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래리 플린트의 이유있는 항변

392
등록 : 2002-01-08 00:00 수정 :

크게 작게

‘언론자유의 수호자’를 자처해온 미국 성인잡지 <허슬러>의 발행인 래리 플린트(59)가 최근 미국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미국 국방부의 아프가니스탄 취재지침이 취재 자유를 보장한 헌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당신이 텔레비전이나 주요 신문에서 아프간 전쟁사진을 접할 때 보통 사람들은 기자들이 전쟁을 제대로 보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자들은 전장에서 몇 킬로미터, 어떤 경우에는 수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플린트는 1월4일 워싱턴 지방법원에 출두하기 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기자들이 군대와 동행하며 취재를 해야 제대로 된 전쟁보도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플린트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미 국방부에 미군의 아프간 지상작전 취재를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국방부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작전이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플린트는 그가 자주 애용해온 수정헌법 1조 위반을 거론하며 소송을 냈다. 플린트는 소장에서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조항은 기자들에게 직접 전선을 취재해 보도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플린트의 변호인인 폴 캄브리아 변호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 사진을 예로 들며 1970년대까지는 기자들이 군사작전 현장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60년대 베트남전 참상이 텔레비전에 생생하게 전달되면서 반전의식이 더 확산됐다고 보고 83년 그라나다 침공이나 89년 파나마 침공, 걸프전쟁 등에서는 보도통제를 실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 변호인은 언론이 전장에 접근할 헌법적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30여년 동안 <허슬러>를 발행해온 플린트는 70∼80년대 포르노 출판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미국 수정헌법 1조의 보호 대상인가를 놓고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그는 “헌법이 나 같은 쓰레기를 보호한다면 미국민 모두의 언론의 자유는 걱정할 것 없다”며 법정소송을 벌여 결국 승리했다. 스스로를 ‘인간 쓰레기’라고 부른 그는 “고결한 척하는 정치인들의 위선을 벗기겠다”며 지난 98년 차기 하원의장 내정자 밥 리빙스턴 의원의 혼외정사 사실을 들춰내 중도하차시키는 등 미국 정치인들의 성추문을 폭로했다. 그의 일대기를 그린 <국민 대 래리 플린트>라는 영화가 나오기도 했다. 그는 이번에도 “주류 언론이 나 대신 이런 소송을 제기했어야 했다”며 ‘주류’를 향한 일침을 빼놓지 않았다.

박종생 기자/ 한겨레 국제부 jpark@hani.co.k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