심 참모들은 “윤여준이 다시 등장하는 순간부터 한나라당의 대선전은 본격화된다”고 말해왔다. 벌써 그의 역할에 대한 온갖 전망이 쏟아진다. 박근혜 부총재 설득, 당내 충성경쟁과 난립한 보좌진 등 측근과 사조직 조정·정리, 대선전략 수립…. 복병인 박근혜 부총재와 관계개선 미션을 받았다는데. 왜 그 미션이 나에게 떨어지겠나. 나는 박 부총재를 잘 모른다. 너무 과한 평가다. 이 총재가 본격적인 대선체제로 돌입했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제 그 시기가 왔다. 더이상 당 운영전략과 대선전략이 따로 갈 수 없는 시점이다. 당의 모든 결정과 언행이 대선전략에 복속돼야 한다. 기획위의 통상업무가 바로 대선전략을 짜고 기획하는 것이다. 그는 기획위원회를 혁신해 올 대선에서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기획위 역할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긴데.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현재 기획위는 실체가 없다. 17명의 위원이 한달에 한두번 만나 회의하는 수준이다. 업무 성격상 그런 운영은 무의미하다. 그날그날 정국을 분석하고 운영방침과 전술을 제공하는 기동성과 순발력이 필요한 조직이다. 지금까지 방식으로는 그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 어떻게 바꿀 것인가. 최소한 실무자 5명 정도가 매일 신문, 방송 이슈를 분석하고 당의 기본 방침과 노선, 태도를 정리하는 수준은 돼야 한다. 선거일정과 당의 여건을 봐가며 보완·개선하겠다. 대선전략 핵심은 컨셉인데, 이 총재의 컨셉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모든 게 거기에 달려 있다.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문제지만 가장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아직 본격적으로 착수하지 못했지만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내부토론을 거쳐 확정하겠다. 왜 이 총재의 핵심 측근으로 불린다고 생각하나. 글쎄…. 한번 붙은 딱지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아니라고 해도 도무지 어쩔 수 없다. 언론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렇게 믿는다. 총재 곁에서 떨어져 있어도 뭔가 분명히 하고 있다고 믿는다. 내 역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다. 이 총재가 그토록 신임하는 이유는 뭔가. 총재께 여쭤볼 문제 같은데. 다만 이 총재는 나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내 품성과 능력까지. 나 역시 이 총재가 가장 어렵고 고통받을 때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관찰했다. 때문에 나에게 적응이 많이 됐을 것이고, 내가 편할 것이다. 이 총재 만 한 부패 해결 적임자 없어 이 총재가 대통령이 되면 뭐가 달라질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선택은 국민 몫이다. 하지만 모든 대통령은 시대적 요구의 결과물이었다. YS는 군 개혁과 금융실명제를 했다. 거칠었지만 완고한 한국사회의 악의 구조를 허물었다. 그때 시대가 요구한 지도자 덕목은 대담성이었다. DJ도 국민다수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지도력을 갖췄다고 봤다. 지금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게 뭐냐. 온갖 게이트, 권력핵심의 친인척 비리, 온통 부정부패투성이다. 이제 이것을 그냥 두고 한국사회는 아무런 진전도 이뤄낼 수 없다. 이것을 해결해야 한다. 시대적 요구가 그렇다고 꼭 이 총재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는 이 대목에서 목청이 높아졌다. 그리고 확신에 찬 어조로 이 총재를 적극 옹호하며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경우는 이 총재가 부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또 자신의 필요에 따라 거짓말하고 국민을 속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다. 국가 지도자에게 필요한 것은 신뢰회복이다. 다른 정책은 부족하면 참모와 시스템으로 얼마든 보강할 수 있다. 하지만 도덕성은 어느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부패한 나라에서 도대체 뭐가 되겠냐. 이 총재가 대통령이 돼야 부패 해결의 단초가 마련되고 위기가 극복될 수 있다. 지나친 찬사 아닌가. 극한 상황이 되면 모든 사람의 실체가 보인다. 총풍과 세풍 등 이 총재를 죽이려는 칼날이 닥친 상황에서 1년 이상 가장 가까이서 모셨다. 그때 이회창이라는 사람의 실체를 모두 봤다. 그리고 그런 결론에 이르렀다. 이 총재의 약점은 뭐라 생각하나. 