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월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걸어가고 있다. 8월25일 1심 판결이 선고된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렇게 주장하는 까닭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세 차례 단독 면담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나 진술이 부족하다고 변호인단이 확신하기 때문이다. ‘비밀의 커튼’ 뒤에 숨는 전략이다. 삼성 쪽 변호인단은 결심공판에서 “대통령은 면담에서 한 번도 정유라를 언급한 사실이 없다. 승마 지원은 대통령의 요청 때문이 아니라 최서원(최순실)의 강요 내지는 공갈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이라고 쓰인 문건도 행정관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작성한 자료일 뿐, 박근혜가 이재용에게 직접 말하지는 않았다고도 했다. 반면 특검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질적인 정경유착 범죄” “독대 자리에서는 뇌물을 주고받기로 큰 틀의 합의를 하고 그에 따라 삼성 주요 계열사와 정부 부처 등이 동원돼 구체적인 내용들이 정해지면서 진행된 범행”이라고 분명히 못 박았다. “대통령이 뇌물공여 기간 중에 경영권 승계 현안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신규순환출자 고리 해소 문제, 엘리엇 대책 방안 마련 등과 관련해 실제 도움을 준 사실까지 입증”되었기 때문에 유죄의 증거는 충분하다는 논리다. 특검은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주장하고, 변호인단은 “무죄 추정 원칙을 번복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맞서는 형국이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최근 10년 새 법원의 판결 경향을 보면 임원들이 총알받이로 나서 ‘재벌 총수들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으므로 무죄’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범죄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궁극적으로 귀속되는 주체가 총수들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공여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주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승계 작업’이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았다고까지 주장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무지의 베일’ 뒤로 숨었다. 큰 논란이 됐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 대해 “당시에 양사의 업무에 대해 잘 몰랐고 합병도 사장님들과 미전실이 했다. 제가 함부로 개입할 것이 아니고 다 전문가들이 알아서 열심히 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했다”(8월2일 공판 피고인신문)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최후진술 때도 “지난 몇 개월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복잡한 법적 논리도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른바 “삼성의 ‘우리 부회장은 바보’ 전략”(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YTN 라디오 인터뷰)이다. 설사 무죄를 선고받거나 집행유예로 풀려나더라도 이재용 부회장의 ‘무능’ 이미지를 강화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전략이다. “지음 관계” 해괴 논리로 무죄 선고 법조계의 한 고위 인사는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와 정황들로 볼 때 무죄나 집행유예가 선고되긴 쉽지 않을 거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재판부다”라고 말했다. 재판을 맡은 김진동 부장판사는 진경준 전 검사장이 김정주 넥슨 대표에게 공짜 주식을 받아 12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긴 사건에서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무죄 이유로 두 사람이 “일반적인 친한 친구 사이를 넘어 서로 지음(知音)의 관계에 있다고 보인다”는 해괴한 논리가 등장했다. ‘비밀 커튼’ 뒤에서 이뤄진 이재용과 박근혜, 최순실의 삼각관계에 대해 재판부는 과연 어떤 답을 내놓을까.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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