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서 굴욕을 견뎌낸 검사 윤석열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활해 다시 ‘인생 수사’를 마무리할 기회를 얻게 됐다. 그의 칼끝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눌 수 있을까. 한겨레
그로 인한 좌천은 어찌 보면 ‘자초한 필연’이었다. 이후 그는 대구고등검찰청 검사로 발령받았다. 검찰 안팎에서 “사실상 사임 종용 인사”라는 평이 나왔지만 윤석열 검사장은 버텼다. 검사들 내부에서조차 윤 검사를 향해 “고등학교를 두 번 다닌다”고 조소했지만 그는 끝내 굴욕을 견뎌냈다. ‘댓글 부대’에 선거법 위반 혐의도 적용 하지만 그에 대한 대중적 평가는 달랐다. “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검찰에 남아 할 일이 있다” 등의 발언으로 윤 검사장은 ‘문무를 겸비한 진짜 검사’라는 평판을 얻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말 영화 속 극적 귀환처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서울중앙지검장의 급을 낮추는 무리를 감수하며 그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서울중앙지검장이 고검장급이어서 임명권자의 눈치를 본다는 이유를 댔지만, 검찰 안팎에선 윤석열을 한번에 고검장으로 승진시키기 부담스러워 급을 낮춘 것으로 이해했다. 이런 윤석열호의 첫 대형 수사가 공교롭게도 국정원 여론 조작 사건이다. 만약 신인 감독이 윤석열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시나리오를 이렇게 썼다면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야박한 평가를 받을 법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진 것이다. 검찰은 심리전단 직원들과 외부 민간 조력자들에게 국정원법 위반 및 배임·횡령 혐의뿐만 아니라 선거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의 공범 관계가 성립되면 민간인 조력자들에게도 이를 적용할 수 있다”며 향후 수사 방향을 암시했다. 검찰이 8월24일 신청한 변론 재개 요청을 보면 “기존에는 극히 일부만 파악됐던 민간인 외곽팀의 규모와 실상이 확인돼 공판에 반영할 필요가 있게 됐다”며 “추가 확보된 중요 증거들의 제출, 공소장 변경, 양형 자료 반영 등을 위해 부득이 변론 재개를 신청”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미 검찰은 원 전 국정원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원 전 국정원장은 그동안 국정원법에 대해서만 유죄판결을 받았을 뿐, 그보다 더 중한 공직선거법에 대해선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이 사건의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그가 선거법 위반에 무죄를 받으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자는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었다. 정부 질적 차이 보여줄까 윤석열 지검장은 애초 불가능했을 ‘인생 수사’를 다시 한번 해볼 기회를 붙잡았다. 국정원 여론 조작 사건은 ‘촛불’ 이전의 권위주의 정부와 이후 들어선 정부의 질적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줄 ‘웜홀’이다. 그 좁고 어려운 통로를 검찰이 이번엔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선거 승리’를 목적으로 국가권력이 민주주의에 위해를 기도했던 반헌법적 사건에 ‘윤석열호’는 과연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을까.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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