약점없는 사람은 없다. 그 결점과 한계를 넘어설 장점이 있으면 된다. 언론이 이 총재의 단점과 부정적 이미지에만 집착해 다른 것을 보지 못한다. 극복은 어차피 총재 몫이다. 하루이틀에 해소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 총재의 지속적 변화 노력과 함께 전략전술에 따른 변화가 필요하다.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 나는 이 총재라는 존재 자체가 의미있는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뜻인가. 이 총재는 3가지가 없다. 지역기반, 추종세력, 정치자금. YS나 DJ는 이 모두를 가지고 당도 쉽게 만들고 가신을 통제·운영할 수 있었다. 과거 같았다면 이 총재는 당수가 될 수도 없었고 된다 해도 유지가 불가능했다. 지금처럼 버티고 주목받는 것은 시대변화의 요구다. 이 총재의 유일한 무기이자 자산이다. 이것을 극대화하는 게 대선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다. 어쨌든 이 총재는 귀족주의 이미지가 강하고 보수인사에게 둘러싸여 있다. 심각한 핸디캡 아닌가. 그런 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강한 보수성이나 복잡한 당내 권력구도는 이 총재가 규정한 게 아니다. 보수와 진보의 2분법도 무의미하다. 왜 진보, 보수를 다 취하면 안 되는가. 토니 블레어의 제3의 길도 그런 절충에서 나왔다. 귀족주의는 외부 탓이 아닐 텐데. 이 총재는 어쨌든 엘리트 집안에서 자랐다. 그 영향을 무시 못한다. 또 법관, 특히 공군법무관 경험 탓도 크다. 하지만 귀족주의와 결벽성에는 엄격한 자기관리와 법의 존엄성을 상징하는 측면도 있다. 물론 대중 정치인에게는 안 맞는 요소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안 바뀐다. 그것이 한계 아닌가. 정치에 입문한 지 벌써 6년 됐는데. 단시일 안에 바뀌었다면 나는 이 총재를 그렇게 훌륭하게 보지 않았을 것이다. 본인도 지금 바꿔야 한다는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가까이 있으니 내 눈에는 보인다. 본인도 분명히 노력하고 있다. 또 이 총재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민 모두가 이성적으로는 3김 청산을 외친다. 그러나 몸에 익숙한 것은 옛날 방식이다. 모두 2중구조에 빠져 갈등을 겪고 있다. 공천대학살은 개혁을 선택한 결과 “윤 의원이 별 역할을 못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사람도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나 자신도 뭐 대단히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적 없다. 나에게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2000년 총선 때 공천파동의 주역으로 지목돼 물러났다. 아직 영남의원 일부는 윤 의원 재기용에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실무책임자로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만 ‘공천대학살’이라는 말은 심하다. 당시 언론이 정치개혁을 그토록 거세게 요구하다 어느날 나를 대학살의 원흉으로 지목했다. 선거를 눈앞에 두고 진실을 떠나 물러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총재와 당에 부담을 안 주는 길이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나 혼자 주도한 것도 아니고, 내용을 아는 사람도 여럿이다. 나도 모두 다 기록해 두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언젠가는 진실을 밝힐 것이다. 대선승리를 위해 그때 ‘팽’시켰던 중진들과 앙금을 씻어야 한다. 이 총재도 최근 이기택 전 의원과 관계개선에 나서고 있다. 윤 의원이 좀 곤란할 것 같은데. 허주나 이기택 전 의원 등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하던 정치거목이다. 하지만 당시 “왜 고치지 않느냐”며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우리는 개혁 명분을 선택했다. 나는 그때 총재 곁에서 밤잠 못 자고 고뇌하는 모습을 봤다. 총재도 지금 여러 가지 생각을 할 것이다. 당장 어떤 정치적 행보를 취할지 구체적 정보가 없어 말하기 어렵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사진/ "이회창 총재의 존재 자체가 의미있는 실험이다." 한나라당의 대선전략수립에 '핵심브레인' 구실을 하게 될 윤여준 기획위원장. (이용호 기자)
