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방한에 바쁘다 바뻐!
등록 : 2002-02-19 00:00 수정 :
“우리의 후손들에게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땅을 물려줄 것인지 아니면 평등, 평화, 공존의 세계를 물려줄 것인지는 바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이김현숙(56)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공동대표. 그는 한국땅에서 가장 맹렬한 여성 평화운동가로 불린다. 96년 이후 지금까지 맡고 있는 감투가 그의 반전·평화운동 전력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대인지뢰대책협의회 부회장, 불평등한 SOFA 개정 국민행동 공동대표, 미사일방어체제(MD) 저지와 평화실현 공동대책위 상임대표, 민화협 여성위원회 위원장, 군사주의를 반대하는 여성평화네트워크 공동대표 등. 지난해에는 평양에서 열린 남북여성 통일대회의 남쪽 단장을 맡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 수년간 전쟁 반대와 평화를 부르짖는 시위현장이나 토론회 자리에 그가 빠지는 법은 거의 없다.
특히 9·11 테러 이후 그의 발걸음은 더욱 분주해졌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한을 겨냥한 ‘악의 축’ 발언을 한 이후에는 아예 밤잠을 설칠 정도다. 성명서 작성을 비롯해 국내 민간단체들의 힘을 모아 공동전선을 펴는가 하면 강원룡 목사, 김수환 추기경 등 사회 원로들을 찾아가 동참을 호소하기도 한다. 덕분에 그는 평소에 좀처럼 가지 않던 병원신세도 여러 번 졌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서울 방문을 하루 앞둔 2월18일에도 그는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에 즈음한 700인 평화선언문’을 주한 미 대사에게 직접 전달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는 “부시 미 대통령과 행정부의 오만부당한 태도에 자존심 크게 상하고 분노를 느낀다”며 “부시 정부가 대한반도 강경정책을 바꿔 북한과 진지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의 테러보복전쟁이 시작된 지난해 10월에는 미대사관 앞에서 전쟁중지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으며, 네티즌들을 상대로 ‘평화쪽지 이어 날리기’ 사이버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했다. 그는 이때 “한국인들의 평화 염원을 미국에 전달하겠다”며 토머스 허바드 주한 미 대사와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전달할 것이 있으면 경비한테 맡겨두라”는 무성의한 답변만 듣고 돌아서야 했던 씁쓸한 기억도 갖고 있다.
임을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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