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 갈등 해결사 되렵니다”
등록 : 2002-01-22 00:00 수정 :
“‘노동통제전략’이란 말을 놓고 ‘너무 과격한 거 아냐?’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죠. 이데올로기로 노동조합을 재다보니 노조를 통제의 대상으로 여겨왔지만 이제 정부도 노동을 새롭게 이해해야 합니다.”
4년 만에 돌아온 그의 손에 두툼한 논문 하나가 들려 있었다. ‘한국의 노동조합, 정부 그리고 노사관계의 정치’. 이 논문에 ‘노동통제전략’이란 말이 군데군데 난무했으니 집(노동부) 안 사람들이 놀랄 만도 했다. 글에서, 노동을 통제해왔다고 직접 비판받은 당사자는 국가이지만, 그것이 곧 노동부를 뜻한 만큼 파문은 예고된 것이었다. 물론 노동을 죄다 ‘불온’으로 몰아 다스리던 시절도 아니어서 잔잔한 파문에 그쳤지만.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에서 ‘한국의 노동조합…’으로 노사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아 돌아온 노동부
신은종(35) 사무관. 논문은 87년 이후 정부의 노동통제전략 변화와 이에 따른 노조의 임금효과를 분석한 것인데 결론은 이렇다. “정부가 노동을 권위적으로 억압한 데서 벗어나 노동계급의 대변자로서 ‘현실적인 힘’을 가진 노조를 인정하고 ‘협의의 정치’를 발전시켜야 한다.”
‘노사관계는 없고 노정관계만 존재한다’는 말이 다소 극적으로 보여주듯 우리 노사관계는 노-정간 끊임없는 갈등의 구조다. 노정 갈등에 ‘갇힌’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갈등은 어쩌면 피할 수 없고 꼭 나쁜 것도 아니지만 ‘비생산적인’ 갈등은 해소돼야 한다. 그 점에서 논문은 노·사·정 세 주체의 생산적인 대화를 가능케 하는 ‘노동정치’를 모색하고 있다. “정부와 사용자는 정치·경제적으로 일종의 동맹체를 구성해 노조의 정치적 성장을 가로막아왔습니다. 노사관계가 노정관계로 표면화된 셈이죠. 그러나 정부의 재벌독점 규제정책을 둘러싸고 정부와 사용자도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세 주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바람직한 모델은 ‘협의의 정치’인데 이를 위해선 정부가 노동배제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 논문이 내부를 향한 칼날을 품고 있는 셈이다.
그의 논문은 최근 미국노사관계학회에서 최우수 논문으로 뽑혔다. 그는 “운 좋게 걸려서 상을 탔다”고 겸연쩍어했지만 그게 어디 열정없이 가능했을까. ‘불의 연대’인 80년대 대학 시절, 거리를 쏘다니며 노동문제를 배웠고 그래서 노동부를 택한 그였으니 열정은 미뤄 짐작할 만했다. “더 체계적으로 공부해 맡고 있는 노동행정 실무에 적용해볼 생각입니다. 그러다보면 어려운 노동문제를 풀어나갈 길도 찾아지겠죠.”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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