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 원자력위원회 앞에서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30년을 맞아 탈핵과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 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탈핵은 세계적 추세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원자력계와 보수정당들은 ‘성급한 탈핵’이라 말하지만, 삼척·영덕·밀양·경주 등 원전 때문에 고통받아온 지역 주민들에게는 오히려 ‘뒤늦은 탈핵’이다. 탈핵은 이제라도 안전을 염원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과정이다. 우리 사회가 지역 주민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길에 진입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전 지역 주민에겐 ‘뒤늦은 탈핵’ 현재 전세계에서 원전을 1기라도 운영 중인 나라는 31개국에 불과하다. 그중 절반 정도는 더 이상 신규 원전을 짓고 있지 않다. 지금 원전을 늘리는 나라는 중국·러시아·인도 정도다. 현재까지 독일·스위스·스웨덴·이탈리아·벨기에·오스트리아·대만 등이 탈핵을 택했고, 한국은 8번째로 탈핵 채택 국가가 되었다. 이미 많은 원전을 운영하는 국가들도 원전을 축소하는 추세다. 세계 1위 원전 국가 미국은 2016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원전 발전량을 넘어섰다. 또 현재 20%인 원전 비중을 2050년까지 11%로 줄이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5%로 늘릴 계획이다. 최근 신규 건설 중인 원전 2기를 경제성 문제로 포기하기도 했다. 세계 2위 원전 대국인 프랑스 역시 지난 7월 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025년까지 원전 17기를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5년 통과된 ‘에너지전환법’의 이행 원칙을 확인한 것이다. 원자력발전 비중은 현재 75%에서 2025년 50%로 축소할 계획이다. 세계 3위 원전 대국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54기의 원전이 42기로 축소됐다. 아베 신조 정부는 원전 재가동을 추진 중이지만, 일본 국민의 반대로 현재 5기만 가동 중이다. 원전을 대체하는 대안으로 이야기되는 것은 바로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다. 많은 사람이 탈핵에 동의하면서도 재생에너지가 과연 원전을 대체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이미 세계는 그렇게 움직이고 한국도 대세를 따라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 지금 전세계 에너지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4.5%로 원전 10.7%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는 잠깐의 수치가 아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원전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재생에너지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세계 재생에너지 투자액은 319조원(2015년 기준)으로 원전 투자액 31조원보다 10배나 많다.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비용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 등은 2022~2025년 원전의 전력 생산 비용이 액화천연가스는 물론 재생에너지보다 더 비싸질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강점은 원전보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를 보면, 과거 원전 전력 비중이 30%일 때 원전 관련 일자리가 3만 개에 불과했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이 전력의 30%를 차지한 지금은 관련 일자리가 30만 개나 만들어졌다. 한국은 원전이 전체 전력에서 30%를 차지하지만 관련 일자리는 3만 개에 불과하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16년 전세계 재생에너지 관련 노동자가 980만 명이고, 2030년에는 약 24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핵쓰레기’ 미래에 떠넘기면 안 돼 원전 사고 발생은 100만분의 1의 확률이라 자랑하지만, 지난 40년간 원전 대형 사고가 세 번 발생했다. 무엇보다 사고가 발생하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처럼 돌이킬 수 없는 막심한 피해를 입는다. 원전을 더 짓는 것은 사고 위험을 가중하는 일이다. 사고가 없더라도 10만 년 동안 독성이 사라지지 않는 고준위 핵폐기물(사용후 핵연료)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다. 지난 40년간 원전에서 발생한 고준위 핵폐기물은 이제 둘 곳이 없다. 기존 저장 시설은 이미 포화상태다. 전세계에서 지난 50년간 고준위 핵폐기물 최종 처분장을 만들려 연구해왔지만 아직까지 완공한 나라는 없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이 위험한 물질을 원전 안에 임시 보관 중이다. 탈핵으로 가는 길은 어렵다. 분명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탈핵은 지금까지 만들어낸 위험과 핵쓰레기를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윤리적인 선택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해 더 이상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지 말자.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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