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우종 기자
<다이빙벨> 개봉 직전에 알고 지내던 영진위 직원이 조심하라고 전화가 왔다. 앞으로도 영진위 지원 사업은 다 안 될 거니까 <다이빙벨>까지만 하고 회사 이름을 바꾸고 대표도 다른 사람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 무렵, 문화체육관광부가 시네마달의 최근 5년을 정리하는 감사 보고서를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조심했나. 아니, (웃음) 어차피 각오를 했다. 영진위 지원 사업은 어느 정도 그러려니 했는데 부산영화제 문제는 좀 컸다. 워낙 큰일이었으니까. 부산영화제 이용관 위원장이 직접 ‘<다이빙벨>을 틀지 마라, 불이익이 있을 것이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프로그램이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전부터 압력이 있었는데, 상영 바로 전까지도 상영 말라는 얘기가 계속 들어왔다. 문제적 작품을 많이 해왔는데, 그런 상황은 <다이빙벨>이 처음이었나. 이명박 정부 때부터 자잘한 문제는 계속 있었다. 제주 강정마을 문제를 다룬 <잼 다큐 강정>이란 작품을 할 때도 영진위 직영 극장인 인디플러스에선 못 튼다는 말이 있었다. 조성봉 감독의 <구럼비-바람이 분다>도 부산영화제에서 틀 때 논란이 많았고, 삼성 문제를 다룬 <탐욕의 제국>도 압력이 있었다. 압력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오나. 딱 찍어서 그 작품은 안 된다, 이러면 앞으로 지원 못한다, 그런 작품을 어떻게 국가기관이 운영하는 공간에서 틀 수 있느냐, 뭐 이런 얘기다. 사실 영진위 직원들과 다 안면 트고 지내고 양심적인 분도 많다. 영진위라는 기관의 특성상 전문성을 갖춘 분도 많고. 재밌는 것은 이명박 정부 때도 비슷한 압력이 있었을 텐데 그나마 슬기롭게 대처하고 어느 정도 외압을 소화시켰던 분들이, 박근혜 정부에서는 굉장히 폭력적이거나 실무적으로 말이 안 되는 수준으로 전락했단 점이다. 예컨대, <다이빙벨>은 표를 다 사서 상영을 무의미하게 하고 악평을 달았는데 그걸 누가 했겠나.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그렇게까지 지시를 내렸겠나. 그 메커니즘을 잘 아는 행정적으로 유능한 사람이 했겠지. 왜 <다이빙벨>이 타깃이 됐다고 생각하나. 모르겠다. ‘세월호 7시간’ 얘기만 나오면 왜 저러는지도 솔직히. 세월호 문제에 대해선 유독 세게 막았다. 그러면서 점점 더 세월호 사고가 박근혜 정부에 치명적 사건이 되고 탄핵에 주요한 사안으로까지 등장한 게 아닌가. 그나마 독립영화 안에서 보장되던 자율성, 독립성, 표현의 자유가 전혀 보장이 안 되는 이슈가 세월호 문제였고, 근본적으로 세세한 부분까지 걸러내려 했던 것 같다. 세월호 문제, 유독 세게 막아 시네마달 쪽에서 보면 <다이빙벨>은 좀 생소한 작품이 아닌지 생각했다. 독립영화 진영에서 만든 것도 아니고 작품성 논란도 있었다. 세월호가 워낙 큰 사건이었으니까, 너무 아팠고 책임감이 생겼다. <다이빙벨>은 세월호 사건이 벌어지고 가장 이른 시간에 나온 다큐였다. 배급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작품을 통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나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랐고, 좌절하던 세월호 가족들의 문제도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이빙벨>을 본 뒤, 다른 논란보다는 극장을 광장으로 바꾸고 그 안에서 진실이 밝혀지고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렇게 다큐의 의미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계속 고민해나가는 것이 시네마달의 정체성이다. ‘시네마달을 살리자’는 논의가 범시민사회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직접적 피해자로서 어떤 과제가 시급하다고 생각하나.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지면서 블랙리스트로 대변되는 탄압과 배제에 대해서는 낱낱이 조사해 밝혀야 한다. 책임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구속되거나 물러나야 한다. 책임 영역에 있는 이들은 물론 관리자들도 문책받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이들이 좌천되고 부서 이동을 했거나 사퇴 압력으로 퇴진했다. 이 사람들도 복권돼야 다시 뭔가를 얘기할 수 있다고 본다. 거슬러 올라가면 영화 쪽은 세 축이 있지 않았나 싶다. 시작은 이명박 정부의 ‘잃어버린 10년’이었다. 문화계 좌파들, 특히 판 자체가 편향됐다는 영화계를 정리해야 한다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진위, 부산영화제에 개입했다. 교수들이 좌파라며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정리했다. 영진위는 낙하산 위원장을 뿌리고 위탁사업 주체를 뉴라이트로 바꿨다. 부산영화제는 워낙 명성이 있으니 어쩌지 못하다가 <다이빙벨>로 완전히 타격을 주려 했던 것 같다. ‘블랙리스트’ 사건 발본색원해야
시네마달이 배급해온 영화 목록을 보면 이 회사를 살려두는 것은 한국 영화의 종 다양성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시네마달 제공
지금까지 시네마달이 직간접적으로 배급과 상영에 관련된 국내외 작품은 250편이 넘는다. 시네마달의 필모그래피는 그 자체로 한국 퀴어영화의 역사이고 대추리·용산·강정·세월호로 이어지는 사회적 현안의 연대기이고, 영화라는 장르에 가장 불타는 열정을 가진 이들의 서사이기도 하다. 이 배급사를 살려두는 건 단순히 작은 영화 관련 회사 하나를 존속시키는 차원이 아니라, 한국 영화가 갖춰야 할 종다양성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이냐의 문제다. 김일권 대표가 정권 차원의 탄압을 받고도 지금까지 버텨온 건 일상적인 탄압과 구속을 겪으며 성장해온 독립영화 운동의 ‘맷집’이 있어 가능했다. 더 이상 누군가들의 맷집에 기대어 사회를 끌고 가지 말고 합리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박근혜 정부 이후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지금, 여기, 우리 시네마달에서 시작할 수 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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