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65호 표지에 등장했던 이흑산 선수가 7월26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난민인정 증명서’를 받았다. 이제 본국 강제송환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류우종 기자
이흑산 선수는 지난 5월30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난 추방되면 고국에서 살아남지 못할 수 있다. 내 목숨이 한국 정부에 달려 있다. 보호해달라. 살려달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군대에 복싱선수로 스카우트됐지만, 월급을 받지 못했다. 간부들이 월급을 중간에서 가로챘다. 세계군인대회가 열리면, 평소 체중의 10kg가량을 뺀 57kg급에 맞추도록 강요받고, 체중 관리를 명목으로 음식과 물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 그런 생활을 못 견뎌 군대 밖 민간 복싱대회에 출전하자 군대로 끌려가 두 달간 구타당했다. 이흑산 선수의 이런 특수한 사정이 재심사 과정에서 인정된 것이다. <한겨레21>의 보도 이후 이흑산 선수는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로부터 법률 조력을 받았다.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6월22일 이흑산 선수를 불러 6~7시간의 추가 면접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이흑산 선수는 “10년간 군대에서 급여를 착취당하고 인권침해를 당했으며, 여권이 없는 상태에서 카메룬에도 자신의 탈출 보도가 나온 상황”이라며 자신의 처지를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이흑산 선수는 7월26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난민인정 증명서’를 수령했다. 그는 7월27일 <한겨레21>에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그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서 꿈꾼 것 같았다. 그날 잠을 못 잘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이어 “세계 챔피언을 목표로 열심히 운동하고,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결혼도 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흑산 선수의 당면 목표는 1차 방어전이다. 경기는 8월5일 저녁 7시 춘천 샘토 참숯닭갈비 야외 특설링에서 열린다. 이번 방어전 대회의 이름은 ‘제2회 샘토나눔닭갈비데이 환아지원 자선권투대회’다. 대회를 주최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이날 춘천 샘토 참숯닭갈비 수익금은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는 모녀에게 전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 주인공은 춘천에 사는 최혜진(16·가명) 학생과 그의 어머니다. 혜진 학생은 태어날 때부터 희귀난치성 질환인 구루병을 앓고 있다. 같이 사는 혜진 학생의 어머니도 구루병을 앓고 있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권자 가족으로, 거동이 불편해 보증금 500만원, 월세 45만원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다. 하지만 매달 월세와 생활비, 약값을 내고 어머니 수술비를 충당하면서 이미 2년 전에 보증금이 바닥났다. 다시 무대 위로 오른 챔피언 대회를 앞두고 이흑산 선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관계자들과 함께 혜진 학생을 만났다. 그는 그 자리에서 선뜻 1차 방어전 파이트머니 60만원 가운데 30만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흑산 선수는 “지난해 9월 카메룬에 있는 자신의 할머니 집에서 딸이 질병으로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그의 딸은 8살이었다. 이흑산 선수의 훈련을 책임지는 이경훈 춘천 아트복싱체육관 관장은 “이흑산 선수가 지난해 사망한 딸 생각에 기부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가 열리는 춘천 샘토 참숯닭갈비는 이흑산 선수가 지난 5월 한국챔피언 타이틀전을 앞두고 생계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던 식당이다. 그의 슈퍼웰터급 타이틀 1차 방어전 상대는 11전 7승7KO 전적의 원우민체육관 소속 고성진 선수다. 펀치력이 뛰어난 선수로 알려졌다. 이흑산 선수의 경기는 이번에 치러지는 4경기 가운데 메인 이벤트로 준비된다. 경기는 총 10라운드로 진행된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후원 계좌: 농협중앙회 105-7396-4753-676 초록우산 어린이재단(문의 033-762-9171)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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