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3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동북아역사재단 회의실에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보류 결정’에 대한 국제연대위원회 사무단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겨레 백소아 기자
이런 ‘전언’이 사실이든 아니든 유네스코 사무총장, IAC 위원들이 일본의 전방위 압력에 굴복해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또한 일본은 IAC 위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가장 좋은 조건으로 부부 동반 일본 관광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런 권유를 거부한 한 IAC 위원에게서 들은 말이다. 이러한 일본의 ‘폭력적’ 외교 결과 때문인지 이번 회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심사 과정은 파행의 연속이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과정은 2년 주기로 당해 3월 등재 신청을 받은 뒤, 1년간 전문가로 구성된 등재심사소위원회의 1차 검토를 거쳐 9월께 IAC에서 최종 검토를 한다. IAC는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사무총장에게 결과를 제출하면 사무총장은 이를 받아들여 최종 결정을 한다. 약자 기록 세계문화유산 어려워져 그러나 이번 회기 때 등재신청서 마감이 아무 이유 없이 2016년 3월에서 5월로 미루어졌다. 이 기간에 일본 우익단체 ‘나데시코 액션’이 미국 단체와 공동으로 ‘위안부 여성들과 일본 육군 규율에 관한 문서들’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등재 신청했다. 이번 결정을 내린 IAC는 2017년 9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유네스코 사무국의 의도된 지연으로, 2017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다.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의 집요한 요청이 아니었으면 이번에는 IAC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고 했다. 그사이 등재 규정을 바꾸는 IAC 집행이사회가 열렸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이견의 여지가 있는 등재 신청서는 당사자 간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로 위안부 관련 기록물의 등재를 저지하기 위한 물밑 작업을 해왔다. 이 기간에 열린 집행이사회는 결정문에서 세계기록유산 사업에 대해 “유네스코 사무총장, 국제자문위원, 관련 당사자 모두 정치적 긴장을 회피하고 대화·상호이해·존중의 원칙을 준수하도록 촉구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이 문구를 근거로 국제자문위원회는 우리가 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의 등재를 보류하고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 신청자와 당사자들 간의 대화 절차를 개시할 것을 사무총장에게 권고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만다. 이 결정에 따라 국제연대위원회는 일본 우익단체가 중심이 된 ‘위안부 여성과 일본 육군 규율에 관한 문서’ 제출자들과 대화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우리가 제출한 일본군 위안부 관련 문서의 등재가 무산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세계기록유산 관련 규정’ 개정안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당사자 간 대화’ 조항은 식민지·전쟁·국가폭력 피해와 관련된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 이 규정이 내년 4월 통과되면 앞으로 약자의 기록은 세계기록유산이 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는 식민지 피해 관련 기록물은 종주국과 대화를 거치지 않으면 등재될 수 없음을 뜻한다. 한국 외교의 초라함 등재 신청된 기록물에 대해 대화를 촉구하는 건 역사 해석을 개입시키는 것으로, 기록물은 역사적 해석을 하지 않는다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의 정관에도 위배되는 일이다. 우리는 세계기록유산 등재 과정에서 여전히 공고한 ‘제국의 질서’를 확인했다. 한국 외교의 초라함도 보았다. 일본의 압력으로 등재에 실패하더라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계속 주장할 것이다. 사실은 사실대로 남고, 과거의 아픈 기억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역사교육으로 이어갈 것이다. 한혜인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공동등재를 위한 국제연대위원회 사무단 총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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