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어떤 어머니는 자녀 9명이 다 죽었어요. 제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아마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한데 그 죽은 자식들을 기억하기 위해 살아나신 게 아닌가 해요. 베트남에서는 향 연기라는 것이 있는데, 죽은 사람을 위해 향을 피우기 위해 어머니가 살아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십 대 소녀 시절 전쟁을 살았던 겁 없는 여자. 베트남의 종군작가인 레민퀘를 만났을 때 그가 한 말이다. 물론 피에타의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본질은 하나 아니겠는가. 피에타는 저항하고, 견디고, 아픔을 어루만지고, 슬픔의 강을 건널 수 있게 손을 잡아주는 어머니의 얼굴이다. 이 땅의 도처에서 피에타를 본다. 세월호에서도, 오월 광주에서도, 유월 민주화운동으로 스러진 자식을 품은 어머니에게서도. 피에타는 진실과 정의, 평화란 무엇이냐고 묻는다. 아픈 과거사 해결 문제를 앞에 놓고 비로소 새 정부에 바라는 피에타의 목소리가 들린다. 한·베 평화재단은 얼마 전 기자회견을 열어 새 정부가 정의롭게 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촉구했다. 한국 시민사회는 이미 1999년부터 ‘미안해요 베트남’ 운동을 벌여왔다.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상 규명과 베트남에 대한 사죄 운동이다. 이 문제를 미래 세대의 숙제로 남기지 않고 해결하기 바라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제 기행의 경험이 많아진 청소년들은 역사책에서 배우지 못한 참혹한 사실을 현지에서 날것으로 품고 온다. 아이들은 말한다. 평화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10여 년 전, 베트남 예술인과의 문화 교류 때 그곳 예술인들이 희망한 것도 하나였다. 베트남과 한국이 공유할 수 있는 두 단어, 하나는 진실이고 또 하나는 평화라는 것. 아픈 과거사 해결 문제를 앞에 놓은 우리가 또한 넘어서야 할 산인 것이다. 진정한 사과 후에 베트남 피에타를 베트남에 세워야 할 일 말이다. 끝내는 피에타가 세워지지 않아도 될 세상. 이 땅의 피에타를 위하여! 허영선 시인·제주 4·3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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