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가운데)이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에 다스 비자금 의혹 관련 고발인 자격으로 출석하고 있다. 한겨레 백소아 기자
먼저 첫 번째 가설을 보자.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월26일 이 녹취록을 일부 공개하면서 “김동혁은 대화 중간에 BBK를 언급함으로써 140억원이 스위스에서 반환된 돈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는 1985년 15여억원을 모아서 도곡동 땅 1천여 평을 이 전 대통령이 대표로 있던 현대건설 등에서 샀다. 이들은 1995년 이 땅을 포스코개발에 263억원을 받고 팔았다. 그 매매자금 263억원 가운데 190억원이 다스에 흘러 들어가고, 그 돈이 김경준씨가 운영하던 BBK로 투자되고, 이 돈은 BBK가 옵셔널벤처스라는 회사를 상대로 벌인 주가조작 대금으로 쓰였다는 의혹이 나온다. 다스는 2011년 이 돈 가운데 140억원을 김경준 BBK 사장의 스위스 계좌를 통해 반환받았다. 김종백은 비자금이라 주장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BBK로부터 받은 돈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김종백씨가 “난 그거 갖다줬는데, 제가. 그 돈 140억. 그 자기앞수표로 만들어갖고 갖다줬어요. 제가 갖다줬어요”라고 말하자 김동혁씨가 “BBK 이래 해가꼬”라고 맞장구를 친다. 만약 다스가 BBK로부터 회수한 돈이 맞고, 이 전 대통령이 이 돈의 실소유주라면, 이 전 대통령에게 BBK 주가조작 사건의 책임을 물을 근거가 된다. 반면 SBS는 1월27일 140억원이 ‘도곡동 땅을 판 돈’이라고 보도했다. 김동혁씨 발언 중에 “땅 판 거 있잖아. 너도 잘 알 텐데. 김재정·이상은 반반 통장에 들어갔잖아. 그 140억이 그리 갔잖아”라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도곡동 땅을 판 돈은 140억원이 아니다. 매각 대금은 263억원이고 양도소득세 등 세금을 뗀 돈이 200억원에 이른다. 김재정, 이상은씨는 이 돈을 나눠갖지만, 금액이 딱 떨어지지 않는다. 이 음성 파일을 녹음한 당사자인 김종백씨는 1월28일 MBC와 한 인터뷰에서 두 해석이 모두 아니라고 말했다. 김씨는 인터뷰에서 “140억원은 다스에서 조성한 비자금”이라고 밝혔다. 그는 “2008년 정호영 특검 당시에 드러난 비자금 120억원과 2005년도에 20억원 정도 소규모의 비자금이 나왔다. 그것을 합친 돈이 140억원”이라고 말했다. 앞서 2008년 정호영 특검은 다스 비자금 120억원을 발견하고도 ‘경리 직원 조○○ 개인이 저지른 비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종백씨의 말이 맞다면 다스 비자금은 다스의 실소유주로 보이는 이 전 대통령이 개입한 조직적 횡령이 된다. 김종백씨는 김동혁씨와 통화한 녹음파일에서도 이 돈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특검 때 걸려가지고 이 돈(100억대 비자금) 어디 갔냐고 해서 제가 세광 이△△ 만나서 경주 외환은행에서 한 장짜리 수표로 바꿔서 이영배씨에게 줬거든요.” 세광공업 전 직원 이△△씨는 조○○씨가 빼돌린 돈을 맡아서 관리했던 인물이다. 이렇게 140억원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공교롭게도 140억원 규모의 서로 다른 돈이 2개 이상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종백씨와 김동혁씨는 ‘이, 그, 저’ 등 지시대명사를 많이 쓰고 있어 녹음파일을 여러 번 돌려 들어봐도 똑 부러진 결론을 내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140억원은 하나가 아니다? <한겨레21>은 입수한 녹음파일의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해 보도할 때까지 140억원이 어떤 돈인지 정확한 사실의 확정을 미룬다. 이 녹음파일들을 분석한 김경률 회계사 역시 “수사권이 없는 언론 입장에선 비자금의 정확한 액수가 아니라, 확정할 수 없을 정도의 천문학적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종백씨와 통화한 여러 다스 관계자들은 모두 그 돈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주어’ 없이 대화를 나눴다. 대체, 140억원은 어떤 돈일까.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변지민 기자 d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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