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가운데)이 3월2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오른쪽은 김형연 법무비서관. 청와대사진기자단
21개헌안의 ‘성별 정체성’은 제외 세 번째 공통점은, 평등권의 차별금지 사유를 확장한 것이다. 대통령개헌안은 현행 헌법의 성별·종교·사회적 신분의 3가지 차별금지 사유에 장애·연령·인종·지역 4가지를 추가했다. 이에 비해 21개헌안은 평등권의 차별금지 사유를 인종, 언어, 출신 지역, 나이, 장애, 용모 등 신체 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직업, 고용 형태,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사상, 정치적 의견 등 무려 15가지나 추가했다. 특히 21개헌안은 차별금지 사유 가운데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분명히 언급했지만, 대통령개헌안은 동성애 등에 대한 보수층의 반발을 우려한 탓인지 관련 내용을 제외했다. 안타까운 부분이다. 네 번째 공통점은, 노동권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먼저, 21개헌안과 대통령개헌안 모두 현행 헌법의 ‘근로’란 용어를 ‘노동’으로 대체했다. ‘부지런히 일한다’는 뜻인 ‘근로’는 사람이 일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대상화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 용어는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 시절 사용자 관점에서 만든 것이기도 하다. 두 개헌안 모두 ‘동일가치 동일임금 보장’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했고, “노동조건은 노동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공동으로 결정한다”는 노동조건의 노사 대등 결정 원칙을 명시했다. 그 밖에 대통령개헌안에는 21개헌안에 없는 고용안정이나 일과 생활의 균형에 관한 국가의 정책 시행 의무를 신설한 점이 눈에 띈다. 노동계의 해묵은 현안인 공무원의 노동3권과 관련해 근본적인 변화가 시도된 것도 두 개헌안의 공통점이다. 현행 헌법은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해 공무원의 노동3권을 사실상 법률로 제약하고 있다. 대통령개헌안은 공무원의 노동3권을 예외적으로 인정한 현행 조항을 ‘원칙적 인정’으로 바꾸고 현역군인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제한하게 했다. 21개헌안도 “경찰공무원과 현역군인의 단체행동권은 법률에 의해서만 제한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국민소환제의 경우 대통령개헌안은 국회의원, 21개헌안은 대통령을 소환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소환제는 선거로 뽑은 대표자를 심판하려면 다음 선거까지 기다려야 하는 대의민주주의의 약점을 보완하는 제도다. 대통령개헌안은 나아가 국민이 직접 법률안을 제안할 수 있는 ‘국민발안제’까지 규정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세월호 특별법 입법 청원에 600만 명의 국민이 참여했지만 입법 발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 헌정사에서는 1954년 헌법에 헌법 국민발안제가 규정된 바 있다”고 밝혔다. 둘 다 ‘검사 영장청구권’ 헌법 삭제 두 개헌안의 마지막 공통점은, 현행 헌법 제12조 3항에 규정된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삭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영장 청구 주체를 헌법이 아닌 법률에서 정하면 된다는 뜻일 뿐이다. 따라서 대통령개헌안대로 개헌이 이뤄진다 해도 현행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이 인정된다. 영장청구권은 지금까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 논의 자체를 어렵게 하는 걸림돌로 여겨졌다. 청와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그리스와 멕시코를 제외하고 헌법에 영장청구 주체 규정을 두고 있는 나라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대통령개헌안의 앞날은 순탄치 않다. 당장 자유한국당과 민주평화당은 3월22일 대통령개헌안을 들고 국회를 찾은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면담을 거부했다. 개헌을 위해선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 전체의 공감을 형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야당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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