다른 분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지방선거 뒤 본격적인 대선채비가 되면 뭔가 역할이 주어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놀라고 당황했다. 언질이 없었나. 없었다. 총재도 먼저 결정해 발표하고 통보했다고 말씀하시더라. 전임 권철현 위원장의 부산시장 출마 의지가 그렇게 강한지 모르고 계시다 뒤늦게 더 붙잡을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몇몇 부총재들과 논의한 결과 지역구 의원들은 기획위 일에 완전히 매달릴 수 없다는 의견이 있어 전국구인 나를 선택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오래 전부터 그의 재기용을 점치는 인사들이 있었다. 총재의 의중을 잘 아는 몇몇 핵심 참모들은 “윤여준이 다시 등장하는 순간부터 한나라당의 대선전은 본격화된다”고 말해왔다. 벌써 그의 역할에 대한 온갖 전망이 쏟아진다. 박근혜 부총재 설득, 당내 충성경쟁과 난립한 보좌진 등 측근과 사조직 조정·정리, 대선전략 수립…. 복병인 박근혜 부총재와 관계개선 미션을 받았다는데. 왜 그 미션이 나에게 떨어지겠나. 나는 박 부총재를 잘 모른다. 너무 과한 평가다. 이 총재가 본격적인 대선체제로 돌입했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제 그 시기가 왔다. 더이상 당 운영전략과 대선전략이 따로 갈 수 없는 시점이다. 당의 모든 결정과 언행이 대선전략에 복속돼야 한다. 기획위의 통상업무가 바로 대선전략을 짜고 기획하는 것이다. 그는 기획위원회를 혁신해 올 대선에서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기획위 역할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긴데.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현재 기획위는 실체가 없다. 17명의 위원이 한달에 한두번 만나 회의하는 수준이다. 업무 성격상 그런 운영은 무의미하다. 그날그날 정국을 분석하고 운영방침과 전술을 제공하는 기동성과 순발력이 필요한 조직이다. 지금까지 방식으로는 그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 어떻게 바꿀 것인가. 최소한 실무자 5명 정도가 매일 신문, 방송 이슈를 분석하고 당의 기본 방침과 노선, 태도를 정리하는 수준은 돼야 한다. 선거일정과 당의 여건을 봐가며 보완·개선하겠다. 대선전략 핵심은 컨셉인데, 이 총재의 컨셉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모든 게 거기에 달려 있다.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문제지만 가장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아직 본격적으로 착수하지 못했지만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내부토론을 거쳐 확정하겠다. 왜 이 총재의 핵심 측근으로 불린다고 생각하나. 글쎄…. 한번 붙은 딱지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아니라고 해도 도무지 어쩔 수 없다. 언론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렇게 믿는다. 총재 곁에서 떨어져 있어도 뭔가 분명히 하고 있다고 믿는다. 내 역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다. 이 총재가 그토록 신임하는 이유는 뭔가. 총재께 여쭤볼 문제 같은데. 다만 이 총재는 나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내 품성과 능력까지. 나 역시 이 총재가 가장 어렵고 고통받을 때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관찰했다. 때문에 나에게 적응이 많이 됐을 것이고, 내가 편할 것이다. 이 총재 만 한 부패 해결 적임자 없어 이 총재가 대통령이 되면 뭐가 달라질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선택은 국민 몫이다. 하지만 모든 대통령은 시대적 요구의 결과물이었다. YS는 군 개혁과 금융실명제를 했다. 거칠었지만 완고한 한국사회의 악의 구조를 허물었다. 그때 시대가 요구한 지도자 덕목은 대담성이었다. DJ도 국민다수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지도력을 갖췄다고 봤다. 지금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게 뭐냐. 온갖 게이트, 권력핵심의 친인척 비리, 온통 부정부패투성이다. 이제 이것을 그냥 두고 한국사회는 아무런 진전도 이뤄낼 수 없다. 이것을 해결해야 한다. 시대적 요구가 그렇다고 꼭 이 총재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는 이 대목에서 목청이 높아졌다. 그리고 확신에 찬 어조로 이 총재를 적극 옹호하며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경우는 이 총재가 부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또 자신의 필요에 따라 거짓말하고 국민을 속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다. 국가 지도자에게 필요한 것은 신뢰회복이다. 다른 정책은 부족하면 참모와 시스템으로 얼마든 보강할 수 있다. 