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대전의 선수들. 빙그레의 ‘빵또아 레드벨벳’과 롯데제과의 ‘거꾸로 수박바’, 해태제과의 ‘토마토마’(왼쪽부터). 각 사 제공
한발 더 나아가, 아이스크림 덕후들은 경쟁 아이스크림인 ‘쌍쌍바’를 패러디해 초록색과 빨간색이 반반인 ‘수박 쌍쌍바’를 합성사진으로 내놓거나, 초록색과 빨간색 부분이 줄무늬처럼 나뉜 일명 ‘줄무늬 수박바’ 등 기발한 모양의 수박바 합성사진 놀이를 이어가고 있다. 덕후들의 요청으로 출시된 아이스크림은 수박바만이 아니다. 2005년 깜짝 등장했다가 어느새 자취를 감춘 해태제과의 ‘토마토마’는 팬들의 꾸준한 요청으로 12년 만인 올 3월 재출시됐다. 토마토와 얼음 알갱이가 섞인 이색적인 맛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같은 회사 쭈쭈바인 ‘탱크보이’의 위세에 눌려 단종된 비운의 제품이다. 주력 상품인 탱크보이 생산을 위해 토마토마 생산시설을 내준 까닭이었다. ‘아이스크림의 르네상스’로 불리던 2005~2006년엔 웬만큼 인기 있는 제품이 아니면 쉽게 시장에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권장가격표시제가 낳은 할인점? 한때 2조원을 넘보던 한국 빙과류 시장 규모는 최근 3년째 1조6천억원 언저리에 맴돌고 있다. 저출산으로 주요 고객층인 아이들이 감소한데다 아이스크림을 대체할 간식류가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끼상품으로 전락하면서 ‘반값 아이스크림’이 고착화하더니 최근 80%까지 가격 할인을 내건 ‘아이스크림 상설 할인점’까지 늘어나고 있다. 2010년 대구 등 영남 지방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불경기의 영향으로 서울·경기 등 수도권까지 북상한 상태다. 올 4~5월께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할인점은 전국 25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이같은 할인점의 특징은 아이스크림 외에 다른 제품은 취급하지 않아, 인건비와 인테리어 비용이 적게 들어 별다른 기술 없이도 가게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창업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7월5일 오후, 서울 관악구에 있는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찾았다. 4평 남짓한 점포에 꼬마 손님과 같이 온 엄마들로 북적였다. 아이스바 300원, 빵류 아이스크림 500원, 콘류 700원, 통 형태의 떠먹는 아이스크림은 3천원 수준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적게는 50%, 많게는 70~80%까지 할인된 가격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인 김영민군은 “슈퍼나 편의점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더 싸다. 같은 용돈으로 더 많이 사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부모들도 반기는 입장이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함께 매장을 찾은 박민정씨는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워낙 좋아해서 자주 사는데 마트보다 저렴해서 놀랐다. 싸서 좋긴 하지만 반값도 아닌 70~80% 할인하면 남는 게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업계에선 지난해 8월 실시된 아이스크림 권장가격표시제가 2010년 생겼다가 사그라든 아이스크림 할인점의 ‘부활’을 불러왔다고 본다. 권장가격표시제로 인해 슈퍼 등 소매점에서 아이스크림 가격이 소폭 상승되자 그 차액을 노리고 틈새시장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지역 소매상들 매상 직격탄에 울상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들어서면서 동네 슈퍼들은 타격을 받고 있다. 할인점과 5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김아무개(58)씨는 “할인점이 생기고 나서 손님이 3분의 1로 줄었다. 부모들이 아이들과 아이스크림을 사러 와서 다른 것도 사고 하는데 그 손님이 떨어져나갔다”고 말했다. 30℃ 넘는 폭염에도 슈퍼 앞 아이스크림 매대는 한산했다. 빙과업계에선 미끼상품인 아이스크림만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만큼 결국 일선 할인점에 물건을 대주는 중간유통업자에게만 이익이 돌아갈 것으로 전망한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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