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WTO 내분에 무어가 빠지랴

395
등록 : 2002-01-30 00:00 수정 :

크게 작게

3년 전 사무총장 선임을 놓고 회원국간 심각한 갈등을 빚었던 세계무역기구(WTO)가 다시 내분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름 아닌 지난해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천신만고 끝에 타결됐던 뉴라운드의 향후 분야별 협상 전반을 주도할 무역협상위원회(TNC)의 의장을 누가 맡느냐를 놓고 일부 개도국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다툼의 중심에는 마이크 무어(53)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이 있다. 선진국의 입김이 막강한 세계무역기구는 마이크 무어 사무총장이 무역협상위원회의 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부 개도국들은 협상 참석자들이 번갈아가면서 대표를 맡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개도국들은 이번 분야별 협상에서 선진국의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의장이 선임되기를 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1월 말까지 무역협상위원회의 설치를 마치고 3월부터 본격적인 뉴라운드 분야별 협상을 벌여야 하는 세계무역기구로서는 애가 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무어 사무총장은 지난 1999년 7월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인선 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포함한 62개국의 지지를 받아 임명됐다. 당시 경쟁자는 개도국을 포함한 59개국의 지지를 받았던 수파차이 파니차팍(55) 타이 부총리였다. 10개월간의 샅바싸움 끝에 무어 총장은 전체 임기의 절반인 3년만 재임하고, 나머지는 파니차팍 부총리가 맡기로 절충이 된 바 있다.

뉴질랜드 총리와 무역장관을 역임했던 무어 총장은 미국 등의 지지를 받았지만 기본적인 성향은 사회민주주의자다. 노동당의 자유개혁파 소속인 그는 빈국들을 지원하는 데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파이낸셜타임스>는 “무어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며 인쇄공으로 일할 당시 노조활동을 열심히 하는 등 사회정의에 관심이 많다”고 평가한 바 있다. 물론 그는 빈국들은 자유무역을 통해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철저한 자유무역 옹호론자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의 지지를 받았던 것이다.

그는 역대 사무총장 중 가장 불운한 인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선임 때의 마찰 외에도 그는 임기 초반인 지난 99년 12월 시애틀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가 비정부기구들의 시위로 처음으로 무산된 바 있으며, 임기 내내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견해차를 좁히는 데 애를 먹었다. 세계화의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노출된 시기였기에 그로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무어 총장은 지난해 말 이런 심경의 일단을 이렇게 내비친 바 있다.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직에서 퇴임하면, 나도 세계무역기구 본부 밖에서 항의시위를 할 것이다.”


박종생 기자/ 한겨레 국제부 jpark@hani.co.k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