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시성에서 한 무리의 사냥개들이 주인의 지시에 따라 산토끼를 쫓고 있다. EPA
2008년 12월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열린 제41회 사하라 국제페스티벌의 개막행사에서 아라비아 그레이하운드라는 사냥개 ‘슬루기’가 토끼사냥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15년 미국에서 출판된 <침입종 인간>에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고생물학자 팻 시프먼은 호모사피엔스의 옆에는 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호모사피엔스는 늑대와 비슷한 종을 사냥개로 길들이는 데 성공했다. 시프먼이 ‘늑대-개’(wolf dog)로 부른 이 동물은 호모사피엔스보다 빨랐으며 냄새를 잘 맡았고 컹컹 짖어대며 도망가려는 사냥감을 잡아둘 수 있었다. 사냥꾼들은 더 많은 고깃덩어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주장은 대략 구석기시대 말부터 신석기시대 초인 1만8천∼1만2천 년 전에 개가 가축이 됐다는 주류 이론을 뒤집었다. 주류 이론에서 늑대는 유목하는 원시 부족을 쫓아다니거나 마을에 정주하는 이들의 청소동물(scavenger)로 살다가 개로 진화한다. 지금의 길고양이처럼 인간이 버린 음식을 먹고 살다가 인간 사회에 진입했다는 가설이다. 그러나 2009년 벨기에의 고예동굴에서 사육화한 늑대로 보이는 화석이 발견됐고, 방사능 연대 측정을 해보니 그보다 한참 전인 3만6천 년 전이었다. 이때라면 수렵채집인들이 사냥으로 먹고살던 구석기시대다. 그렇다면 이 동물의 쓰임새는 무엇이었을까? 시프먼은 고인류의 식량이던 매머드 대량 발굴터에서 이 동물이 발견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그 시기가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진 직후라는 점에 착안했다. 그의 가설은 과감해진다. 유라시아로 진출할 때 호모사피엔스에게는 늑대 집단에서 교배해 만들어낸 개가 있었다. 개가 냄새를 맡고 사냥감을 발견해 쫓았고, 사피엔스가 올 때까지 포위하며 잡아두었다. 사피엔스는 최후의 일격을 가하면 됐다. 개에게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개는 호모사피엔스가 사냥하고 던져주는 음식 덕분에 안정적으로 먹이를 공급받고, 한밤중에는 다른 경쟁자들의 공격에서 보호받게 되었다. 개의 처지에서 보면, 인간에게 일방적으로 길들여진 게 아니었다. 인간과 동맹함으로써 종의 안녕과 생존을 지속한 것이다. 이 시기 급작스럽게 줄어든 매머드 개체 수는 획기적인 사냥기술 발전과 관련 있다고 시프먼은 설명한다. 사피엔스는 매머드를 사냥하며 경쟁자인 네안데르탈인과 육식성 포유류를 앞질렀다. 네안데르탈인은 경쟁에서 밀려나 도태됐다. 다른 육식성 포유류도 마찬가지였다. ‘사피엔스-개 동맹’은 지구 생태계를 바꾸었다. 개의 관점에서 역사를 본다면? 구석기시대 ‘사피엔스-개 동맹’이 지구 생태계에 변화를 몰고 왔다면, ‘인류세’라는 지금은 어떨까? 생물학자로 출발해 포스트휴먼 철학자로 거장이 된 도나 해러웨이는 현대사회에서 동물은 세 주체로 기능한다고 말한다. 첫째, 노동자다. 산업혁명 이후 노동과 자본의 실핏줄이 되었던 말과 노새 그리고 현대 테마파크 산업의 돌고래까지, 이들은 노동하여 인간에게 이윤을 갖다바친다. 둘째, 상품이다. 펫숍의 기니피그, 고양이, 개 등 동물은 사고팔린다. 인간의 목숨값은 불의의 사고 때만 보험회사가 산정하지만, 동물의 목숨값은 언제나 ‘시세’가 정해져 있다. 셋째, 동물은 소비자다. 반려견과 반려묘는 시장에서 큰손이다. 그들이 제공받는 사료, 유기농 간식, 병원 치료, 펫시터 공유 서비스 등의 국내시장 규모는 1조8천억원에 이른다. 그들이 주는 ‘생명’의 활력과 교감은 산업을 창출하고 자본가와 노동자를 먹여살린다. 인간을 제외하면 개는 지구 생태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한국에서 공식 통계로 한 해 6만 마리가 버려지지만, 다른 측면에서 개는 다른 종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가족’이라 하면서, 월 8800원에 ‘도그 티브이’를 틀어주고, 집에 없을 때는 ‘도그 시터’를 불러 보살피고, 죽으면 장례식을 치르고 화장해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캘리포니아대학(UCLA)의 그레고리 오킨 교수는 2017년 학술지 <플로스 원>에 개·고양이가 일으키는 기후변화 효과를 산정한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에는 개·고양이가 16억3천만 마리 산다. 이들의 사료를 만들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무려 6400만t이었다. 차량 1360만 대가 내뿜은 온실가스, 미국인 6200만 명의 음식을 만드는 데 쓰이는 에너지양과 같았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개와 고양이가 먹는 사료가 육식이기 때문이다. 공장식 축산은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 중 하나다. 개가 문명의 공범인 셈이다. 인간과 개의 공진화
영국 앨트카에서 2005년 열린 워털루컵 토끼사냥 대회에서 사냥개 두 마리가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토끼 한 마리를 쫓고 있다. 영국에선 2006년부터 사냥이 법으로 금지됐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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