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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역동적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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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1-2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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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횡단’으로 우리에게 사유의 즐거움을 안겨준 이상수씨에 따르면, 공자의 중용은 단순한 중간지점이나 산술적 평균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것은 파도 위에 몸을 맡긴 사람이 시시각각으로 닥쳐오는 사태의 변화 속에서 ‘역동적 균형’(dynamic equilibrium)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공자는 세상의 어떤 사태에 내던져지든 그 사태의 양단, 곧 모순하는 두 측면을 두드림으로써 그 사태에 마땅한 행동 원칙을 찾아낼 수 있다고 보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아무 도구없이 맨몸으로 양쯔강의 탁류를 건너는 일이기도 하다”는 이씨의 풀이에 이르면 중용의 개념이 어느 정도 와닿습니다. <오랑캐로 사는 즐거움, 길>

중용 또는 중심이 새삼스러운 것은, 자고 나면 눈덩이처럼 부풀어오르는 권력형 비리 의혹 때문입니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리를 추적해야 할 언론의 편에서 잇단 게이트는 사실 더없는 호재입니다. 그러나 신나게 비리를 좇다보면 과연 우리 사회가 비리투성이인가, 언론이 한쪽만 비추는 거울은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듭니다.

더욱이 언론의 문제제기가 은연중에 “모두 도둑놈이다. 이 사회는 희망이 없다”는 자학적, 자포자기적 결론을 유도한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 청소년 의식조사에서 우리 사회는 썩었다, 감옥을 가더라도 한탕하겠다고 대답한 아이들이 적지 않았는데, 여기에는 언론보도의 탓도 적지 않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며 파도처럼 밀려오는 게이트를 어떻게 볼 것인가, 다시 말해 게이트를 보는 중심을 생각해봅니다.

청와대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의 윤리의식은- 전부는 아니지만- 예나 지금이나 한심합니다. 실망을 넘어 절망하게 만듭니다. 국민의 정부 들어서도 ‘부패한 권력’의 인습은 단절되지 않았습니다.

4대 게이트 다 합쳐도 과거 정권의 한 게이트에 못 미친다는 항변도 나오지만, 공직과 부패의 함수관계는 별로 달라지지 않은 듯합니다.

하지만 부패에 대한 감시, 견제의 그물은 숭숭 뚫렸던 과거에 비하면 제법 촘촘해졌습니다.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많아 보이는 것도, 과거에는 묻혔을 일이 파헤쳐지고 있는 점과 관련 있습니다. 차정일 특별검사팀이 거둔 개가입니다.

1월25일 출범한 부패방지위원회도 제약은 있지만 반부패의 제도화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누구나 손쉽게 비리를 신고할 수 있고, 신분을 보호받으며 보상까지 받도록 함으로써, 어느 고위 공직자의 말처럼 비리 공직자의 가시방석이 생겨난 것입니다.

탁류에서 헤엄치면서도, 물은 맑아지고 있다는 데 중심을 두고 싶은 근거입니다.

한겨레21 편집장 정영무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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