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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그림으로 평등세상 가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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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1-3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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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승화 기자)
조그마한 체구에서 어떻게 이런 에너지가 뿜어져 나올까? 화가 김순옥(39·예술학 박사)씨의 그림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경희대학교 수원캠퍼스 중앙도서관에 나란히 붙은 2천호 대작 <금강산>과 <이과수 폭포>는 장엄한 생동감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파라과이로 이민간 김씨는 그곳에서 미술공부를 했고 남미와 유럽,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를 돌며 초청전과 개인전을 한 중견화가이다. 한국적 토속성과 남미 특유의 대담성이 그의 그림의 질료이다. 99년부터 경희대 초청교수로 오게 된 그가 최근 ‘이유있는’ 일을 하나 벌였다. 자신의 호를 딴 후암갤러리 개관기념전을 시작으로 작품 판매가의 30%씩을 한국여성민우회에 기부하기로 한 것.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으니 그분들께 제가 갖고 있는 것을 돌려드려야지요. 할 줄 아는 건 그림 그리는 것밖에 없어 판매가의 일부를 기부하기로 한 겁니다.”

굳이 한국여성민우회를 고른 이유는 민우회에서 벌이는 다양한 양성평등 운동을 비롯해 ‘한부모 지원사업’, ‘출산문화 캠페인’, ‘건강한 먹거리 나누기’ 등의 활동에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경희대 그림을 그리기로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여자가 어떻게…’라는 것이었어요. 덩치도 작고 조용한 편이라 더 그랬나봐요.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10배 이상은 노력해야 비슷하게 인정받아요. 여자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은 우리 사회 어느 분야에든 만연해 있죠. 그걸 깨는 운동에 작지만 힘이 됐으면 합니다.”

봉사와 기부를 특히 강조하는 그는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작업한 그림들을 꾸준히 병원에 기증해오고 있다. “그림과 연애하고 결혼한 터”라 특별한 개인사는 없다. 다만 자신은 좋은 부모와 좋은 기회를 가진 덕분에 그림을 평생의 업으로 택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이 많으니 그런 이들에게 자신의 갤러리가 둥지가 됐으면 한다. 그래서 1주일에 한 차례씩 일반인을 대상으로 그림 수업도 할 예정이다(문의 02-720-2841).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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