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대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유전자변형식품(GMO) 문제를 두고 여야 의원들이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GMO완전표시제법은 쟁점 법안으로 분류돼 법안 심사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연합뉴스
반면 여당 의원 5명은 답변을 회피하거나 거부했다. 새누리당 간사인 김상훈 의원실은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 같은 당 성일종 의원실은 “의견 수렴을 거쳐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미응답’했다. 송석준 의원은 답변서를 보내왔으나 4개 문항에 모두 ‘입장 보류’를 선택했다. GMO 표시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출신 김승희 의원과 소아과 의사 출신 박인숙 의원은 아예 답변을 ‘거부’했다.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두 의원은 10월7일 국정감사에서 “식약처가 심사 후 안전한 GMO만 수입·시판을 허용해주고 있다” “GMO에 대해 떠들고 있지만 오늘도 하루 종일 먹고 있다”며 식약처 편에 섰다. 법안 심사 첫 관문부터 새누리당 의원들의 무관심과 사실상의 반대로 GMO완전표시제 처리에 경고등이 커진 셈이다. 법안소위는 관행적으로 여야 합의로 안건을 처리하는 만큼 한쪽이 끝까지 거부하면 온전한 법안 통과가 불가능하다. 의원마다 ‘행운의 편지’ 177통씩 보내 [%%IMAGE3%%] 이 사태를 예견한 온라인 프로젝트 정당 ‘나는알아야겠당’은 일찌감치 온·오프라인 직접행동을 준비했다. 우선 당원들은 “올해가 가기 전에 심사라도 시작해달라”고 촉구하는 편지부터 보내기로 결정했다. 여야 의견 차이가 큰 법안일수록 심사 자체가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편지는 당원 의견 수렴을 거쳐 ‘다음 국회 때도 재선 가능한 행운의 편지(feat.GMO완전표시제)’ 형식으로 완성됐다. 온라인 개발자 협동조합 ‘빠흐띠’는 인터넷에서 몇 초 만에 의원들에게 손쉽게 전자우편을 보낼 수 있는 ‘행운의 편지 자동 발송 시스템’( up.parti.xyz/letter)을 만들었다. 당원들의 자발적 참여는 신통방통한 시스템을 만나 폭발했다. 10월21일~11월4일 1772건의 편지가 의원들에게 전송됐다. 법안소위 위원 10명이 전자우편 177통씩 받아본 셈이다. 당원들은 온라인 광장에만 머물지 않고 국회도 직접 찾아갔다. 10월24일 김세영·김수정·임성빈·최승호 당원은 경실련, 아이쿱 등과 함께 법안소위 의원실들을 돌았다. 회의 참석과 지역구 활동으로 의원들은 대부분 자리에 없었다. 대신 당원들은 보좌진을 만나 “법안소위에서 심사를 빨리 시작하라” “GMO완전표시제법을 통과시키라”고 요청했다. 특히 심사 일정과 안건 협의의 ‘열쇠’를 쥔 여야 간사 의원실 설득에 주력했다. GMO완전표시제에 찬성하는 더민주 간사 인재근 의원실과 국민의당 간사 김광수 의원실에선 “잘 협의해보겠다”고 답했다. ‘민원인’에 대한 의례적인 태도인지, GMO의 안전성을 주장해온 새누리당 간사 김상훈 의원실도 “좋은 법”이라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박인숙·성일종·송석준 의원(새누리당), 권미혁·전혜숙 의원(더민주) 등 5명의 의원실은 “바빠서 만나기 어렵다”고 했다. 임성빈 당원은 “야당 보좌관들은 비교적 협조적이었지만 여당 보좌관들은 제대로 마주하기도 어려웠다”고 국회 방문 소감을 전했다. 최승호 당원은 “5분 남짓 짧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보좌진에) 우리 입장을 전달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쟁점 법안’이라는 여당의 한마디에 법안 심사라도 시작해달라는 당원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GMO완전표시제법은 복지위 전체회의에는 상정됐지만 법안소위 논의 테이블에는 올라가지 못했다. 11월1~3일 사흘간 열린 법안소위 안건으로 채택된 법안은 전체 287건(11월2일 기준) 가운데 85건에 불과했다. 결국 당원들의 1차 시도는 물거품이 됐다. GMO완전표시제법은 왜 우선순위에서 밀렸을까. 지난 5월30일 20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 열린 법안소위에서 어떤 법안부터 논의할지는 여야 간사 협의를 통해 정해졌다. 이들은 효율적인 법안소위 운영을 위해 ‘무쟁점 법안→쟁점 법안’ 순서로 심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핵심은 법안 성격을 규정하는 과정이었다. 간사를 맡은 김상훈·김광수·인재근 의원실의 담당 보좌진들은 10월25일까지 복지위 행정실에 전체 발의된 법안에 대한 소속 정당의 입장을 보냈다. 각 법안마다 ‘쟁점 법안’ ‘무쟁점 법안’ 또는 ‘이번 법안소위에 논의’ ‘다음에 논의’라고 표시하는 방식이다. 새누리당의 의사가 결정적이었다. 김상훈 의원실은 GMO완전표시제법은 ‘쟁점 법안’이라는 의견을 행정실에 전달했다. 한 정당이라도 이견을 보이거나 정부가 반대하는 법안은 무쟁점 법안 지정이 불가능해진다. 인재근 의원실도 ‘국민의당에서 낸 법안이 올라오면 그때 법안소위에서 같이 논의하자’고 판단했다. 11월에 김광수 의원실이 추가로 법안 발의를 하면 이미 상정된 김현권·윤소하 의원 안과 묶어서 심사하자는 취지다. 김광수 의원실에선 자신들이 낼 법안과 별개로 ‘이번 법안소위에서 심사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올해를 그냥 넘길 수도 언제 다시 법안소위가 열릴지는 기약이 없다. 법안소위는 잘해야 한 달에 한 번 열리는데, 그마저도 연말에는 법안 심사 대신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 예산부수법안 처리에 여야의 관심이 집중된다. 내년 초에 법안소위가 재개되더라도 새누리당과 식약처가 극렬하게 반대하거나 야 3당이 끈질기게 요구하지 않으면 또다시 심사는 물 건너갈 수 있다. 여당의 저항을 누그러뜨리고 야당의 의지를 높이는 당원들의 또 다른 특단의 행동이 필요한 때다.
법안 심사 좌우하는 ‘전문위원 검토보고서’
보고서는 거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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