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월17일 서울 삼성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최근 검찰 수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주목할 것은, 김 전 사장이 검찰의 오랜 압박에 못 이겨 이런 내용을 털어놓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김 전 사장은 자발적으로 검찰에 이런 사실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 발로 찾아와 제보한 셈이다. 김 전 사장만 틈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 최근 뉴스의 핵심엔 이 전 대통령의 ‘성골 집사’라는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도 등장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1997년부터 비서관으로 일해온 최측근이다.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 1억8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2012년 구속된 뒤 이 전 대통령과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실장은 검찰에 “2011년 10월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여원을 달러로 바꿔 이 전 대통령 쪽에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 일정을 직접 챙기고 조율하는 자리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 제1부속 실장이 ‘문고리 3인방’ 중 하나인 정호성이었던 것에서 알 수 있듯, 최측근이 맡는 자리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에 대해 많이 아는 인물이 검찰에서 적극적으로 입을 열고 있는 것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시한폭탄 이 전 대통령도 이런 기류 변화를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일한 김효재 전 정무수석은 1월18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 출연해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은 우리에게 아무 문제 없다고 했는데 어느 날부터 연락을 끊더라”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검찰에 “2008년 이 전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만나 ‘국정원 특활비가 청와대로 상납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특활비 상납을 이 전 대통령이 알고 있었다는 중요한 증언을 한 셈이다. 물론 김효재 전 수석의 발언 취지는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측근에게 강압 수사를 해 진술을 꿰맞추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말을 역으로 해석하면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검찰에 어떤 진술을 하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구속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시한폭탄이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대선 여론 조작 사건으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 예산 68억원을 횡령해 ‘민간인 여론 조작 조직’에 전달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또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십억원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도 1월19일 원 전 원장의 서울 개포동 집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의 고삐를 죄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가 모두 사실로 확인돼 재판에 넘겨진다면 중형을 피하기 어렵다. 그 또한 모든 책임을 이 전 대통령에게 떠넘길 가능성이 높다. 한번 금이 간 곳을 보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의 힘으로 균열을 막긴 어렵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쪽은 균열을 막을 체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친정인 자유한국당이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해도, 한국당의 정치적 영향력이 낮아져 얼마나 큰 힘이 될지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이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의 법적 책임만 지는 것은 최악이 아닌 최선일 가능성이 높다. 검찰 수사의 키맨으로 등장한 김성우 전 사장, 김희중 전 실장, 그리고 이후 행보가 불안한 원세훈 전 원장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을 모두 공개하면 그 여파는 상상조차 힘들다. MB 수사는 이제 막 시작인지도 최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으로 불거진 원전 수출의 경우 국정원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이 퇴임 뒤 사저 마련을 위해 서울 내곡동 땅을 구입한 2011년에는 김희중 전 실장이 현직으로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하고 있었다. 2012년 ‘내곡동 사저 특검’이 출범해 수사를 했지만 사저 땅 매입 대금 11억2천만원 중 6억원의 출처는 여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이 밖에 수십조원의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된 자원외교나 4대강 사업 관련 의혹에 대한 결정적 진술이 어디선가 터져나올 수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는 이제 막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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