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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SBS의 빙상연맹 때리기

2014년 ‘안현수 귀화’ 논란 보도, 2018년 ‘노선영 사태’ 등 올림픽마다 날 선 비판 주도
윤세영 전 회장과 친분 장명희 전 빙상연맹 명예회장 ‘철퇴’ 맞자 흔들기?… 체육계 “좀더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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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11 02:34 수정 : 2018-07-1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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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3번으로 뛰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

2월20일 대한민국은 노선영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의 이 말 한마디에 폭발했다. 노 선수는 이 발언으로 ‘외톨이’ ‘왕따 프레임’의 피해자가 되고, 이 발언이 나오기 직전인 오후 5시30분 기자회견에서 “노선영이 3번 주자로 뛰겠다고 했다”는 해명을 내놓은 백철기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팀 감독은 거짓말쟁이가 됐다.

그 전날인 2월19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예선전에서 노선영 선수는 다른 두 선수 김보름과 박지우에 크게 뒤처져 결승선을 통과했다. 최종 기록은 두 번째 주자 박지우 선수보다 3초가량 뒤진 3분3초76이었다. 국민은 팀원의 협력이 필요한 팀추월 경기에서, 그것도 올림픽 무대에서 우리 대표팀이 왜 그런 모습을 연출했는지 의문을 제기했고, 그에 합당한 답을 요구했다.

노선영 발언 어떻게 SBS ‘단독’ 됐나

윤세영 전 SBS 회장(왼쪽)과 서울 목동 SBS 본사모습. 체육계에선 윤 전 회장과 친분이 있는 장명희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명예회장이 연맹에서 소외당하자 SBS의 빙상연맹 흔들기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백 감독은 “노 선수가 3번 주자로 뛰겠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노 선수가 다른 두 선수에 크게 뒤진 채 결승선을 통과한 것은 작전 실패였다는 취지로 한 말이었다. 그러나 백 감독의 해명을 정면으로 들이받는 노 선수의 발언이 터져나오며 여자 팀추월 경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국민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김보름 박지우 국가대표 자격 박탈’이란 청원을 올렸고, 여기에 61만 명이 서명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빙상연맹)은 궁지에 몰렸다.


이 사태가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큰 이슈로 발전하는 데 지상파 방송인 SBS의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 감독의 기자회견이 있던 무렵, SBS는 노 선수와 함께 강원도 강릉 시내의 한 카페에 있었다. 노 선수는 이날 백 감독과 두 선수와 함께하는 공식 기자회견에 감기몸살로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였다. 백 감독의 해명을 부정한 노 선수의 발언은 SBS에 단독으로 기사화됐다. 이를 두고 SBS 쪽은 “언론사가 선수를 만나 인터뷰하는 게 무슨 문제냐?”는 반응을 보였지만, 몸 상태를 이유로 공식 기자회견에 불참하겠다는 선수를 특정 언론이 따로 불러 논란이 예상되는 인터뷰를 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적잖다. 그렇다면 또 다른 의문이 생긴다. SBS는 대체 왜 그랬을까?

SBS가 빙상연맹에 날 선 보도를 이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3월 빙상연맹 유니폼 교체 추진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빙상연맹은 2015년 월드컵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에 출전하려던 이승훈 선수가 유니폼 지퍼 고장으로 옷을 입을 수 없어 실격되고, 2017 삿포로겨울아시안게임에서 최민정 선수의 유니폼이 스케이트 날에 찢겨 엉덩이를 다치는 등의 문제가 이어지자 계약 만료된 기존 유니폼 공급 업체를 교체하려 한다.

그러자 SBS의 ‘딴지’가 시작된다. 방송은 3월21일치 단독 보도로 ‘빙상연맹, 올림픽 10개월 앞두고 경기복 교체 추진’이라는 보도를 내보냈고, 이후 한 달 동안 ‘이상화도 경기복 교체를 원치 않는다’(4월18일), ‘최민정도 반대했다’(4월25일), ‘뜻밖의 악재… 새 경기복 이상화도 예외 없이 적용’(4월26일) 등 4개의 보도를 잇따라 내보내며 경기복 교체에 반대한다. 같은 기간 KBS는 관련 기사를 다루지 않았고, 통신사인 연합뉴스도 2회 보도에 그쳤다. 빙상연맹이 이런 반대에도 4월 말 새 유니폼 공급사를 최종 선정하자, SBS는 5월17일 ‘새 빙상 경기복 테스트… 이상화 기록 1초 손해 볼 수도”라는 기사를 내보낸다. 방송은 이 기사에서 “500m 경주에서 1초면 12명이 몰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니폼 교체 논란 땐 업체 입장 대변

