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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귀중한 유물은 여럿이 즐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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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1-0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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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승화 기자)

“곱게 키운 딸 시집보내는 기분입니다.” 27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모은 유물 1900여점을 지난달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한 신상정(52)씨. 약품도매업을 하면서 월급을 쪼개 구입한 유물들은 밥숟가락, 부채, 등잔, 해시계 등 고려시대 유물부터 몇십년 전 사용되던 생활도구까지 방대한 종류로 박물관쪽 얼굴이 활짝 피었다. 그의 기증품들을 돈으로 환산하면 30억원가량에 이를 것으로 평가받는다.

“돈 생각했으면 수집하지도, 기증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신씨는 젊을 시절 수석을 모으다가 수석가게에 굴러다니던 옛날 물건들에 매혹되기 시작됐다. “어떤 물건을 찾아야겠다고 마음먹고는 할 수 없는 일이죠. 인사동, 황학동 등을 틈날 때마다 돌아다니고 여행을 가면 그 동네 오래된 물건만 뒤적거리면서 우연히 발견하는 물건들을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물건에는 박물관쪽이 백방으로 찾아봤지만 구하지 못한 부채 등 귀중한 역사자료들이 수백점이다. 신씨는 가지고 있던 해시계가 언제적 것인지 궁금해서 박물관 학예실을 찾아갔다가 기증을 결심하게 됐다. “귀한 물건을 혼자 감상하는 건 혼자 술 마시는 것과 같아요. 함께 즐길 수 있는 벗이 있으면 더 흥이 나지요.” 물건들이 생각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평가받자 잠시 파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애써 모은 물건들이 흩어지는 것이 아까워서” 기증하기로 했다. 그에게는 꿩 깃털로 만든 털이개만 달랑 하나 남았다.

“집에서 상자째로 물건들이 나갈 때는 자식 떠나보내는 것처럼 섭섭했지요. 그렇지만 더 좋은 환경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지낼 생각을 하면 오히려 기쁘죠. 누구보다 제 두 아이들에게 자랑스럽습니다.” 유물들은 박물관 기증유물실에 전시될 예정이며 기증자 신씨의 이름은 동판에 새겨져 유물실 입구에 영구 게시된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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