하지만 도덕성은 어느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부패한 나라에서 도대체 뭐가 되겠냐. 이 총재가 대통령이 돼야 부패 해결의 단초가 마련되고 위기가 극복될 수 있다. 지나친 찬사 아닌가. 극한 상황이 되면 모든 사람의 실체가 보인다. 총풍과 세풍 등 이 총재를 죽이려는 칼날이 닥친 상황에서 1년 이상 가장 가까이서 모셨다. 그때 이회창이라는 사람의 실체를 모두 봤다. 그리고 그런 결론에 이르렀다. 이 총재의 약점은 뭐라 생각하나. 약점없는 사람은 없다. 그 결점과 한계를 넘어설 장점이 있으면 된다. 언론이 이 총재의 단점과 부정적 이미지에만 집착해 다른 것을 보지 못한다. 극복은 어차피 총재 몫이다. 하루이틀에 해소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 총재의 지속적 변화 노력과 함께 전략전술에 따른 변화가 필요하다.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 나는 이 총재라는 존재 자체가 의미있는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뜻인가. 이 총재는 3가지가 없다. 지역기반, 추종세력, 정치자금. YS나 DJ는 이 모두를 가지고 당도 쉽게 만들고 가신을 통제·운영할 수 있었다. 과거 같았다면 이 총재는 당수가 될 수도 없었고 된다 해도 유지가 불가능했다. 지금처럼 버티고 주목받는 것은 시대변화의 요구다. 이 총재의 유일한 무기이자 자산이다. 이것을 극대화하는 게 대선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다. 어쨌든 이 총재는 귀족주의 이미지가 강하고 보수인사에게 둘러싸여 있다. 심각한 핸디캡 아닌가. 그런 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강한 보수성이나 복잡한 당내 권력구도는 이 총재가 규정한 게 아니다. 보수와 진보의 2분법도 무의미하다. 왜 진보, 보수를 다 취하면 안 되는가. 토니 블레어의 제3의 길도 그런 절충에서 나왔다. 귀족주의는 외부 탓이 아닐 텐데. 이 총재는 어쨌든 엘리트 집안에서 자랐다. 그 영향을 무시 못한다. 또 법관, 특히 공군법무관 경험 탓도 크다. 하지만 귀족주의와 결벽성에는 엄격한 자기관리와 법의 존엄성을 상징하는 측면도 있다. 물론 대중 정치인에게는 안 맞는 요소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안 바뀐다. 그것이 한계 아닌가. 정치에 입문한 지 벌써 6년 됐는데. 단시일 안에 바뀌었다면 나는 이 총재를 그렇게 훌륭하게 보지 않았을 것이다. 본인도 지금 바꿔야 한다는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가까이 있으니 내 눈에는 보인다. 본인도 분명히 노력하고 있다. 또 이 총재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민 모두가 이성적으로는 3김 청산을 외친다. 그러나 몸에 익숙한 것은 옛날 방식이다. 모두 2중구조에 빠져 갈등을 겪고 있다. 공천대학살은 개혁을 선택한 결과 “윤 의원이 별 역할을 못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사람도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나 자신도 뭐 대단히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적 없다. 나에게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2000년 총선 때 공천파동의 주역으로 지목돼 물러났다. 아직 영남의원 일부는 윤 의원 재기용에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실무책임자로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만 ‘공천대학살’이라는 말은 심하다. 당시 언론이 정치개혁을 그토록 거세게 요구하다 어느날 나를 대학살의 원흉으로 지목했다. 선거를 눈앞에 두고 진실을 떠나 물러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총재와 당에 부담을 안 주는 길이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나 혼자 주도한 것도 아니고, 내용을 아는 사람도 여럿이다. 나도 모두 다 기록해 두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언젠가는 진실을 밝힐 것이다. 대선승리를 위해 그때 ‘팽’시켰던 중진들과 앙금을 씻어야 한다. 이 총재도 최근 이기택 전 의원과 관계개선에 나서고 있다. 윤 의원이 좀 곤란할 것 같은데. 허주나 이기택 전 의원 등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하던 정치거목이다. 하지만 당시 “왜 고치지 않느냐”며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우리는 개혁 명분을 선택했다. 나는 그때 총재 곁에서 밤잠 못 자고 고뇌하는 모습을 봤다. 총재도 지금 여러 가지 생각을 할 것이다. 당장 어떤 정치적 행보를 취할지 구체적 정보가 없어 말하기 어렵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