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9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로데오 사거리에서 시국집회가 열리고 있다. ‘박근혜·최순 실 게이트’는 동네의 평범한 시장 거리도 광장으로 만들었다. 연합뉴스
11월19일 신촌에 모인 청년들과 같은 스마트폰 세대는 기존 집회 문화에 양념 역할을 하며 시민운동의 역사에 새 이야기를 더하고 있다. 개인적 성향이 강하고 ‘병맛’ 코드를 일상적으로 즐기는 청년 세대의 마이너한 감성은 굳이 ‘토요일 광장’이 아니더라도 일상의 시공간에서 “대통령 퇴진”을 외친다. 이렇게, 광장 바깥 동네에서 웅성대는 크고 작은 목소리들이 이어지고 있다. 동네 곳곳에서 열리는 작은 모임들이 그것이다. 청년유니온은 11월25일 서울 동북, 서남, 북서권 지역 세 곳에서 청년 모임을 열었다. 청년들은 이날 함께 영화를 보고, 최근 시국을 바라보며 느낀 생각을 나누며 집회에 가져갈 하야 피켓을 함께 만들었다. 비슷한 맥락으로 회사나 동네에서 ‘시국 티타임’을 갖자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우리가 감당해야 할 뉴스는 얼마나 많았나. 각자 따라가고 있던 이슈를 공유하고, 뉴스를 정리해서 나누는 ‘시국 스터디’를 하며 수다 떠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제안이 흥미롭다. 와이파이 이름을 ‘박근혜 퇴진’으로 집에서, 혼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행동도 있다. <한겨레21> 독자들이 보내온 의견에는 집집마다 국기 게양대 혹은 베란다에 ‘하야’ 또는 ‘퇴진’이라 적은 깃발이나 현수막을 걸어놓자는 제안이 다수를 차지했다. 독자 정정국씨는 “거주지에서도 상시적으로 퇴진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합시다. 장기전에 대비해야 하고 추운 날씨 등으로 집회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국민도 상대적으로 힘들이지 않고 의사표시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독자 박성호씨는 이미 집 베란다에 걸어둔 현수막 사진을 보내왔다. 김소정씨와 허효진씨도 “베란다 플래카드 내걸기, 차량에 깃발 꽂고 다니기” 등이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행동 방안으로 내세웠다. 김인호 독자는 국민의 뜻을 표시하는 상징물을 만드는 것을 제안했다. “국민의 목소리를 담은 어떤 것이라도 표시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좋겠네요. 노란 리본 매달기처럼요.” 조왕현씨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잡히는 와이파이 이름을 ‘박근혜 퇴진’이나 ‘박근혜 탄핵’으로 설정하자는 제안을 보내왔다. 손호씨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촛불 사진으로” 올리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보자고 했다. 촛불의 시간 대신 암전의 시간을 제안하는 독자도 있었다. 아이디 ‘빨간안경’을 쓰는 독자는 매주 토요일 저녁 8시 혹은 정해진 시간에 “각 가정과 사업장의 불을 1분 동안 꺼서 국민의 의지를 알리는 건 어떻겠느냐”고 전해왔다. 어떤 방식이든 서로 응원하자 혼자 깃발을 걸든, 동네의 소소한 시국 걱정 모임에 참여하든 시민들은 서로의 방식을 응원하며 앞으로 나아가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11월2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만난 시민 김민지씨는 “무엇이 됐든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해서, ‘침묵하는 4900만이 있다’는 상대 진영의 환상을 깨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주 토요일 다양한 방식으로 집회에 나서는 간호사 최원영씨도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의료인들이 전문심폐소생술이란 것을 배울 때, 그 과정에 ‘건설적 개입’이라는 부분이 있어요. 같이 심폐소생술을 하며 환자를 살리는 동료가 실수했을 때, ‘멍청아 지금 에피네프린을 줘야지!’가 아니라 ‘지금 에피네프린을 줄래요?’라고 말해야 하는 거죠. 멍청이라고 하는 순간 상대는 그 사람이 실수하길 기다렸다가 똑같이 ‘멍청아, 너나 잘해’라고 받아치지 않을까요? 싸움의 방식 등에 대한 디테일한 부분을 놓고 서로 다투기보다는 모두가 새 판을 짜기 위한 큰 그림을 함께 고민해나가면 좋겠어요.”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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