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논객에서 <한겨레> 기자로
등록 : 2002-01-30 00:00 수정 :
남민전 전사에서 파리의 택시운전사, 다시 한국의 언론인으로.
‘파리의 망명객’
홍세화(55)씨가 <한겨레> 기자가 됐다. 1979년 32살의 젊음으로 프랑스에 망명, 23년의 타국생활 끝에 언론인으로 고국에서의 제3의 인생을 시작한다. 홍씨는 2월1일부터 한겨레신문사 편집국 기획위원으로 일하게 된다.
그가 맡은 역할은 2월 중순께 첫선을 보이게 되는 ‘토론면’의 기획·조정자. 주 1∼2회 나오게 될 이 면의 이름은 ‘왜냐면’이다. 사건의 배후로 파고들어 궁금증을 근원까지 풀어주자는 의미에서 그가 붙였다. 그는 “토론면이 한국사회의 각종 의제에 대해 다양한 시민사회의 의견을 제시하고 공론을 모으는 공간으로 자리잡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왜냐면’은 그동안 한국 신문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신개념의 지면이 될 것 같다. 홍씨는 “한국 신문의 토론은 한 가지 주제를 두고 찬-반 대립의견을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친 탓에 시차를 둔 의견의 상호침투가 없었다”며 “하나의 의견이 개진된 뒤 그 글에 대한 반대나 보완의 글을 지속적으로 실어 독자의 의견정립과 꾸준한 의제형성에 도움이 되도록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리에서 택시운전을 하고 각종 매체를 관심있게 지켜본 덕에 내가 프랑스에 대해 제일 잘 아는 게 사실 파리 지리와 매체입니다. 그 경험을 살리고 싶습니다.”
그는 “<르몽드>나 <리베라시옹> 같은 다양한 프랑스 매체들을 숙독하면서 시민사회의 성숙한 토론문화를 이끄는 신문 토론면의 힘을 느꼈다”며 “<르몽드>가 왜 정론지인가 따져보면, 사설과 함께 결국 제대로 된 토론면의 역할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이 많이 읽고 깊이있는 시민의식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프랑스에 살면서 그에겐 몇 차례 여러 언론사의 ‘러브콜’이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전직은 그가 먼저 제의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일시귀국해 사장과 편집국장, 여론매체부장 등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먼저 <한겨레>에서 일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며 “한국사회의 희망인 <한겨레>에 몸을 담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1월16일 영구귀국한 그는 현재 서울 봉천동의 작은 원룸에서 머물며 고국에서의 기자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그보다 앞서 서울대 정치학과 대학원으로 ‘유학’왔던 딸 수현(28)씨가 살던 곳이다. 그는 “아내도 곧 들어올 텐데, 요즘 전셋값이 너무 올라 집 구할 일이 걱정”이라면서도 “독자들을 만날 생각에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