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지상파 TV 프로그램으로 얼굴을 알리고 ‘씨네드쉐프’ ‘옥타곤’ 등을 이끌었던 유명 요리사 유성남 씨도 ‘젠트리피케이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승화 기자
상가임대차보호법도 무용지물 오래 있을 사람을 구한다는 건물주는 가게를 시작한 지 2년 됐을 때 ‘나가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갑자기 무슨 일인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한동안 안 피우던 담배만 연달아 피우다 공부를 시작했다. 그때 처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영세상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2001년 제정됐다. 한번 계약하면 5년까지 장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임대료는 연간 9% 이상 인상할 수 없도록 한다. 유 셰프는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주인에게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설명했다. 그제야 주인은 “법이 그러하다면 알겠다”고 했다. 대신 월세를 30% 올려달라고 했다. 법이 정한 상한액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였지만, 얼굴 붉히고 지낼 순 없어 알겠다고 했다. 몇 건의 문서가 오가고, 월 200만원이던 월세는 월 260만원이 됐다. 얼마 전 건물주는 다시 나가 줄 것을 요구했다. 이제 5년이 됐으니 나가달라는 것이었다. 그사이 월세 한 번 안 밀렸지만, 가게 운영은 좋지 못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분위기로 외식업 전체가 불황을 겪었다. 탄핵 국면을 거쳐 정권이 교체되고 이제야 장사 좀 할 만하겠다는 때 떨어진 날벼락이었다. 억울한 심정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자 건물주로부터 연락이 왔다. “우선 글을 내리라”며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왔다. “계속 장사를 하고 싶다”고 말하자 엉뚱한 요구를 해왔다. 건물주는 4년여 동안 한 번도 월세에 대한 세금계산서 발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갑자기 ‘지난 4년에 대한 세금계산서 발행을 할 테니, 해당 기간 월세 10%에 해당하는 부가세 금액 1000여만원을 달라’고 요구해왔다. 터무니없었다. 이미 회계연도가 다 지난 계산서 발행을 원하는 건 훗날 일어날지 모를 탈세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법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줄 수 없었다. “그럴 순 없다”고 통보하고 장기전을 대비했다. 변호사, 법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치밀하게 자료를 준비했다. 건물주가 일방적으로 내쫓으면 버틸 방법이 무엇일까 궁리했다. 교착상태가 되자 건물주가 새로운 제안을 해왔다. 보증금 4천만원에 월세 300만원으로 다시 계약하되, 계약 연장은 1년 단위로 하자는 것이었다. “매해 임대료를 올리고, 1년 단위로 상투를 잡아 흔들겠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5년 사이 소월길 인근 땅값은 거래가 기준 350% 가까이 치솟았다. 이태원 상권이 포화에 이르며 가팔라진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아는 이들이 소월길 인근에 건물을 샀다는 보도가 이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브루터스의 건물주 역시 5년 전보다 최소 3배 이상 건물 가치가 상승했을 것이다. 유 셰프는 “소월길이 이렇게 핫해진 것에 나름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하지만 정작 그 이유로 엄청난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예약이 필수인 브루터스는 소월길의 대표적 가게로 골목 내 다른 가게들을 견인하고 있다. 건물주는 그 명성을 법정 상한액을 훌쩍 뛰어넘게 올리는 임대료 상승으로 확인하고, 훗날 부동산 가치로 더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매일 불 앞에서 6시간 이상 씨름하는 유 셰프는 괴롭다. 임대료는 매년 30% 가까이 치솟지만 음식값을 그렇게 올릴 순 없다. 월급쟁이들은 연간 5% 안팎의 임금 상승이라도 기대해볼 수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매년 30%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형편이다. 길 띄운 사람이 쫓겨날 신세 다시 5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는 오너 셰프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유성남 셰프는 “핫하다는 동네들에 왜 스타벅스와 대기업 계열 레스토랑들만 남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요리방송 전성시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셰프들이 자기 가게를 하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임대료만 고공 행진을 하는 토대 위에서 다양성과 다름을 만드는 가게들”이 생존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유 셰프는 “이렇게 장사하는 사람이 많은데, 국가가 왜 이걸 그대로 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동네를 띄웠지만 정작 언젠가 동네에서 쫓겨날 바에는 “차라리 아무렇게나 계약해버리고 권리금이라도 받을까” 생각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가맹사업법 위반 현장 조사를 통해 ‘골목상권에 진출한 대기업’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제 질문을 바꿔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왜 그 많은 골목에서조차 대기업밖에 생존할 수 없는지 말이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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