유니폼을 새것으로 바꾸면 이상화 선수는 정말 1초를 손해 보게 될까? 그렇게 단정하긴 어렵다. 이 보도의 근거가 된 것은, 기존 유니폼 공급사인 휠라의 보도자료였다. 휠라는 이 자료에서 “서울대 교수의 측정치”라며 이런 과감한 주장을 내놨다. 실험 결과는 제3의 연구기관이 내놓은 객관적 수치가 아닌, 유니폼 제조사의 자체 예측 결과일 뿐이었다.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이 민감한 주제를 다루며 한쪽 이해관계자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쓰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실제 이상화 선수는 새 유니폼을 입고 뛴 평창겨울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37초33을 기록해 은메달을 땄다. 빙상 대표팀도 역대 겨울올림픽 최다인 13개 메달을 수확했다. SBS는 유니폼 교체를 추진했던 빙상연맹을 비판하려다 결국 체면만 구기고 말았다.

후발 방송사인 SBS는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중요 체육행사의 중계권를 따내며 급성장했다. 빙상도 예외는 아니다. SBS는 현재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중계권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빙상연맹 관련 보도량이 다른 매체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국 언론이 생산하는 기사를 공급하는 ‘아이서퍼’에서 2010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빙상연맹’을 검색해보면, SBS 보도는 1116건으로 KBS(615건)나 MBC(307건)의 보도를 압도한다. SBS의 정보와 취재력이 다른 매체를 앞선다고 볼 수도 있지만, 때때로 빙상계를 크게 흔드는 상황이 벌어진다.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귀화를 둘러싼 소동이 대표적 예다. SBS는 2014 소치겨울올림픽 전부터 안현수의 아버지 안기원씨를 자사 프로그램에 여러 번 등장시켰다. 안현수가 소치올림픽 3관왕을 차지할 때도 안기원씨를 소치 현지 방송 부스에 불러 단독 인터뷰를 내보냈다. 당시 안씨는 “아들의 귀화가 빙상연맹의 파벌 싸움과 연맹 임원의 독단적인 운영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쇼트트랙 대표팀의 부진에 가슴 아파하던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까지 나서 “안현수의 귀화에 파벌주의가 없었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해 빙상연맹 파벌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 주장은 결국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올해 3월13일 안기원씨는 국회의 빙상연맹 개혁 토론회에 참석해 “아들 빅토르 안과 2014년 이후로 연락이 두절됐다. 아들은 파벌 때문에 러시아로 간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빙상연맹 집행부와 ‘야당’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안현수 논란으로 빙상연맹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를 파벌 싸움으로 외국에 유출시킨 ‘매국노 집단’ 취급을 받았다.

그렇다면 왜 SBS는 빙상연맹 때리기에 몰두하는 것일까. 예전엔 둘의 관계가 지금처럼 껄끄럽지 않았다. 장명희 전 빙상연맹 명예회장이 연맹의 실세로 활동할 땐 밀월관계를 유지했다. 2008년 2월 경기도 고양 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 사대륙선수권대회의 예를 보자. 당시 장명희 명예회장은 빙상연맹에 대회 유치를 신청하라고 압박했고, SBS는 대회 공동주관사가 됐다.

윤세영 전 회장과 장명희의 친분?

빙상연맹은 애초 수지타산을 우려해 이 대회 유치에 별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SBS가 후원사를 영입하는 등 활발히 지원하자 유치 활동에 나서게 된다. 빙상연맹이 유치권을 따내자 SBS는 이 대회 공동주관사 자격을 확보했다. 결국 SBS는 이 대회로 총수입 13억3천만원에서 총지출 6억7700만원을 뺀 6억5300만원의 이익을 남겼다. <한겨레>가 한 국회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당시 결산내역서를 보면, SBS는 이 가운데 대회 대행사인 장명희 회장 소유의 쎌코에 전체 수익의 50%인 2억6천여만원을 지급했다. 쎌코가 받은 이익 배분 비율은 업계 관행에 비해 지나치게 높았다. 그 때문에 빙상계에선 장 회장과 윤세영 전 SBS 회장의 개인적 친분이 작용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실제, 둘은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막역한 관계로 알려졌다.

