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윤건차/ 일본 가나가와대학 교수·서울대 초빙교수(사상사) (이정용 기자)
이런 것을 볼 때 미국과 함께 일본의 최근 동향이 특히 마음에 걸린다. 10년여의 경제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90년대 후반부터 국제공헌, 즉 군사력의 해외파견을 강조하는 네오내셔널리즘(neo-nationalism)의 움직임이 계속 강해지고 있다. 기사회생을 노리는 고이즈미 정권의 구조개혁도 어설픈 상태로 끝날 것 같고, 일본인의 위기감이나 불안감은 갈수록 높아지기만 한다. 각종 앙케트 조사에서도 일본인의 역사인식이 개선된다는 전망은 적고, 월드컵 공동개최 예정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는 몹시 차가워진 상태라고 한다(<아사히신문> 2002년 2월2일, 2월3일치). 생각해보면 근대 일본은 한반도를 희생으로 해 그때마다 경제적 곤경이나 정치적 곤란을 극복해왔다고 말할 수 있다. 실제 일본은 청일전쟁이건 한국전쟁이건 한반도에서 피가 흐르는 가운데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거두고 대국화의 길을 걸었다. 이런 일을 생각해볼 때 일본이 경제적 곤란에 직면하고 있는 오늘날, 한국은 특히 외세에 허점을 이용당하지 않도록 자신의 모습을 더 진지하게 주시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일본은 때로 아시아 각국과의 협조를 환기시키는 말을 하긴 해도 실제 행동에서는 일-미 군사동맹 강화쪽으로 내달릴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은 일-미 군사동맹 강화를 견제하기 위해서도 정책 및 시민 차원의 운동에서 동아시아와의 연대, 공동체의 구축을 모색해갈 필요가 있다. 비참한 역사는 결코 반복해서는 안 된다. 국제관계 의존 말고 주체성 세우라 그렇다 해도 한국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과의 화해와 협력을 밀어붙여 안정된 남북관계 구축에 힘쓰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에 알랑거리고 외세에 의존하려는 체질은 하루라도 빨리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국제관계의 조건이 조금씩 다르다 해도 결국 관건은 주체성이 강하고 약함에 달려 있다는 역사의 교훈을 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이 놓여 있는 정치적 환경 및 국제상황을 냉철하게 주시하고, 한국 내 민주화를 굳건히 밀고나가는 한편 분단극복의 길을 한발한발 착실히 걸어갈 필요가 있다. 한국사람들이 그것을 자각하고 행동할 때 북의 동포는 물론 600만명에 이른다는 세계의 재외동포도 호응할 것이라 믿는다. 이것이 미래를 사는 희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