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에 홀린 30여년의 결실
등록 : 2002-01-30 00:00 수정 :
금강산이 뿜어내는 절경에 홀려 30여년을 보낸 사람.
서울 성남고 국어교사인
한관수(55)씨. 그는 놀랍게도 금강산 1만2천 봉우리의 이름을 외울 수 있단다. 그래서 그는 만물상의 어느 한 귀퉁이 사진만 보여줘도 그게 무슨 봉우리인지 이름을 척척 알아맞힌다. 이름뿐 아니라 그 봉우리마다에 서려 있는 전설까지 주절주절 토해낼 정도다. “총각 시절 하숙집 벽에 금강산 그림이나 사진들을 붙여놓고 이름들을 외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홀린 듯이 금강산의 매력에 빠져들어갔던 것이지요. 다 팔자소관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 스님은 날 보고 전생에 금강산 사찰의 스님이었을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그는 고교 시절 해금강이 너무 좋아 이름까지 해강(海剛)으로 바꾼 국어선생으로부터 정비석의 금강산 기행문 <산정무한>을 배우고 나서 금강산과 기나긴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뒤 그는 본격적으로 금강산과 관련해 온갖 자료들을 모으기 시작했단다. 87년에 처음 나온 <가야 할 산하 세계적 명산 금강산>, 98년의 <세계의 명승 금강산>, 그리고 최근에 나온 <세계의 명승 금강산> 증보판 등이 그가 피와 땀으로 일궈낸 주요 성과물이다. 이들 화보집에는 많은 자료들 가운데 예술적 구도, 색채, 보존상태, 그리고 자료적 가치 등이 빼어난 것들만 실려있다. 첫 화보집을 펴냈을 때는 공안기관원으로부터 따가운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 미행을 당하는 등 순탄치 못했던 시절도 있었다. 80년대 중반 당시만 해도 이념서적이 아닌 금강산 관련 자료들을 모으는 데도 여간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아직도 국내에 금강산 전문가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요즘 금강산 관광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어쩌면 금강산에 대한 무지 때문으로 볼 수 있지요. 금강산은 빼어난 명승지일 뿐 아니라 우리의 정신적, 문화적, 종교적 보물임을 알아야 합니다. 금강산은 먼 고려 때부터 민족의 얼과 문화유산이 한데 응축돼 있는 성산입니다.”
특히 그는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들이 민족과 역사에 이바지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길 원한다면 금강산부터 다녀오길 권하고 있다.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