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8일부터 시행되는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은 끈적한 한국식 접대, 청탁 문화의 일대 변화를 예고한다. 한가위 연휴를 열흘여 앞둔 지난 9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1층 택배 수령 장소의 한가한 풍경이다. 한겨레 이정우 기자
유치원 운전기사 서씨는 유치원 직원이다.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인 공직자 등에 해당한다. 학부모 황씨는 공직자에게 5만원이 넘는 선물을 줬기 때문에 선물 가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과태료 부가 대상이 된다. 한 중학교의 학부모 30명은 스승의 날을 맞아 2만원씩 갹출해 60만원 상당의 선물을 담임교사 홍두깨씨에게 줬다. 위법행위인가? 그렇다. 교사 홍씨가 받은 60만원 상당의 선물은 한도 5만원을 초과한다. 학생을 지도하고 평가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로서 직무와 관련해 선물을 받았다는 점도 피할 수 없다. 학부모들은 개인별로 선물 가액 한도 내인 1인당 2만원씩을 냈지만, 법은 학부모들이 함께 위법행위를 한 것으로 간주한다. 학부모 각자는 홍 교사에게 준 선물 금액 60만원의 2~5배 과태료 대상이 된다. 고등학교 교사 임꺽정씨는 담임을 맡고 있는 학생의 학부모에게 2만원짜리 카카오톡 음료 쿠폰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법 위반 제재 대상에 해당된다. 비록 5만원 이하의 선물을 주고받았다고 해도 직무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금액과 상관없이 부정청탁으로 간주된다. 임 교사는 담임으로서 학생의 지도, 평가를 직접 담당한다. 청탁금지법은 부정청탁이 아닌 원활한 직무 수행이나 사교, 의례 등의 목적이 인정될 때에 한해 3만원 이하의 음식물, 5만원 이하의 선물, 10만원 이하의 경조사비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 직무와 관련된 부정청탁은 금액에 상관없이 제재 대상이 된다. 학부모가 담임교사에게 식사 가액 5만원을 넘지 않는 2만원 상당의 식사를 대접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마동탁씨는 한 국립대 병원에 입원하려고 해당 병원 원무과장과 친분 있는 친구 설까치씨에게 순서를 당겨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원무과장은 마씨를 먼저 입원할 수 있도록 했다. 세 사람 모두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우선 마씨는 친구 설씨를 통해 부정청탁을 했다.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설씨 역시 마씨를 위해 부정청탁을 했기 때문에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원무과장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아버지 고길동씨는 아들 고희동씨의 병역 판정 검사에서 4급 보충역을 받아 서울 관내의 사회복무요원이 되게 하려고 아들 몰래 평소 알고 지내던 병무청 홍보담당 간부 둘리씨를 통해 병역 판정검사장의 군의관 도우너씨에게 부탁했다. 아버지 고씨는 부정청탁을 했다.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병무청 홍보담당 간부 둘리씨 역시 공직자로서 부정청탁을 했기 때문에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에 해당한다. 군의관 도우너씨는 청탁을 거절했다면 제재 대상이 되지 않지만 들어줬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아들 희동씨는 부정청탁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제재 대상이 아니다. 대기업 홍보부장 김갑을씨는 알고 지내는 기자 홍길동씨의 부친상에 조의금 10만원을 내고, 해당 기업의 홍보팀은 김씨 이름으로 5만원짜리 조화도 함께 보냈다. 최 기자는 총 15만원 상당의 부조금과 조화를 받아 경조사비 허용 가액 10만원을 넘었다. 부조금과 조화 등은 합산 금액이 10만원을 넘어선 안 된다. 15만원의 2~5배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내야 한다. 홍보부장 김씨도 마찬가지의 처분을 받게된다. 기업 역시 직원 교육 소홀 등의 책임이 있으면 과태료를 물 수 있다. 대학원생 독고탁씨는 박사 학위 논문 심사 뒤 한정식집에서 논문 심사 교수들에게 1인당 7만원짜리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7만원짜리 식사는 음식물 제공 허용 기준인 3만원을 초과했다. 식사 자리 역시 논문 심사 통과를 부탁하는 취지로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학원생 독고씨와 교수들 모두 식사액의 2~5배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물 수 있다. [NO] 이럴 땐 신고하지 마세요 한 사기업 부장 장길산씨는 공공기관 직원 3명과 오찬을 했다. 식비는 1인당 5만5천원씩 총 22만원이 나왔다. 이에 장 부장은 음식물 접대 허용 가액이 3만원이라 12만원을 자신이 결제하고 나머지 금액은 오찬 참석자가 각자 지급했다. 법 위반이 아니다. 3만원 초과 부분은 더치페이(각자 내기)를 했기 때문에 음식물 접대 허용 가액인 3만원 범위 안에서 식사를 대접한 것으로 간주한다. 결혼식 혼주 이몽룡씨가 하객으로 참석한 직무 관련 공무원 등을 포함해 모든 하객에게 5만원 이상의 식사를 제공했다. 위법이 아니다. 이씨는 모든 하객에게 동일하게 식사를 제공해 직무 수행의 공정성에 신뢰를 해치지 않을 정황이라는 점이 감안된다. 결혼식에서 하객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사회 상규로 간주된다. 4만5천원짜리 선물을 서울에서 서울로 보내면 택배비(4천원)를 포함해 4만9천원이 되는데, 같은 선물을 서울에서 제주도로 보내면 택배비(6500원) 탓에 선물 가액 5만원을 초과해 5만1500원이 된다. 택배비는 선물 가액에 포함되나. 택배비는 선물 가액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경우 선물은 원가대로 4만5천원짜리로 간주된다. 그러나 식당 등의 부가가치세는 음식물 가격에 포함된다. 가령 2만8천원짜리 식사에 부가세 10%가 포함돼 3만800원이 되면 음식물 가액 3만원을 넘는 걸로 본다.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 방법
증거 확보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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