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썰렁
업&다운 + 이주의 숫자 + 블라블라
등록 : 2018-01-29 15:00 수정 : 2018-01-29 15:01
또다시 인재에 가까운 참사가 일어났다.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일어난 화재로 1월26일 오후 5시 현재 37명이 숨지고, 중상 14명, 경상자 111명 등 총
16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가 예상을 뛰어넘는 대형 참사로 번진 이유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는 등 화재 대비 시설이 취약하고, 환자 대피를 도울 의료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현행 소방시설법은 세종병원 같은 중소 규모 병원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규정이 없어 당국의 안전불감증이 참사를 불러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병원과 연결된 세종요양병원에도
스프링클러가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모든 요양병원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에 포함되는데, 새로 짓지 않고 기존에 운영하던 요양병원에는 오는 6월 말까지 스프링클러 설치를 유예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병원의 경우 ‘법적 의무’와 관계없이 스프링클러 같은 자동소화시설 설치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의료 인력 부족도 원인으로 꼽힌다. 화재 당시 세종병원에는 환자 83명이 입원해 있었지만 의사 2명 등 11명의 의료진만 근무하고 있었다. 95명을 입원시킬 수 있는 병원 규모였는데 평소에도 의사 3명과 간호사 6명, 간호조무사 17명 등이 일했다. 이 병원에는 주로 뇌졸중 등을 앓는 환자가 치료나 회복을 위해 입원하기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많지만 이들의 대피를 도울 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의료진 가운데 의사 1명과 간호사 1명, 간호조무사 1명 등 3명이 환자 이송 과정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은 자력으로 대피가 불가능한 환자가 이용하는 곳이라 재난 예방과 대피 시설이 더욱 필요하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2014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17개 국공립 및 민간 의료기관 안전점검 실시 결과’ 자료를 보면, 국내 병원의 환자 대피 계획, 위기 단계별 조치 사항 등
위기관리 매뉴얼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별로 주기적인 소방 점검과 정전 대비 시설은 비교적 양호했지만 비상계단 대피로를 확보하지 않은 것은 물론, 피난 대비 시설과 신호 유도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화재 대피 장소에 호흡기구를 비치하지 않은 등 화재 발생에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직원들의 이직이 잦은데도 모의 소방훈련과 안전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아 위기 발생 때 직원 개인별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등 총체적 대응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지적이 나온 지 3년여가 지났으나 그동안
아무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당국의 배짱이 놀랍기만 하다.
김명수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 개혁에 착수했다. 1월25일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 때 임명된 김소영 법원행정처장을 전격 교체하고 후임에 자신이 제청한 안철상 대법관을 임명했다. 김 전 처장은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 과정에서 조사 범위 등을 놓고 김 대법원장과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원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평창겨울올림픽 위원직을 파면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월25일 기준 25만 명을 넘었다. 엿새 만의 기록으로 역대 청원 중 가장 빠르다. 발단은 나 의원이 1월19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과 한반도기 공동 입장이 올림픽 헌장 위반 소지가 있다는 서한을 보낸 것이었다.
정현의 선전으로 관심을 모은 ‘2018 호주오픈’의 우승 상금은 400만호주달러(약 34억원)다. 준우승자 200만호주달러(약 17억원) 등을 포함해 호주오픈 총상금은 5500만호주달러(472억원)이다. 상금은 남녀 선수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호주오픈뿐 아니라 영국 윔블던, 프랑스오픈, US오픈 등 나머지 3개 메이저 대회(4개 대회를 ‘그랜드슬램’이라 한다)도 남녀 단식 우승 상금이 똑같다. 이 때문에 테니스를 남녀 평등을 실천한 스포츠라고도 한다. 한때 세계 랭킹 1위였던 조코비치가 불만을 표시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대한민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쓴 정현(22)의 활약상에도 후원사인 삼성증권은 조용합니다. 기업들은 자신이 후원하는 선수가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대대적인 광고를 내는 게 일반적이죠. 하지만 정현이 1월24일 오스트레일리아오픈 남자 단식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 메이저 대회 4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지만 이를 축하하는 광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처럼 ‘경사’가 났는데도 삼성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유는 뭘까요? 속내를 들여다보면 복잡하고 쓰라린 사정이 깔려 있습니다.
삼성은 2014년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뒤 기존 스포츠단을 없애거나 투자를 대폭 축소해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2015년 3월 삼성증권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운영하던 테니스단과 럭비팀 해체입니다. 체육계를 중심으로 해체 반대 목소리가 컸지만 삼성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정현이 앞서 16강전 승리 직후 카메라 렌즈에 서명한 ‘캡틴, 보고 있나?’의 캡틴은 김일순 전 삼성증권 테니스단 감독을 칭합니다. 팀 해체 뒤 유망주인 자신에게만 후원이 이뤄지자 정현은 갑작스럽게 일터를 잃은 코칭스태프와 동료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합니다.
삼성은 테니스단과 럭비팀을 해체하며 스포츠 쪽 허리띠를 졸라매는 듯했지만 승마는 예외였습니다. 그즈음 삼성은 돌연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았습니다. 그리고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씨 딸 정유라에게 지원을 쏟아부었습니다. 이는 훗날 이 부회장 구속의 계기가 됐습니다. 이를 둘러싼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경천동지할 성과에도 대놓고 축하하기 쉽지 않았을 테지요. 역사에서 가정은 부질없는 일이지만 만일 당시 테니스단을 해체하지 않았더라면, 승마에 ‘몰빵 지원’을 하지 않았더라면 요즘 각 신문에는 삼성의 자화자찬 광고가 대문짝만하게 실렸겠죠.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