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처음 실시된 농·축·수협 조합장 전국동시 선거를 앞두고 농협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겨레 김경무 선임기자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직장에 복귀했다. 그런데 사건과 관련 없는 직원들이 집단적으로 가해자에게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작성했다. 이사, 영농회장 등 농협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그와 가족을 찾아와 합의를 종용했다. 지역에서 오래 일하기 싫으냐고 했다. 며칠 뒤였다. 지역언론에 폭행 사실이 보도된 직후였다. 농협 창구에 앉아 있는데, 여성회장이 그 앞에서 통장을 찢어 던지는 것이었다. 아물지 않은 상처를 후벼팠다. 끔찍했던 폭력보다 더 잔인한 괴롭힘이었다. 그는 직장갑질119를 찾았고,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농협대학에서 배운 농협법에는 채용 내용만 있지 직원 인권에 대한 조항은 없었다. 그는 전국 농협이 조합장 1인 독재가 되지 않으려면, 농협법을 바꾸고 노동조합으로 뭉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폭행보다 더 무서운 따돌림 농협과 수협 조합장의 갑질은 영호남을 가리지 않았다. 영남의 한 수협. 직원 채용이 공채로 바뀌자, 조합장은 아들을 기능직 운전기사로 뽑는다. 얼마 후 일반관리직으로 전직을 시킨다. 공개채용은 무력화된다. 승진시험에 떨어진 조카를 위해 합격한 직원이 있는데도 승진을 시키지 않고 과장 자리를 비워둔다. 대의원 아들, 이사 사위, 임원 조카가 협동조합을 장악하고 높은 자리를 차지한다. ‘끈’이 없는 직원은 평생 대리다. “옥상에 올라가 담배 한 대 피우면서 간판에 목을 매볼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못나고 수치스러워 어디에도 얘기 못하고 속앓이만 했습니다. 적폐 구덩이 처벌 좀 해달라고 익명으로 민원을 넣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중앙회, 해경 모두 수협에 인사 청탁을 넣는 기관인 줄 몰랐으니까요.” 경남의 한 농협. “현재 근무하는 대다수의 직원이 아무런 대꾸를 못합니다. 조합장이 두려워 직원들이 노조 가입할 생각도 못하고 있습니다.” 조합장은 전 직원에게 양파를 씻고 양파즙 만드는 일을 시켰다. 토요일에 직원들을 출근시켜 감을 선별하거나 물청소를 하게 했다. 인격적 모독, 폭언, 협박은 기본이었다. 둘이 있을 때는 “어이, 야 이 새끼야, 내가 친구냐? 네가 조합장이냐”는 말을 수시로 들어야 했다. 직원들을 아침 일찍 소집해 1시간 동안 폭언과 협박을 하면서 책상 위의 물건을 들었다 놨다 했다. 그는 조합장의 목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 하는 현상이 인다고 했다. 또 다른 농협. 조합장의 표적이 된 직원은 대기발령을 받고 일주일간 객장 출입구 근처에 놓인 책상에 앉았다. 감사는 매일 반성문을 내라고 했다. 한 달간 반성문을 썼다. 대기발령 중이던 어느 날이었다. 조합장이 전화를 걸었다. “휴대폰 문자 보내라고 앉아 있나?” 폐회로텔레비전(CCTV)으로 그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전남의 여러 농협에서는 직원을 정당에 강제로 가입시켰다. 제보자의 수첩에는 이런 메모가 적혀 있었다. “국민의당 입당권유 및 자동이체 독려, 입당 미제출자 김** 감사 2차 독려” “민주당 가입 강요.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및 친지 등 의무적 10명씩 가입 강요” 제보자는 “조합장에게 찍히는 것이 두려워 가입하게 되었다”고 했다. 독재 조합장은 헌법이 보장한 양심의 자유마저 빼앗아갔다. 광양원예농협 폭행 사건을 계기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가 전국 농협을 대상으로 조합장 갑질 사례를 수집하고, 농협갑질119 운동을 펼치고 있다. 다행히 노조 가입도 늘어나고 있다. 조합장의 갑질에 맞서 노동조합이라는 촛불을 들어야 할 때다. (직장갑질 제보 gabjil119@gmail.com)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직장갑질119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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