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검찰 개혁 논의가 불붙고 있다. 고위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수사권 분리, 검사장 직선제 등 여러 개혁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공통점은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다. 한겨레 김태형 기자
공수처 설치는 대선 주자 대부분이 동의하여 시행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안이다. 검찰과 별도로 권력의 외압에서 자유로운 조직을 만들어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 등을 수사하도록 하는 제도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공수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는 2월15일 성명서를 내고 공수처 도입 반대 입장을 내놨다. 변협은 성명서에서 “공수처를 도입할 경우 특별검사 임명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거나 공수처의 수사가 오히려 정치화될 우려”가 있으며 “공수처를 제2의 검찰로 하여 검찰권을 분리하는 결과가 되므로 이는 옥상옥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과 한국형사소송법학회가 2월13일 이화여대에서 연 ‘검찰 개혁’ 공동학술 세미나(검찰 개혁 세미나)에서도 참석자들 의견이 엇갈렸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한상훈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가 (검찰 개혁에 있어)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또 “공수처는 검찰 밖에서 검찰권을 분산, 상호 견제하여 공정한 사정을 담당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옥상옥이라는 지적은 잘못된 비유”라고 덧붙였다. 반면 11년 동안 검찰에서 근무한 뒤 최근 퇴직한 이순옥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가 권력을 남용할 수 있으며, 수사 범위에 기업 범죄가 빠져 정경유착 문제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반대 의견을 내놨다. 검찰의 수사권 분리 역시 오랫동안 제기된 개혁 방안 중 하나다. 검찰은 기소와 재판에 집중하고,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는 방향이다. 수사권 조정은 검찰이 경찰과 긴 시간 갈등해온 쟁점이다. 검찰 개혁 세미나에 참가한 임지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장(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개인적으로 수사권 조정에는 반대한다. 경찰은 법률 전문가가 아니다. 경찰이 수사권을 가질 경우 법적 수사 절차가 존중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도 수사권 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영기 남원지청장(검사)은 이날 “경찰의 수사가 적법절차에 따라 진실규명에 필요한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는 수사 결과를 토대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사법관(검찰)이 살펴보고 통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면서 해야 할 수사를 안 하거나 표적 수사를 하는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수사권 조정은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하기 위한 형사사법 체계 내에서의 권력 분립이고 검찰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라고 말했다. 서보학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는 권한이 너무 비대하기 때문이다. 막강한 권한을 가지니 권력이 검찰만 길들이면 통치가 쉬워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덕성도 수사 의지도 낙제인 검찰 검사장 직선제는 비교적 최근에 나온 방안이다. 교육감 선거처럼 각 지방 검사장을 주민투표로 뽑자는 내용이다. 임지봉 교수는 검찰 개혁 세미나에서 “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 같은 개혁 방안의 경우 국민의 참여가 빠져 있다”며 “검찰이 청와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검사장 직선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영기 남원지청장은 “사법영역인 검찰 수사가 도리어 정치에 종속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선거를 통한 검사장 선출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내 편 네 편 가르기에 익숙한 선거 문화를 감안하면 검사장 선거는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대했다. 검찰 개혁은 번번이 실패해온 해묵은 과제다. 권한을 놓지 않으려는 검찰의 반대가 거셌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검찰 개혁 논의가 불붙고 있지만 검찰이 조직적 저항에 나설 경우 이러한 개혁이 실현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다만 최근 검찰의 힘이 빠져 있다는 것은 개혁 추진에 유리한 조건이다. 넥슨 비상장 주식을 무상으로 받은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과 사업가 친구에게 스폰서를 받은 김형준 전 부장검사 사건으로 검찰의 도덕성이 실추됐다. 게다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우병우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등 검찰 출신 인사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부당한 권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국민들의 검찰 신뢰도 떨어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검찰이 보여준 수사력이 박영수 특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검찰이 도덕성과 능력 모두에서 최근처럼 궁지에 몰린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검찰 개혁에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 만든 것이다. 지금이 검찰 개혁의 적기이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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