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주목한 ‘한국인 프로듀서’
등록 : 2002-01-08 00:00 수정 :
1월11일 개봉하는 영화 <디 아더스>는 미국에서만 1억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냈으며, 영국, 홍콩, 스페인,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바 있는 특급 흥행작이다. 니콜 키드먼이 주연하고 <오픈 유어 아이즈>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가 감독한 이 영화는 단지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뿐 아니라, 심리스릴러의 지평을 한 단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영화를 주목하는 다른 이유도 있다. 재미동포 1.5세인
박선민씨가 세명의 프로듀서 중 하나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4일 한국을 찾은 박씨는 1999년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주목할 만한 프로듀서 10인’ 중 한명으로 뽑혔으며 첸카이거 감독의 <황제와 암살자>에 프로듀서로 참여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는 미국 샌타모니카에 사무실을 둔 영화·미디어 컨설팅 업체 ‘맥스미디어’를 운영하는 비즈니스 우먼이기도 하다. UCLA에서 학부를 마치고, 컬럼비아대학에서 정치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대학에 다니던 89년부터 맥스미디어의 전신인 사업체를 만들어 영화와 방송 프로그램을 거래해왔다.
<디 아더스>에서 그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참여, 톰 크루즈, 미라맥스 등 미국쪽 파트너를 찾아내 제작에 동참시키는 일을 성사시켰으며, 제작기간 내내 촬영지인 스페인에 머물면서 프로젝트를 관리했다. <오픈 유어 아이즈>를 선댄스영화제에 소개했던 인연으로 알게 된 톰 크루즈를 이 프로젝트에 참여시킨 것은 가장 큰 성과다. 또 10여년 동안의 컨설팅 업무를 통해 알게 된 미국의 미라맥스, 프랑스 카날플러스의 투자를 엮어낸 것 또한 그의 공헌이다.
그가 할리우드 스튜디오 대신 각국의 마음 맞는 파트너를 섭외해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래야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고, 우리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프랑스 2명, 일본 2명, 오스트레일리아 2∼3명, 스페인에선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외에 1명의 감독들”과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같은 맥락에서 볼 때, 그가 한국을 찾은 것은 단지 <디 아더스>를 홍보하기 위해서만은 아닌 듯하다. 박씨 역시 자신이 구상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가시킬 만한 한국감독을 찾아볼 것이라는 의도를 조심스럽게 밝힌다. “아메나바르가 스페인영화 전체의 격을 올렸듯, 한국의 감독 중 한명만 제대로 소개되면 한국영화는 할리우드를 포함한 세계에서 큰 주목을 받을 것이다. 그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문석 기자/ 한겨레 씨네2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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