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인력 퇴출 목적의 감사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불거진 삼성SDI에 대한 근로감독에 나섰다. 경기도 용인시의 삼성SDI 사옥. 연합뉴스
다른 삼성 계열사 ‘감사 피해’ 증언 이어져 삼성 계열사에서 ‘감사’가 직원 퇴출 도구로 사용된다는 의혹이 일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6월 삼성중공업의 노동자가 감사를 받던 중 농약을 마셔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그때도 지금과 비슷한 논란이 벌어졌다. 삼성 안팎에선 회사가 인력 퇴출 목적으로 직원에게 무리한 감사를 해 회사를 스스로 떠나게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감사 중 노동자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지만, 회사 쪽의 기본 방침은 변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21> 보도 뒤 다른 삼성 계열사에서도 비슷한 감사가 이뤄졌다는 증언이 이어진다.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감사를 받았던 직원은 <한겨레21>에 연락해 “기사를 보니 감사 방식이 내가 겪은 것과 판에 박힌 듯 똑같았다. 취조실 같은 좁은 방에 여러 명의 감사관이 돌아가며 앉아서 백지를 주고 무조건 잘못한 것을 쓰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 계열사의 직원은 “감사가 끝날 때까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사표를 내야 했다. 그 뒤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는 증언을 남겼다. 흥미로운 건, 감사가 진행된 방의 모습이 대부분 유사했다는 점이다. 5m²가량의 좁은 방 가운데 책상이 있다. 책상 위에는 생수병과 메모지 등이 놓이고, 수감자 쪽에 1개, 감사관 쪽에 의자 2개가 놓인다. 천장 한쪽에는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달려 있다. 창문은 없다. 감사관은 “잘못한 것을 다 쓰라”며 백지를 내놓으면서 자기 이름은 좀처럼 가르쳐주지 않는다. 감사 장소부터 방법까지 똑같아 삼성그룹 차원의 매뉴얼화된 감사 지침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 각 계열사에서 이뤄지는 행태가 유사한데도 모두 개별 기업 차원의 감사였다고 해명하는 것 역시 똑같다. 모멸적인 감사를 견디지 못해 일부 직원들이 정신질환 등 후유증을 앓았다고 호소하는 것까지 닮았다. “감사 중 강요·폭언 없었는지 철저한 조사를” 삼성SDI 감사 대상자들의 산업재해 신청 업무 등을 담당했던 ‘내일’의 김가람 노무사는 “이번 근로감독에서 감사 대상자가 얼마나 많았는지, 회사가 감사를 동원해 부당하게 사직을 종용하지 않았는지, 감사 과정에서 강요나 폭언, 인격 모독이 없었는지 등 기초 사실관계를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병원 의원도 “2014년 삼성중공업에서 인력 퇴출 목적의 감사가 고압적으로 진행됐다며 노동자 한 명이 자살 시도를 한 사례가 있었다. 2016년에는 삼성SDI에서 비슷한 감사가 이뤄져 많은 대상자가 퇴사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한 노동자는 감사로 우울증 등 정신질환까지 얻은 사실이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삼성 계열사에서 인권침해적이거나 부당한 감사가 이뤄졌는지 파악해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SDI 관계자는 “정부 기관의 조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대상 기업이 별도의 의견을 밝히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며 말을 아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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