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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사채업의 검은낙인을 지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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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1-3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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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종수 기자)
“모두들 ‘대한민국 대표 사채업자’라고 해서 영 괴롭네요, 허허.” 유세형(42) 한국대부사업자연합회장은 웃음을 지었지만 다소 씁쓸함이 묻어났다. 일반인들에겐 아직 낯선 대부사업자연합회는 지난해 12월 태어난 모임으로 소액 신용대출을 하는 사채업자들의 모임이다. 현재 전국의 130개 업체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1월25일에는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공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대해 유 회장은 “해방 이후 사채업자들이 공개적인 세미나를 연 것은 처음으로 우리나라 사채시장에 획을 그은 일”이라고 말했다.

유 회장을 중심으로 한 사채업 관계자들이 연합회를 꾸리고 공개 세미나를 연 데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특히 이자제한법 제정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민주노동당과 참여연대는 전경련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악덕 고리사채업자 화형식을 가짐으로써 대부연합회 행사에 찬물을 확 끼얹었다.

“시민단체쪽에선 이익단체 결성이라며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데, 연합회는 사채업자들의 이익 도모보다 생존방안 모색을 위한 것입니다.” 지각변동을 겪고 있는 사채시장의 현실에서 사채업자들도 변신과 개혁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들어 신용금고뿐 아니라 은행까지 소액신용대출에 나서고 있는 데다 일본계 대금업체들이 소액 가계대출 시장을 휩쓸어 토종 사채업은 설 자리를 잃고 있어요. 여기에 대금업법 도입이 예정돼 있는 등 업계 안팎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연합회를 꾸려 공개적인 활동에 나서고 공동으로 온라인 영업을 하게되면 지하경제가 양성화되고 고리대출에 따른 폐해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유 회장의 설명이다.

사실 유 회장은 사채업자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대금업 같은 비제도권 금융에 적용할 온라인 시스템 개발업자이다. 그가 대표로 있는 이티즌이 그런 일을 하는 회사이다. 유 회장은 90년 2월 무역업체(조선무역)를 차려 사업에 나섰다가 미국지사를 설립하면서 인터넷에 눈을 떠 인터넷 관련 시스템 개발에 몸담게 됐다.

“2000년 말쯤엔가 대금업법 도입 얘기가 나오고 이쪽 시장에 격변이 눈에 보이더군요. 연합회 결성을 구상하고 백방으로 뛰었는데 아무도 앞장서는 분들이 없더군요. 떠밀리다시피 이 자리에 서게 된 겁니다.” 바깥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데다 아직은 참여열기가 낮아 갈 길이 먼 가운데서도 유 회장이 이끄는 대부사업자연합회는 외연을 넓혀 2월중 정식으로 창립식을 열고 활동 폭을 넓혀갈 예정이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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