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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책 주는 의원, 책 읽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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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2-0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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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용호 기자)

“이번 달에는 어떤 책을 보낼까.” 유재건 민주당 의원은 요즘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싫거나 귀찮지는 않다. 좋은 책을 고르는 일은 한편으로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한 차례씩 여야 의원 모두에게 읽을 만한 책을 골라 보냈다. 그동안 보낸 책은 모두 세권. 이번 달에도 정치인으로서의 소양을 쌓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고를 생각이다.

그가 이런 일을 하게 된 것은 평소 가깝게 지내는 기독교 평신도와 목회자들의 모임인 ‘비전 컨퍼런스’가 계기가 됐다. “몇 차례 모임에서 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걱정하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비판만 하지말고 좋은 정치인이 되도록 돕는 차원에서 좋은 책을 보내 읽도록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더니, 다들 좋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 선정한 책이 <부패한 사회를 개혁한 영국의 양심 윌버포스>. 윌버포스는 19세기 영국 재정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노예판매를 금지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권 정치인이다. 유 의원은 “윌버포스는 노예판매금지법 제정을 위해 40년 동안 노력했다.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좋은 법을 만드는 것 아니냐. 그래서 좋은 법을 만들자는 취지로 이 책을 의원들에게 돌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간디, 케네디, 처칠 등 각국 지도자들의 행적과 품성을 다룬 <거인들의 발자국>을 의원들에게 나눠줬고, 올 초에는 강준민 목사가 쓴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지혜>라는 책을 보냈다. 유 의원은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지혜>를 보낸 것은, 올해가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는데다 월드컵 축구, 아시아경기대회 등 국제행사도 잇따르는 등 들뜨기 쉬운 해인 만큼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리고 자신을 찾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책 나눠주는 행사’를 더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의원들 반응이 너무 좋다. 그래서 호응해주는 의원들과 함께 ‘윌버포스를 좋아하는 의원 모임’이나 ‘좋은 법을 만드는 의원 모임’ 같은 스터디 그룹도 만들 생각이다. 여야 관계없이 좋은 법을 만들기 위해 서로 노력하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국민을 위한 정치도 한발짝 더 실현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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