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일 경남 창원시 창원지법에서 열린 밀양 송전탑 투쟁 관련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주민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모여 있다. 남어진 제공
정당행위의 관점에서 볼 때 공권력 행사가 과연 정당했는지, 피고인(주민)들의 행위가 정당했는지가 재판의 핵심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변호인단의 시민 불복종 주장을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시민 불복종 운동도 실정법 질서와 법치주의 테두리를 벗어나면 보호받을 수 없다”는 간단한 논리로 일축했다. 법률지원단 간사를 맡고 있는 정상규(33) 변호사는 2월15일 부산시 연제구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재판부는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이 없다고 하는데, 상당성에 대한 법리 자체를 너무 넓게 해석한 게 아닌가 싶다. 재판부가 법이 요구하는 상식을 넘어섰다고 본다.” 재판부가 변호인단의 주장을 세세히 살피지 않고 잘못 판단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변호인단은 항소심에서 주민들 혐의 중 공동상해, 주거침입, 손괴 등은 시민 불복종을 주장하는 근거에서 제외했지만,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런 행위들까지 판단 근거로 삼았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재판부에서 배척하더라도, 적어도 성의를 가진 판결이라면 주민들이 이렇게까지 원통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재판부가 변호인들의 주장을 살펴봤는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했다. 정부·한전, 끝없는 무리수 항소심 재판에서는 증인신문에 나선 전문가들이 정부 정책의 부조리와 모순을 지적하기도 했다. 2013년 국회에서 주관한 ‘밀양 송전탑 전문가 협의체’에 주민 추천으로 참여했던 하승수 변호사는 기존 345㎸ 선로 3개로도 송전이 가능한데 한전이 무리하게 765㎸ 송전선로를 설치하려 했다고 증언했다. 전문가 협의체의 한전 추천 위원들이 제출한 보고서 초안도 한전 쪽에서 대필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결국 전문가 협의체가 파행적으로 종결된 점도 밝혔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지속적인 전력 소비 감소로 전력 예비율이 충분한 상황에서 한전이 밀양 송전선로 건설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고 증언했다. 사법부가 밀양 송전탑 투쟁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전이 주민 보상 명목으로 뿌린 돈이 마을 공동체 파괴의 ‘씨앗’ 노릇을 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김경수(더불어민주당, 경남 김해을) 의원실은 최근 연세대 국학연구원과 공동으로 마을 공동체 파괴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했다. 정부와 한전이 마을 공동체에 끼친 해악과 폭력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다. 정 변호사는 “주민들이 경찰·한전과 싸울 때보다 지금이 더 고통스럽다고 할 정도”라고 했다. 주민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 100일 넘도록 1200만 촛불(주최 쪽 누적 추산)이 이어지고 있지만, 경남 밀양 765㎸ 초고압 송전탑 설치에 반대해온 주민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다. 햇수로 12년, 전기를 타고 흐르는 밀양의 눈물을 한국 사회는 온전히 닦아주지 못하고 있다. 대책위는 2월2일 항소심 선고 뒤 성명을 내어 “주민들이 입어야 했던 인격적 모멸과 생존권 침탈의 실상을 언젠가 국가가 나서서 진상을 밝히고 사죄할 때까지 우리는 조금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정 변호사를 비롯해 법률지원단은 조만간 대법원에 제출할 상고 이유서의 논리와 방향을 논의할 참이다. ‘밀양 불복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부산=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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