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등이 ‘대통령 후보들은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약속하라’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이번 연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성소수자들이 심각한 수준의 우울증상을 경험한다는 점이었다. 논문을 보면 성소수자 남성(게이·양성애자)은 34.2%, 여성(레즈비언·양성애자)은 절반을 넘는 53.5%가 우울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결과는 전체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한 조사와 큰 차이를 보인다. 2015년 성인 6013명에게 이뤄진 제10차 한국복지패널조사를 보면 남성 5.6%, 여성 7.3%가 우울증상을 경험한다고 답했다. 성소수자의 우울증상 경험은 연령표준화를 적용해 비교할 경우 전체 인구 집단보다 5~7배 정도 높다. 자살 충동도 심각한 상황이었다. ‘지난 1년 동안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성소수자 남성은 26%, 여성은 41.4%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제6기 국민건강영양조사(2013~2015년) 결과와 연령표준화를 한 뒤 비교하면 남성(3.5%)은 9배 이상, 여성(5.0%)은 6배 이상 높은 수치다. ‘자살을 실제 시도한 적 있다’고 답한 이도 많았다. 성소수자 남성 3.7%, 여성 5.5%가 ‘지난 1년간 자살 시도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제6기 국민건강영양조사(남성 0.3%, 여성 0.7%)보다 7배 이상 높은 수치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성적 특성으로 인해 사회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많을수록 더 심각한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현재 진행 중인 별도 연구에서 사회적 폭력을 세 부류로 나눴다. 첫째,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는가. 둘째,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만 19살 이후 신체적·언어적 폭력과 성폭력 경험이 있는가. 셋째,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지난 12개월 동안 차별받은 적이 있는가. 폭력을 경험하지 않은 경우 자살 생각 위험도를 1이라고 했을 때 한 가지 폭력 경험이 있을 때는 1.29, 두 가지일 때는 1.56, 세 가지일 때는 1.82로 위험도가 높아졌다. 세 가지의 사회적 폭력을 모두 경험한 경우 성소수자가 자살을 생각할 가능성이 1.82배까지 늘어난다는 뜻이다. 반면 사회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많을수록 의료기관 방문을 회피·연기하는 빈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관찰됐다. 폭력에 노출되지 않았을 때 의료기관 방문을 회피·연기하는 수준이 1이라면, 한 가지 폭력의 경험이 있을 때엔 1.37, 두 가지인 경우 1.68, 세 가지인 경우 1.62 수준으로 의료 조처를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팀을 총괄하는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는 “사회적 폭력에 많이 노출돼 치료가 더 필요한 성소수자일수록 낙인으로 인한 두려움과 의료인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의료기관을 피하는 양상을 보인다. 더 큰 위험에 놓인 성소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소수자 스트레스’ 줄이려면…
2016년 6월11일 서울 시청광장 일대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참가자들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문양의 천을 들고 행진했다. 한겨레 김태형 기자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 ‘마음연결’
알아채고, 물어보고, 이어주자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2015년부터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 ‘마음연결’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온라인 상담 등으로 성소수자가 놓여 있는 위기에 개입하고 자살유족 집단상담 등을 진행한다. 2017년에는 총 80여 명의 위기자를 상담했다.
마음연결이 진행하는 또 다른 주요 사업은 성소수자 자살예방지킴이 양성교육인 ‘무지개 지킴이 워크숍’이다. 워크숍은 지난해 7차례 열렸고 84명이 수료했다. 전체 교육 시간은 3시간으로, 교육이 끝나면 수료증을 발급한다. 지킴이는 자살을 생각, 계획, 실행하려는 사람을 신속하게 알아차려 전문기관과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격려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성소수자들이 주로 찾는 가게의 주인이나 종업원을 직접 방문하는 교육도 시작했다. 지난 1년간 이 교육에 참가한 이는 80명 수준이다.
친구사이가 ‘마음연결’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충격적인 조사 결과 때문이었다. 2014년 친구사이가 기획하고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에서 2년간 연구한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나영정 외)가 발표됐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28%가 자살을 시도한 적 있고, 35%가 자해를 시도한 적 있다는 답변이 나왔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치였다. 심각성을 느낀 친구사이는 준비 기간을 거쳐 2015년 11월부터 누리집을 열고 ‘마음연결’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현재 마음연결에는 11명이 활동하며 이 중 4명이 주로 상담을 담당한다. 상담의 전체적인 조율은 전문상담사 1명이 맡고 있다. 상담은 주로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필요한 경우 전화나 대면 상담을 한다.
자살은 막을 수 있다. 마음연결은 자살예방지킴이 양성교육에서 자살을 방지하는 세 단계 과정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알아채기’다. 자살 이야기를 많이 하거나, 성소수자라는 사실 때문에 차별이나 폭력을 당했거나, 예기치 않은 아우팅을 당했을 때 자살을 생각하는지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다음 과정은 ‘물어보기’다. 자살 이유나 계획을 직접 물어보고 위기자에게 관심이 있음을 표현하는 것 역시 자살 예방에 필요한 일이다. 마지막 단계는 ‘이어주기’다.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위기자를 연결해 소속감을 느끼게 하거나 위기자가 전문 상담기관이나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마음연결은 현재 게이 구성원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새해에는 다른 성별정체성을 가진 이들도 충원해 더 폭넓은 상담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지역이나 청소년 단체와 연계하는 자살 예방 활동도 준비 중이다.
마음연결 온라인 상담은 http://chingusai.net/connect로 하면 된다. 문의 전화는 070-4282-7943이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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