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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금융권 떠도는 ‘장하성 유령’

대규모 물갈이 인사 앞두고 장 정책실장 ‘영향력’ 논란…
우리은행장 후임 선출이 앞으로 금융권 인사 향방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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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13 16:45 수정 : 2017-11-1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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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왼쪽)이 11월6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국정감사에서 임종석 비서실장과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금융권 인사는 장하성으로 통한다.” 우리은행장을 시작으로 금융권 협회장 등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앞둔 금융권에 나도는 말이다.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금융권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뜻이다. ‘관치금융’의 폐해에 신물이 난 금융계 인사들은 이 말을 부정적으로 입에 올린다. 이를 의식한 듯 청와대 쪽도 실체가 없는 뜬소문이라고 일축한다.

경기고 동문 최흥식 원장의 ‘뒤집기’

소문의 발단은 지난 9월 금융감독원장 인사였다. 애초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이자 더불어민주당의 당무감사원장을 지낸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유력했다가 막판에 최흥식 원장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장 실장이 개입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김 전 사무총장은 참여정부 때인 2005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인연도 있어 금융계에서 그의 낙점을 의심한 이는 거의 없었다. 그가 금융 관련 부처나 민간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전혀 없는 게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정권 실세로 금융위원회의 그늘에서 벗어나 금감원의 독립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 부각됐다. 그의 금감원장 내정설에 금감원 노동조합이 이례적으로 환영 성명을 낼 정도였다. 하지만 최 원장으로 ‘막판 뒤집기’가 일어나자, 배후에 경기고 동문인 장 실장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최 원장과 장 실장은 각각 1972년과 1973년에 경기고를 졸업했다.

소문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10월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정감사 직후 단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금감원 임원급 인사가 11월 중순 이후로 미뤄지면서 ‘장하성 개입설’이 등장했다. 임원(부원장, 부원장보) 내부 승진 후보자 명단이 청와대 정책실의 개입으로 일부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한 금감원 간부는 “이번 인사는 금감원장이 하는 게 아니라 청와대 정책실에서 한다는 말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쪽은 “대꾸할 가치가 전혀 없는 풍문”이라고 일축한다. 금감원장 인사의 경우 김조원 전 사무총장이 여당의 강력한 지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권 경력이 전혀 없는 ‘낙하산 인사’라는 여론의 부담 때문에 임명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 최 원장이 학계에 있을 때부터 금융감독과 정책 기능의 분리를 주장해 문재인 정부의 금융감독기구 개편 공약을 구현하는 적임자로 높이 평가받은 측면도 있다고 설명한다. 금융 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장하성 실장이 지금까지 청와대 정책실장의 권한을 넘어 금융권 인사에 과도하게 개입한 일은 없는 것으로 안다. 주변 사람들이 호가호위하거나 자가발전용으로 장 실장의 이름을 팔고 다닌 탓에 그런 소문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자신과 관련된 소문에 일체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인재 추천은 정책실장의 권한

장하성 실장(맨 오른쪽)은 문재인 정부의 금융개혁을 이끌고 있다. 지난 6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첫 시정연설을 마친 뒤 의사당을 나서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장 실장이 문재인 정부의 금융개혁을 진두지휘하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인사 영향력’을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금융개혁을 이끌 적임자를 발굴하고 추천하는 것은 그의 권한이자 의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융정책을 관할하는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요 금융권 인사에 의견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과거 정권에서도 청와대의 인사 개입이 있었다. 중요한 점은 선을 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감원 수석부원장에 유력했던 인사가 갑자기 낙마한 사건의 배경에 장 실장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말도 나온다. 이 인사는 금융위와 금감원에 각각 근무한 경력이 있어 금융 당국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번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삼성 차명계좌 과세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그는 금융위가 ‘2008년 삼성 특별검사 수사 결과 드러난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는 실명전환 대상이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렸을 때 주무과장이었다. 국감 직후 ‘금융위의 유권해석은 전형적인 삼성 봐주기’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자, 청와대 인사 라인이 금감원 수석부원장 인사에 제동을 건 것이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에 따르면, 청와대 정책실은 지난 10월16일 금융위 국감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종구 금융위원장 간의 ‘설전’이 있은 뒤 박 의원 쪽에 연락해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과세 문제를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장 실장이 금융위의 답변 내용을 영 못마땅하게 여긴 것이다. 박 의원 쪽은 청와대 정책실에 ‘금융실명제법 제5조에 따라 차명주식의 이자·배당 소득에 소득세 원천징수세율 90%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정책실은 이를 근거로 금융위에 ‘삼성 차명계좌 과세 방안을 찾아서 보고하라’고 통보했다. 결국 금융위는 “검찰 수사, 국세청 조사, 금감원 검사에 의해 밝혀진 계좌는 객관적 증거로 확인된 차명계좌로 인정해 차등과세를 할 수 있다”는 새로운 유권해석을 보고했다. 장 실장의 의지가 없었다면 금융위의 이런 태도 변화는 불가능했다. 이 상황에서 청와대 인사 라인이 ‘삼성 봐주기’ 유권해석에 책임이 있는 인사가 금감원 수석부원장에 임명되는 것을 묵과할 수 없었을 거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시험대’ 우리은행장 후임 선출