2008년 8월 빙상계의 소장파인 전명규 한국체육대학 교수가 빙상연맹 전무(현 부회장)에 취임하며 상황은 급변한다. 전 교수는 빙상연맹 개혁에 나섰다. 2009년 장 명예회장이 국제빙상경기연맹 윤리 규정에 어긋나게 협회로부터 12년간 받던 지원금과 선물비(총 2억1200만원)도 끊어버렸다. 당연히 장 회장과 전 교수의 관계는 악화됐다. 그와 함께 SBS의 빙상연맹 흔들기가 본격화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이후 빙상연맹은 2010년 짬짜미(담합) 파동, 2014년 안현수 귀화 논란, 2018년 노선영 사태 등 올림픽이 돌아오는 4년마다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그때마다 빙상연맹의 실세로 통하던 전 교수는 직책을 내려놓았고, 수사기관의 조사까지 받았다. 2014 소치올림픽 선수단장에 윤세영 전 회장의 아들 윤석민 SBS 전 부회장(당시 대한스키협회 회장) 대신 빙상연맹의 김재열 회장이 선정되면서 SBS와 빙상연맹의 갈등은 극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회장과 전 교수의 대립은 소치올림픽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의 빙상연맹 감사 때 승패가 갈렸다. 회계 처리 등 민감한 문제에서 전 교수와 빙상연맹의 큰 잘못은 발견되지 않았다. 반면 연맹 밖에서 집행부를 흔들던 장명희 회장은 ‘철퇴’를 맡는다. <한겨레>가 한 국회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당시 문체부 ‘4대악 비리 보고서’를 보면, 문체부는 장명희 회장에 대해 “1965년 빙상경기연맹 이사에 선임된 이후 2012년까지 전무, 부회장, 회장, 명예회장, 고문을 역임하면서 다수의 횡령 의혹과 빙상연맹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방해한 정황이 있다. 향후 빙상경기연맹의 임원 및 명예직 선임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순실 라인’이던 김종 당시 문체부 차관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보고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스포츠 콘텐츠로 사세 키운 SBS

SBS는 1990년 창사 이래 스포츠 콘텐츠로 사세를 키워왔다. KBS와 MBC 등 공영방송과 달리 사기업 특유의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으로 월드컵, 올림픽 등 메인 이벤트급 스포츠 경기의 중계권을 손에 넣었다. 물론 SBS의 빙상연맹 비판에 귀 기울일 부분이 많을 것이고, 모든 보도를 색안경 끼고 볼 필요는 없다. 그런 면에서 SBS 보도의 지나침을 지적하는 한 체육계 인사의 비판은 곱씹어볼 대목이 많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빙상연맹은 20명이 일하는 조그만 조직이다. 문제가 있고 개선 과제도 많다. 하지만 방송의 영향력이 막대한 만큼 좀더 신중을 기해 보도해야 한다. 나중에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도 사람들은 처음에 만들어진 이미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김창금 <한겨레> 기자 kimck@hani.co.kr

보도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

<한겨레 21>은 2018년 4월 16일자(1207호) ‘SBS의 빙상연맹 때리기’라는 기사에서, SBS의 2018년 2월 20일자 노선영 선수 인터뷰 보도 등 빙상연맹에 대한 보도가 윤세영 전 SBS 회장과 장명희 전 빙상연맹 명예회장의 친분으로 인한 의도적인 빙상연맹 흔들기이며,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노선영 선수에 대한 인터뷰는 부적절하다는 등으로 SBS의 빙상연맹에 대한 일련의 비판 보도가 부당하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결과, 빙상연맹의 경기복 교체 추진 관련 보도는 평창올림픽을 불과 10개월 앞두고 빙상연맹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경기복을 무리하게 교체하려는 것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였으며, 빙상연맹의 문제점에 대한 일련의 보도는 윤세영 전 SBS 회장과 관계없이 공정하게 방송된 것이며, SBS는 장명희 전 빙상연맹 명예회장이 빙상연맹에서 활동한다는 이유로 빙상연맹과 밀월관계를 유지한 사실이 없고, SBS가 2008년 국제빙상경기연맹 사대륙선수권대회를 대행사에게 지급한 대행료는 SBS와 셀코 사이의 수익과 손실을 공동으로 부담하기로 하는 계약에 따른 것이지 지나치게 셀코에게 혜택을 준 것이 아니며, SBS가 공동주관사가 된 것은 ISU 팩키지 방송권자인 SBS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윤세영 전 SBS 회장과 장명희 전 빙상연맹 명예회장의 개인적 친분과는 무관하며, 빙상연맹의 김재열 회장이 2014 소치올림픽 선수단장에 선정이 된 것으로 인하여 SBS와 빙상연맹의 갈등이 발생했다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기에 이를 바로잡습니다.

또한 SBS는 SBS의 노선영 선수 인터뷰 보도는 SBS가 백철기 감독 등이 기자회견을 한다는 사실을 안 후 노선영 선수도 기자회견에 참석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노 선영 선수가 취재에 응해 인터뷰를 한 것으로 SBS가 노선영 선수에게 회견 불참을 유도했다거나 강압적으로 인터뷰를 요구한 사실이 없으며, 안현수 선수의 아버지인 안기원씨가 “아들의 귀화가 빙상연맹의 파벌 싸움과 연맹 임원의 독단적인 운영 때문”이라는 인터뷰를 방송한 것은 의도적인 빙상연맹 때리기 차원이 아니라 안기원씨의 진술 그대로를 방송한 것이고, 안기원씨의 진술이 빙상연맹의 파벌싸움과 무관하다고 확인된 사실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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