연임 7개월 만에 갑작스레 자진 사퇴한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후임 선출은 ‘장하성 영향력’의 또 다른 시험대다. 이번 인사를 두고 관치금융과 낙하산 논쟁이 불붙고 있다. 금융 당국은 최근 우리은행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상당 수준의 정부 지분을 보유한 예금보험공사(예보)를 참여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예보는 우리은행 지분 18.5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럼에도 민영화된 우리은행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임추위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 1월 이광구 행장 선출 때도 예보를 임추위에 참여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최근 채용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 내부 개혁이 강하게 요구되는 상황이기에 이번에는 자율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지적이 금융 당국 안에서 제기됐다. 특히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지는 과정에서 노출된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세력 간의 고질적인 갈등 구조를 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상업·한일 출신이 번갈아가며 행장을 맡았고 임원도 동수로 구성했지만, 상업은행 출신인 이광구 행장이 연임되면서 이 구도가 깨졌다. 여기에 불만을 가진 한일은행 출신들이 채용 비리 리스트를 정치권에 제보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두 세력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하지만 금융노조가 정부의 인사 개입 움직임을 관치금융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대하자, 금융 당국이 일단 예보의 임추위 불참을 결정한 것이다.

예보는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차기 행장 선임과 관련해 주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있다. 금융권에선 우리은행이 BNK금융지주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BNK는 올 초 성세환 전 회장이 주가 시세 조정 혐의로 구속 기소되고, 이장호 전 회장도 엘시티 특혜대출 의혹으로 재판을 받으면서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조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내부 출신들이 고위직을 장악하면서 회장을 정점으로 ‘제왕적 통치’가 뿌리내림으로써 내부 견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조직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견해는 ‘외부 출신을 영입해 조직을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반면 BNK노조는 외부 인사 영입 움직임을 관치금융으로 규정하고 반대 투쟁을 벌였다. 이 혼란 속에 BNK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가 선택한 것은 외부 출신인 김지완 회장이었다. 김 회장은 문재인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도운 경력이 있다. 부산은행과는 인연이 전혀 없는데다 주로 증권 쪽에서 일해 ‘낙하산’ 논란을 일으켰지만, 여권의 강력한 지원을 받아 회장에 임명됐다.

우리은행 쪽은 채용 비리 관련 내분설이 퍼지는 것을 의심스럽게 본다. BNK금융지주처럼 현 정권과 인연이 닿은 인사를 행장으로 영입하려는 목적에서 채용 비리를 계파 갈등과 연결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분 4% 이상 과점 주주의 추천으로 구성된 우리은행 임추위는 조만간 차기 행장 자격 요건을 결정할 방침이다. 임추위는 조직 개혁을 위해 후보를 외부 인사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지만 낙하산과 관치금융 논란이 부담이 된다.

관치금융과 낙하산 논란 불식해야

금융계는 우리은행장 인사를 금융권 인사의 향방을 가늠하는 잣대로 보고 있다. 청와대와 금융 당국의 개혁 의지를 확인하는 인사이기도 하다. 그 정점에 장하성 실장이 있다. 관치금융과 낙하산 논란을 불식하면서 동시에 개혁 동력을 잃지 않는 노련함을 보여줘야 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융회사는 민간회사임에도 금융의 공공성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 다만 금융회사의 경쟁력이나 시장의 활성화를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정책 컨트롤타워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 실장이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이 아닌 것은 장점이자 약점이다. ‘대선 공신’들의 논공행상에서 자유롭지만, 인사에 불만을 품은 세력은 그의 ‘대선 지분’을 거론하며 인사 전횡으로 몰아붙일 수 있다. 앞으로 있을 금융권 인사가 공정하게 되지 않으면 그 비난이 장 실장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 금융권에 도는 소문은 그 불길한 조짐일지 모른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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